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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청정지역 충북 트레킹 ①] 금강 옆에 끼고, 양산 절경 감상하며 걷는 길, 영동 양산팔경 금강둘레길
[청정지역 충북 트레킹 ①] 금강 옆에 끼고, 양산 절경 감상하며 걷는 길, 영동 양산팔경 금강둘레길
  • 배인숙 여행작가
  • 승인 2020.09.29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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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둘이 걸어도 호젓하게 혼자 걷기에도 좋은 영동 양산팔경 금강 둘레길.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영동] 충북 영동군 양산면을 끼고 흐르는 금강 변의 아름다운 절경 여덟 개를 꼽아 양산팔경이라 부른다. 양산팔경 둘레길은 송호리 일대 금강 상류의 맑은 물과 100년 이상 된 송림이 어우러진 송호관광지 주변 잔잔하게 흐르는 금강을 옆에 끼고 숲길 약 6km를 돌아오는 순환형 코스이다.

양산팔경 중 1경 영국사와 7경 자풍서당을 제외한 6개의 절경을 둘레길에서 감상할 수 있다. 1경인 영국사는 둘레길이 있는 송호관광지에서 약 12km(자동차로 20분 정도 거리) 떨어져 있다. 둘레길을 걷기 전에 먼저 영국사를 들러보고 가도 좋다.

영국사를 다녀와 인근에서 지역 먹거리로 유명한 어죽과 도리뱅뱅이로 속을 채우고 느긋하게 걷기를 시작한다. 뉘엿뉘엿 해가 질 무렵 수두교에 이르면 영화의 한 장면에 나왔던 풍경 하나가 덤으로 안긴다. 

1300년의 숨결 영국사 은행나무  
목적지는 양산팔경 금강둘레길이지만 내비게이션 주소를 영국사로 입력하고 출발한다. 둘레길을 걷기 전 제1경을 먼저 만나기 위해서다. 어쩌면 영국사의 천년 은행나무가 더 끌렸을지도 모른다. 영국사는 충청의 설악산으로 불리는 천태산(해발 715m) 기슭에 있다.

송호관광지 입구 매표소.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성성한 가지 사이로 주렁주렁 열린 열매.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10월 말에서 11월 초가 되면 노랗게 변하는 1300년 된 영국사 은행나무.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법주사의 말사로 신라 문무왕 8년(668년)에 창건, 고려 명종 때인 12세기에 원각국사에 의해 중창된 것으로 추정한다. 고려 고종 때 국청사라 불리다가 그 후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에서 국태민안을 기원하고 나라가 평안하게 되었다 하여 영국사로 개명했다고 전해진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사찰이지만 영국사 삼층석탑을 비롯해 원각국사비 등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를 여럿 보유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천년 은행나무가 유명하다. 

사찰을 지키는 사천왕이자 마을 수호신인 이 은행나무는 예로부터 울음소리를 내어 국난을 알렸다는 신통력과 영험함을 지닌 신묘한 나무로 알려졌다. 사찰 만세루에서 내려다보면 나무 한 그루가 마치 숲을 이루고 있는 듯하고 가까이 다가가면 한 프레임 안에 담기지도 않을 정도다.

1300년의 숨결을 이어오며 가지가 땅에 닿아 다시 뿌리를 내리고 성성하게 뻗은 가지 사이에 주렁주렁 열린 열매들을 가까이서 보고 있노라면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감과 경건함이 밀려온다. 

정자에서 쉬어가며 호젓한 둘레길 걷기 
양산팔경의 6경 여의정과 8경 용암이 송호관광지 안에 있어 관광지 안에서 출발하기로 한다. 송호관광지는 금강 상류의 맑은 물과 소나무 숲이 우거진 28만 4,000㎡ 규모에 캠핑장, 물놀이 시설, 청소년 수련원, 카누, 카약 등의 시설이 잘 갖추어져 많은 관광객이 찾는 영동의 명소 중 한 곳이다. 주차 시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관광지 입장료 어른 2,000원을 내고 들어간다.

양산팔경을 소개하는 금강둘레길 종합 안내도.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소나무 숲에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조선 시대 연안부사를 지낸 만취당 박응종이 관직을 내려놓고 강 언덕에 정자를 짓고 풍류를 즐겼던 여의정.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목욕하는 선녀를 바라보다가 승천하지 못하고 강에 떠 있는 용암.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매표소를 지나면 울창한 소나무 숲과 양산팔경 중 6경으로 꼽는 여의정이 강가 언덕 위에 우뚝 솟아 있다. 여의정은 조선 시대 때 연안부사였던 만취당 박응종이 관직을 내려놓고 낙향해 강 언덕에 정자를 짓고 풍류를 즐겼던 곳이다.

이곳에서 예의와 풍속 정치와 역사를 설교하며 시간을 보냈다. 여의정에 올라 금강과 소나무숲을 내려다보고 방향을 정한다. 순환형 코스라서 어느 방향으로 먼저 걸어도 상관없지만 오후에 걷기를 시작했다면 가까이 있는 용암과 강선대를 먼저 만나는 오른쪽으로 걷기를 추천한다.

쉬엄쉬엄 걷다가 약 2km를 남겨두고 영화 촬영지인 수두교에서 하루해가 기울며 금강을 붉게 물들이는 황홀한 풍광을 마주할 수 있어서다. 

출발하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강가에 떠 있는 바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목욕하는 선녀를 넋을 놓고 바라보느라 승천하지 못했다는 용암이다. 그리 생각하고 바라보니 강 건너 절벽 위에 있는 강선대를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양산팔경 중 가장 아름답다는 강선대는 목욕하는 선녀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강물 속에 소나무 우거진 석대가 솟아 있는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선녀가 구름 타고 내려와 그 옆 강에서 목욕했다.

용이 이를 훔쳐보다가 가까이 다가가자 놀란 선녀는 하늘로 올라가고 용은 바위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용암을 지나 시원한 강바람과 숲이 만들어준 그늘이 있는 관광지를 벗어나 강선대로 향한다. 

금강과 용암이 내려다보이는 강선대
송호관광지를 벗어나 봉곡교라는 다리를 건너면 다시 숲이 시작되며 강선대를 만난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면 금강을 사이에 두고 왼쪽 송호관광지와 오른쪽으로 걸어가야 할 둘레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송호관광지 강변 산책로를 지나 강선대로 향한다.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송호관광지를 벗어나 다리 위에 세워진 양산팔경 금강둘레길 푯말.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봉곡교 위에서 바라본 양산팔경 금강둘레길.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양산팔경 중 가장 아름답다는 2경 강선대.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기암과 소나무로 둘러싸인 강선대에서 바라본 금강과 용암.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절벽 위 소나무 숲 사이로 강선대도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구름다리를 건너 노송이 호위하듯 두르고 있는 육각형의 정자가 있는 강선대에 서니 소나무 사이로 금강과 용암이 내려다보인다. 

강선대를 지나 잠시 가파른 나무 계단에 올라서면 아늑한 숲길이 시작된다. 숲에 안긴 이름 없는 정자 하나가 편안하게 쉬어가라 손짓한다. 가방에서 책 한 권과 따듯한 차가 담긴 보온병 하나를 꺼낼 수 있다면 나만의 가을 풍류를 누리며 한참을 쉬어가도 좋을 곳이다.

나무 계단과 흙길로 이어지는 길은 적당히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혼자 사색하며 걷기에도 둘이서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걷기에도 더없이 좋은 길이다. 양산팔경 중 제3경 비봉산이 금강에 그림자를 드리운 모습과 5경 함벽정 앞에서도 걸음이 느려진다. 

쉬어가기 좋은 아늑한 숲에 안긴 이름 없는 정자.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촬영지 수두교.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금강을 붉게 물들이는 저녁노을.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걸음은 마냥 느려졌고 수두교에 서니 어느 사이 하루해가 기울며 금강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수두교는 소지섭 손예진 주연의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촬영지이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고 노을 속 다리를 건너는 그 장면과 딱 일치하는 시간이었다.

수두교를 지나 금강수변공원의 코스모스 언덕과 들녘의 꼬불꼬불한 길이 정겹게 이어진다. 하늘엔 달님이 동그랗게 떠 있고 출발지이자 도착지인 송호관광지로 돌아오니 까만 어둠이 내렸다.

INFO 어죽과 도리뱅뱅이 

가선식당의 어죽과 도리뱅뱅이.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영동 하면 60년 전통의 노포 식당에서 맛보는 어죽과 도리뱅뱅이를 빼놓을 수 없다. 금강에서 잡아 올린 민물고기를 장시간 우린 육수에 푹 삶은 생선 살을 으깨고 수제비 칼국수 밥 등이 들어간 얼큰 담백한 어죽, 빙어를 팬에 동그랗게 두르고 튀겨서 양념한 바삭한 식감의 새콤 매콤한 도리뱅뱅이 맛이 일품이다. 어죽에 도리뱅뱅이 하나 추가하면 둘이서 실컷 맛볼 수 있을 정도의 푸짐한 양에 가격도 합리적이다. 

여행정보

쉬어가기 좋은 아늑한 숲에 안긴 이름 없는 정자.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코스: 송호관광지~여의정~봉곡교~강선대-함벽정-수두교~금강수변공원~송호관광지(총 6km)
난이도 쉽고 이정표 잘 돼 있음. 화장실은 송호관광지와 둘레길 곳곳에 있고 매점 및 식당은 송호관광지 내 25시 마트와 식당이 있다.
송호관광지 입장료: 어른 2000원, 청소년 군인 1500원,어린이 1000원
송호관광지: 충북 영동군 양산면 송호관광지 일대  
가선식당: 충북 영동군 양산면 금강로 760  영업시간 09:30~19:00
영국사: 충북 영동군 양산면 영국동길 2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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