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이달의 테마여행] 남설악의 가장 수려한 계곡, 양양 오색약수 주전골
[이달의 테마여행] 남설악의 가장 수려한 계곡, 양양 오색약수 주전골
  • 조용식 기자
  • 승인 2020.09.30 2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을이면 단풍이 가장 빨리 물드는 양양의 주전골.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양양] 오색탄산온천, 오색 그린야드 호텔, 설악온천장, 산애가펜션 등 오색온천탕이 몰려있는 오색약수터 상가와 숙박 단지를 지나면 오색약수터와 주전골로 들어가는 길을 만날 수 있다. 약수교를 건너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오색약수에서 나트륨과 철분이 섞인 약수를 마시고, 주전골 자연관찰로를 따라 오른다.

자연관찰로의 총 길이는 3.2km이며, 왕복 2시간이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설악산 국립공원 약수터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약수출렁교를 건너면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오색약수 편한길’로 들어선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독주암 감상 
입구부터 완만한 경사로 조성된 데크를 지나면 녹음이 우거진 풍경과 함께 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에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고래 모양의 큰 바위가 있어 붙여진 고래바위교를 건너면 ‘설악 07-01, 해발 355m'라고 적힌 현 위치번호 기둥을 만나게 된다. 이 위치번호는 산이나 계곡에서 위험이나 조난을 당했을 때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길을 걸으며 기억하거나 사진 촬영을 하는 것이 좋다.

주전골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고래바위교. 사진 / 조용식 기자 
성국사. 사진 / 조용식 기자
독주암교 바로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여행자. 사진 / 조용식 기자

계곡을 따라 조성된 데크에는 고무 패드가 깔려 있어 미끄럼을 방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계곡 물소리는 사색하며 걷기에 좋은 배경 음악과도 같다. 걸은 지 15분 정도 지나서 만나는 오색석사(성국사) 안내판이 보인다.

오색석에서 분출하는 약수가 있음을 알려주며, 사찰 경내를 통해 선녀탕으로 이어진다는 말도 적혀있다. 잠시 돌계단을 올라 오른쪽으로는 성국사와 오색석 약수, 왼쪽으로는 양양 오색리 삼층석탑을 마주한다. 

데크를 따라 성국사교를 건너고 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독주암교. 8월 말의 주전골 독주암은 여전히 여름 풍경이다. 잠시 독주암교에 서서 눈을 감고 주전골 계곡의 풍경을 기억해 본다.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남설악의 풍경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며 단풍이 물들 10월 중순 이후에 다시 찾아오리라는 다짐도 해본다. 

독주암은 정상부에 한 사람이 겨우 앉을 정도로 좁다고 하여 홀로 독(獨), 자리 좌(座)를 써서 독좌암이라 부르다가 현재는 독주암으로 불리고 있다. 주전골 최고의 비경인 독주암 밑으로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널찍한 바위에 앉은 독주암을 감상하는 여행자가 보인다. 급하지 않고, 천천히 여유를 가지며 오색약수 주전골의 속살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여러 개의 다리를 건너며 주전골의 매력 감상
독주암에서 내려오는 작은 물줄기가 계곡과 합류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 데크를 따라 이동한다. 데크 옆으로 거대한 바위에서 두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층층으로 된 바위는 지반과도 틈이 벌어진 상태인데도 나무들은 나무에 뿌리를 내렸으며, 푸른 잎새를 보이며 잘 자라는 모습이다.

정겨운 사람과 쉬엄쉬엄 걸을 수 있는 주전골. 사진 / 조용식 기자
소원을 들어준다는 금강문. 사진 / 조용식 기자
주전골의 전망대교에서 만나는 매력적인 풍경. 사진 / 조용식 기자

제2약수교를 건너면 걷는 이들의 소망을 담은 돌탑이 앞서 걷는 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비록 돌탑의 높이는 몇 계단 안 되지만, 돌을 올린 사람의 소망을 쌓는다면 이미 하늘까지 다다를지도 모른다.

낙석 방지를 위해 데크 주변으로 철망을 치거나 터널로 만들어진 데크 중간에 선녀탕이 있다. 이곳은 약수터 탐방지원센터에서 1.8km, 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까지는 1.4km에 있다. 그러니까 절반 조금을 더 온 거리이다.

몇몇 사람들은 잠시 선녀탕으로 내려가 기념촬영을 한다. 선녀탕 안내문에는 ‘선녀들의 목욕탕인 선녀탕은 옥같이 맑은 물이 암벽을 곱게 다듬어 청류로 흐르다 목욕탕 같은 깨끗하고 아담한 늪 소(沼)를 이루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렇게 선녀탕과 선녀교를 뒤로 하고 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전망대교가 나온다. 

주전골의 또 하나의 비경이 자리한 전망대교는 우뚝 솟은 봉우리와 그 뒤로 펼쳐지는 암벽들이 장관을 이룬다. 구름이 시시각각 흘러가면서 태양 빛에 따라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는 봉우리를 카메라에 담는 것도 재미있다. 해발 452m를 알리는 ‘설악 07-05’ 위치번호를 지나 금강문교를 건넌다. 

단풍이 드는 이유를 알았으니, 올가을에 만나요
금강문으로 가는 길에도 어김없이 돌탑들이 바위며 나무 위에 놓여 있다. 수호신이 지킨다는 금강문은 소원을 말하고 통과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을 아는 이들이 먼저 돌탑을 만들어 소망을 빌었던 것이다.

한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듯한 좁은 공간의 금강문을 자세히 보면 큰 돌과 지지대 역할을 하는 작은 돌이 교차되어 있다. 그리고 큰 돌 밑으로는 더 주저앉지 말라고 돌멩이와 나무가 지지대로 세워져 있다. 싸리나무처럼 가느다란 나뭇가지도 세워져 있는 것을 봐서 틈 사이로 세워진 나무는 지나는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도 묻어 있는 듯하다.

미끄러지듯 흐르는 용소폭포. 사진 / 조용식 기자

드디어 주전골의 비경인 용소폭포를 만나게 된다. 용소폭포 삼거리를 지나면 등선대로 오르는 길이 낙석 등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 지난 2016년 7월 25일부터 별도 공지 시까지 통제하고 있다. 용소출렁교를 지나 이무기의 전설이 있는 용소폭포로 다가선다. 용소폭포에서는 전설을 빼놓을 수가 없다. 

‘두 마리의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 천년을 기다리다 드디어 승천을 할 때가 되었다. 수놈 이무기는 바위 위에서 승천하였지만, 준비가 덜 된 암놈 이무기는 그 시기를 놓쳐 용이 되지 못하고 이를 비관하다 이곳에서 죽어 똬리를 튼 모습의 바위가 되었다.’

그렇게 매끄러지듯 흐르는 용소폭포를 담고 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단풍이 드는 이유’라는 제목의 푯말 내용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추워지면 나뭇잎과 가지 사이에 떨켜층(낙엽이 질 무렵 잎자루와 가지가 붙은 곳에 생기는 특수한 세포층)이 만들어져 줄기의 양분이 잎으로 이동하지 못해 엽록소가 파괴되는데, 보이지 않던 다른 색소들이 나타나 울긋불긋한 단풍이 들게 된다. 올가을에는 울긋불긋 물든 남설악의 주전골 단풍을 만나러 올 것을 다짐해 본다.  

INFO 오색약수 편한길

설악산 오색약수 편한길로 불리는 무장애탐방로는 장애인, 노약자, 어린이 및 임산부 등 교통약자 누구나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조성했다. 완만한 경사로 조성된 데크와 블록 포장, 휴게 테크, 장애인 전용 주차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INFO 위조 엽전을 만들었던, 주전골

 

조선 시대 중엽 강원 관찰사가 한계령을 넘다가 우연히 이곳을 지나는데, 어디선가 ‘쨍그랑, 쨍그라ᅟᅥᆼ’ 쇠붙이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수상히 여겨 쇳소리 나는 곳을 찾아보게 했다. 동굴 속에서 10여 명의 무리가 위조 엽전을 만드는 것을 발견하고, 관찰사는 대노하여 그 무리와 동굴을 없애버렸다. 
그 이후로 이 골짜기는 위조 엽전을 만들었던 곳이라고 하여, 쇠 부어 만들 주(鑄), 돈 전(錢)자를 써서 주전골이라 부른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