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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여행 에세이] 1년 만에 다시 찾은 울릉도·독도  오징어도 풍년, 관광객도 풍년
[여행 에세이] 1년 만에 다시 찾은 울릉도·독도  오징어도 풍년, 관광객도 풍년
  • 송수영 기자
  • 승인 2009.1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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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사진 / 송수영 기자
울릉도로 향하는 배를 기다리는 승객들. 사진 / 송수영 기자

[여행스케치=울릉도] 한창 일본과 독도 문제로 시끄럽던 작년 늦은 여름에 울릉도를 찾고 약 1년 만이다(2008년 10월호 개재). 그때 기사에도 썼지만 엄청난 폭풍 때문에 결국 최종 목표지였던 독도를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그 미련이 또 발길을 이끌었다. 

그런데 이번엔 동행인들이 남다르다. 이번 여행이 경상북도에서 특별히 내외신 기자들을 초청한 팸 투어인 탓이다. 일행도 다르고, 1년이나 시간이 지난 울릉도는 또 어떻게 변했을까?

나중에 인사를 하고 보니 외국인은 서울 주재 중국 신문 기자 3명과 서울대 기초교육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미국인 교수 등 총 4명이고, 원래 예정되었던 몇몇 외국 통신사의 기자들이 일정 문제로 참석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외신이 위주가 된다고 해서 온통 외국인인가 잔뜩 긴장했는데, 다행히 KOREA TODAY, epa(european pressphoto agency) 사진국장, 뉴시스 사진기자, 경상북도 관광마케팅 관계자, 지역홍보 마케팅 담당자 등 한국인 수도 적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럼에도 아무리 일 때문이라지만 역시 하루 종일 함께 움직여야 하는 여행에 초면인 사람들과 2박 3일이나 되는 시간을 동행하는 것은 꽤나 서먹한 일이다. 게다가 포항에서 울릉도로 들어가는 배 안이 모처럼의 여행에 들뜬 승객들의 웃음소리가 어찌나 높던지. 아직은 일행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나는 슬쩍 기가 죽었다.   

사진 / 송수영 기자
오징어가 정렬하여 인사를 하는 것만 같다. 사진 / 송수영 기자

울릉도에 도착하자마자 한숨 돌릴 여유도 없이 바로 독도행이다. 다행히 날씨가 무척이나 맑아서 이대로라면 독도 접안도 가능할 듯하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거리는 약 87km. 문제가 되는 일본은 가장 가까운 오끼 섬이 157km나 떨어져 있다고 한다.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도동항에서 쾌속선으로 약 2시간 가까이 들어가는데, 도착하기 20분 전부터 입구에 줄이 빽빽하다. 

드디어 독도 입항. 문이 열렸어도 일시에 좁은 입구에 많은 인파가 몰려 좀처럼 빠져나가지 못하자 뒷줄의 사람들은 더 바짝 안달이 났다. 모두에게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독도를 조금이라도 더 즐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때문일 것이다. 늘 줄서기에서 뒤처지는 나는 맨 뒷줄에 끼어 그렇게 감격의 독도 땅을 밟았다. 

정말 독도다! 내가 내려섰을 때는 이미 울긋불긋한 여행객들로 독도엔 활기가 넘쳐 있다. 더 이상 그 이름처럼 외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의 두 섬을 모두 아우르는 이름이다. 이 섬의 나이가 무려 460만 년. 굳이 위아래를 따지자면 울릉도보다도 형뻘이다. 그 어마어마한 세월이 바위에 층층이 주름으로 내려앉아 있다. 오늘 이후로는 돌에도 나이테가 있다고 주장해야겠다. 다만 돌의 경우는 한 460만 년은 돼야 ‘이놈이 주름이 좀 생겼구나’ 하고 괴석 축에 끼워주는 게다.  

사진 / 송수영 기자
독도에 온 최고의 인증샷은 바로 이곳. 사진 / 송수영 기자

독도에서 주어진 시간은 약 30분. 게다가 이미 배에서 나오느라 10여 분을 소비한 탓에 마음이 너무나 바쁘다. 한 장이라도 더 장면을 담기 위해 정신없이 카메라를 들이댄다. 마음 같아서는 한국령(韓國領)이라 표시되어 있는 바위와 등대도 보고 싶고, 독도 주민 김성도 선장도 만나 이야기도 들어보고, 창공을 가득 뒤덮을 괭이갈매기의 군무도 보고 싶지만 아쉽게 눈으로만 바라볼 뿐이다. 

그렇게 잠시 넋을 놓았는가, 벌써 승선을 알리는 소리가 울린다. 조금이라도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에 사람들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여전히 웅성웅성 유독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가보니 ‘대한민국 동쪽 땅끝’이라는 글이 새겨진 표지가 있다. ‘빨리 찍어라’하는 경상도 억양 속에 순번을 기다리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대고 있다.  

재차 배에 오르라는 긴 고동이 울린다. 서둘러 배에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문이 닫히고 어느새 부둣가엔 나란히 정렬하여 손을 흔들어주는 독도수비대원들만이 남았다. 너무 순식간이라 독도가 마치 꿈같다. 그들의 배웅에 짧은 독도와의 만남이 더 아쉽다.  

그날 저녁 울릉도 도동항 인근 식당에서 만난 울릉군 문화관광과 최이환 과장의 말에 의하면 독도에 배가 접안하는 일수가 1년에 50여 일밖에 되지 않는단다. 최 과장은 우리를 보고 ‘조상 3대에 덕을 쌓은 증거’라며 행운을 축하해주었다. 그는 매우 낮은 접안 확률에도 올해 독도 관광을 다녀간 사람이 벌써 12만 명에 이르며 이는 작년 대비 10%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작년 여름 불었던 독도 열풍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사진 / 송수영 기자
모처럼 독도에 배가 들어오면 독도 경비대원들도 바빠진다. 사진 / 송수영 기자
사진 / 송수영 기자
자연이 수만 년에 걸쳐깎아놓은 오묘한 조각상! 사진 / 송수영 기자

여행의 놀랄 만한 마력 중 하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훨씬 끈끈하게 이어준다는 데 있다. 우리네 정서에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을 ‘식구’라 하지 않던가. 하루 종일 함께 움직이며 몇 끼니를 함께 하다 보니 의식하지 못해도 어느 순간 툭 하고 경계심이 풀어져버린다. 세 끼의 식사, 그리고 하룻밤을 지내고 나니 어느새 전날의 서먹함은 대부분 사라지고 반가이 아침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말을 나누다 보니 중국 법제일보(法制日報) 지국장 왕강 씨는 우리말을 꽤나 잘한다. 한국에 온 지 1년 정도라는데 말뿐만 아니라 한국 정세에 대해 너무나도 많이 알고 있어서 깜짝 놀랄 정도다. 나와 한 방을 쓴 신화통신 여기자 루루는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부산에서 교환학생으로 1년 공부한 경력도 있어서 부산 사투리가 매우 귀엽다. 인민일보의 서울지국장 망구신 씨는 성격이 조용한 편인지 말은 없지만 우리들이 하는 한국말은 모두 알아듣는 눈치다. 다만 미국인인 레이먼드 샐시도 교수가 우리말이 가장 서투른 탓에 낯선 느낌은 사라졌지만 선뜻 말을 걸 수가 없다. “Hi, Good morning!” 이 정도…?

이튿날은 배를 타고 울릉도 섬을 둘러보고, 케이블카 관광을 하는 일정이다. 유람선을 타고 배가 떠나니 갈매기들의 재주넘기가 시작된다. 배 꽁무니를 따라오며 손님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받아먹느라 열심이다. 아줌마 아저씨들의 틈에 끼어 레이먼드 교수도 루루도 모두 신나서 갈매기놀이에 빠져 있다. 

30여 분가량의 갈매기 쇼가 끝나자 비로소 배 안이 조금 차분해졌다. 내 옆에서 “차암~ 좋네”를 연발하며 열심히 구경하시는 한 아줌마에게 어디서 오셨냐고 물어보니, 부여에 사시는데 2만원씩 15달 동안 계를 들어 그 돈으로 친목계원끼리 구경을 왔단다. 마음이 동할 때 무조건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이렇게 조금씩 오랜 시간 준비를 하면서 기대감을 갖는 것도 좋다. 얘기를 더 들어보니 그동안 이렇게 해서 제주도며, 거제도며, 평창이며 안 다닌 곳이 없으시단다.  

사진 / 송수영 기자
오징어와 더불어 울릉도에 유명한 호박. 호박빵 공장에 호박이 그득하다. 사진 / 송수영 기자
사진 / 송수영 기자
성인봉 등산 중에 만난 원시림. 할로윈 분장 같다. 사진 / 송수영 기자

그 사이에도 선장님의 안내 방송은 계속된다. 그러다 화젯거리가 끊기면 느닷없이 ‘뽕짝’이 스피커에서 작렬한다. 그러면 그때까지 조용히 앉아 계시던 할머니 할아버지 한두 분이 꼭 일어나 흔들흔들 어깨춤을 추신다. 놀라운 것은 말하자면 ‘예열 시간’ 없이도 음악만 나오면 자동으로 춤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솔직히 울릉도의 명물 코끼리바위보다 이쪽 풍경이 더 신기하다. 

셋째 날, 원래 일정은 차로 울릉도 해안도로를 일주하는 비교적 편안한 스케줄이었다. 그러던 것이 epa 전헌균 국장이 그보다는 성인봉 산행이 훨씬 좋다면서 그곳으로 유도하는 바람에 한두 명씩 그쪽으로 넘어가더니 아침 일찍 원고를 송고해야 했던 왕강 씨를 빼고는 모두 이쪽으로 가게 되었다. 대단한 리더십이다. 

원래 예정에 없던 스케줄이라 나의 차림은 청바지에 스니커즈. 결국 이 때문에 다녀온 뒤에 극심한 다리 통증으로 사나흘 시달려야 했지만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멋진 성인봉 원시림의 풍경은 이를 모두 보상해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울릉도를 알리는 가이드북에 “울릉도가 동해에 우뚝 솟은 산이라면 성인봉은 그 산 속에 핀 꽃봉오리다”라고 표현되어 있을 정도로 성인봉의 존재 가치는 남다르다. 해발 984m, 그 성스러운 모양새로 인해 성인봉이라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산도 산이지만 봉긋한 산등성이들 너머로 보이는 푸르른 바다는 성인봉의 백만불짜리 전경이다. 여기에 사람 손이 타지 않은 태고의 숲과 물맛 좋기로 소문난 ‘성인수’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사진 / 송수영 기자
성인봉에 오르는 우리 일행. 예정에 없던 일정이라 옷차림이 모두 캐주얼하다. 사진 / 송수영 기자
사진 / 송수영 기자
감격의 성인봉 정상. 사진 / 송수영 기자

산행을 하는 4~5시간 동안 가쁜 숨을 몰아쉬며 틈틈이 일행들과 여러 대화가 오간다. 아마도 버스 투어를 했다면 각자 자리에서 사진만 열심히 찍거나 일부는 연이틀의 강행군에 지쳐 꾸벅꾸벅 졸았을 터. 그동안 언어 장벽으로 비교적 대화가 뜸했던 레이먼드 교수와도 농담을 하고 웃을 정도가 된 것은 아마도 산이 주는 편안함 때문일 것이다. 일행 중 나이가 가장 어린 뉴시스 남강호 기자가 틈틈이 유머를 선사하여 분위기가 더욱 화기애애해졌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눈이 아닌 외국인의 눈에 비친 울릉도, 독도는 어떠하였을까? 세 명의 중국 기자들은 스스로도 한국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특히나 울릉도가 매우 아름다웠단다. 볼거리가 많고 아기자기 재미있는 관광 요소들이 다양해서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여행을 통해 한국인들이 독도에 대해 얼마나 각별히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알게 된 것이 큰 소득이었다는 말에는 우리 모두 동감. 다만 독도가 더 많은 외국인들에게 소개되려면 고급 숙박시설이 부족한 점과 서울에서 연계되는 교통편이 불편하다는 지적을 해주었다. 

더불어 독도·울릉도만의 특별한 기념품이 부족하다는 조언도 있었다. 
울릉도·독도가 많은 외국인들이 찾는 국제 관광지가 되는 것, 생각만 해도 흐뭇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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