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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명승, 그곳에 쉼이 있다 ②] 과거부터 이어온 명승, 현재에 이어지는 명소 안동 만휴정 원림
[명승, 그곳에 쉼이 있다 ②] 과거부터 이어온 명승, 현재에 이어지는 명소 안동 만휴정 원림
  • 노규엽 기자
  • 승인 2020.10.16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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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 제82호인 안동 만휴정 원림. 계곡으로 흐르는 물줄기 사이로 만휴정으로 들어서는 다리가 인상적이다. 드론 촬영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안동] ‘오가무보물 보물유청백(吾家無寶物 寶物惟淸白)’ ‘내 집에는 보물이 없다. 보물이 있다면 오로지 청백뿐이다’

유교문화, 불교문화, 민속문화가 모두 번성했던 안동은 하회마을, 도산서원, 봉정사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여럿 보유한 도시다. 그리하여 도시 슬로건도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인 이곳은 이름난 명소들만 둘러보아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즐거운 곳이다.

보통 여행자들은 국보나 보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아도 명승은 낯설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기 좋다고 소문난 곳을 찾으면 대부분 명승으로 지정되어있기 일수다. 안동의 명승 중 하나인 만휴정도 인기가 높아진 이후 알고 보니 이미 명승이었던 곳이다.

조선의 청백리, 역사 드라마와 만나다
안동시로부터 남쪽으로 조금 멀리 떨어져, 길안천을 따라 청송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만휴정이 있다. 안동을 흐르는 하천들과 그를 둘러싼 산들이 멋들어진 자연환경을 뽐내는 지역이긴 하지만, 그 외에는 달리 관광지가 없는 이곳에 몇 년 전부터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아오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만휴정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만휴정과 주변을 감싼 자연이 명승으로 지정되어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만휴정은 조선 전기의 문신이었던 김계행 선생이 벼슬을 내려놓은 뒤 고향으로 돌아와 은거하면서, 거택 옆에 정자를 짓고 학생들을 모아 가르치던 곳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만휴정이 최근 들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이유는 2018년 방영한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나온 덕분이다. <미스터 션샤인>은 양반 가문의 조선인과 미국인이 된 조선인, 일본인이 된 조선인 등의 인물들을 내세워 구한말의 풍경을 그려낸 점이 이색적이었다.

그 중 양반 가문의 조선인 고애신(김태리)과 미국인이 된 조선인 유진 초이(이병헌)가 운명의 수레바퀴에 휘말리며 마주침의 장소가 되었던 곳이 만휴정이다.
그 중 유독 만휴정을 찾게 만드는 장면이 있었으니, “나랑 합시다, 러브”라는 명대사와 함께 손을 잡는 장면이었다.

두 주인공 캐릭터의 사랑이 시작되는 장면이면서, 두 인물의 신분적 아이러니와 ‘러브’의 뜻을 달리 알고 있었던 상황적 아이러니 등이 맞물려 드라마 초반부의 명장면이 되었다. 그래서 그 장면이 촬영된 다리 위에서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줄을 서는 풍경이 지금까지도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청렴을 강조한 김계행 선생의 글귀인 ‘오가무보물 보물유청백(吾家無寶物 寶物惟淸白)’이 적힌 바위 위로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각종 문중 행사와 숙박이 가능한 묵계서원. 사진 / 노규엽 기자
묵계서원 옆의 한옥을 카페로 꾸민 만휴정 카페의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역사적으로는 명승 제82호인 만휴정은 조선 전기의 문신이었던 김계행 선생이 벼슬을 내려놓은 뒤 고향으로 돌아와 은거하면서, 거택 옆에 정자를 짓고 학생들을 모아 가르치던 곳이다.

이희오 버스로기획 대표는 “김계행 선생은 ‘나의 집에는 보물이 없다 / 보물이 있다면 청과 백이다’라는 글을 남기셨다”며 “그런 청렴함을 지닌 분으로서 호를 보백당이라 하셨다”고 말한다. 김계행 선생의 글귀는 현재의 만휴정 안 기둥 왼편에 작게 적혀 걸려있고, 포토존이 된 다리에서 물이 내려오는 방향에 있는 바위에도 크게 새겨져있다.

많은 사람들이 만휴정을 찾으면서 인근에 새로운 명소도 생겼다. 만휴정과 큰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리한 묵계서원과 만휴정 카페이다. 묵계서원은 김계행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한 서원으로, 지금도 각종 문중 행사 등이 이루어지는 곳이며 숙박도 가능하다.

서원 옆에 한옥을 최소한으로 리모델링해 카페로 꾸민 만휴정 카페는 전통양식이 고스란히 남은 한옥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명승 만휴정 탐방을 더욱 알차게 해주는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

Info 안동 만휴정 원림(명승 제82호)
주소 경북 안동시 길안면 묵계하리길 42

<TIP> 안동의 먹을거리

안동의 골부리국. 사진 / 노규엽 기자

안동의 음식으로는 간고등어와 안동찜닭이 이미 유명하여 어느 관광지를 가도 음식점을 찾을 수 있다. 반면, 잘 알려지지 않은 음식 중 하나가 골부리국이다. 골부리는 다슬기를 이르는 안동 지역 방언. 된장을 베이스로 맛을 내는 다른 지역의 다슬기국과 달리 안동에서는 맑게 끓여낸다. 얼갈이, 토란, 대파 등을 듬뿍 넣고 끓여내는 안동의 골부리국은 깊은 맛이 있다. 얼큰하게 먹고 싶으면 고추를, 진한 맛을 원하면 양념장을 더해 다른 맛으로도 즐길 수 있다.

안동 하면 하회마을, 그리고 풍산류씨의 두 인물
옛날부터 안동에서 가장 유명한 곳을 꼽으라면 하회마을이 그 첫 번째일 것이다.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2010년에 한국을 대표하는 씨족마을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 그 이전부터도 안동 하회탈과 민속마을로서의 유명세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던 곳이다.

부용대에서 바라본 하회마을의 전경. 사진 / 노규엽 기자
부용대에서 조금 내려오면 차를 마실 수 있는 겸암정사가 있다. 사진은 겸암정사에서 하회마을 방향으로 촬영한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만휴하회마을은 풍산류씨가 600여 년간 대대로 살아온 마을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가옥인 기와집과 초가집이 공존하며 오랜 기간 잘 보존된 곳으로, 안동에서 피해갈 수 없는 인물인 조선시대 유학자 류운룡 선생과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류성룡 선생 형제가 자라난 곳으로도 유명하다.

하회마을은 마을 내 가옥들을 보며 주거문화를 통한 조선시대 사회구조와 유교적 양반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 명맥을 유지해온 문화를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만나보는 것도 재미다. 

자연경관 또한 빼놓을 수 없는데, 마을의 삼면을 감싸며 지나는 낙동강 물결과 그 너머에 병풍처럼 우뚝 솟은 절벽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 감동이다. 이런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형성된 하회마을이기에 세계유산 등재와 관계 짓지 않더라도 안동을 대표하는 장소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하회마을을 즐기는 다른 방법도 익히 유명하다. 건너편 절벽 위에서 하회마을을 내려다보는 일이다. 정상인 부용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여느 전망과도 색다른 느낌이고 하회마을 전체의 모습을 기억하는 데 더욱 좋은 방법으로도 여겨진다.

부용대를 다녀오는 길에도 문화재들을 빼놓을 수 없다. 화천서원과 겸암정사다. 보통 주차장이 있어 화천서원으로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반대편으로 5분만 내려서면 겸암정사도 방문할 수 있다.

류운룡 선생이 공부하던 곳이었던 겸암정사는 현재 찻집으로도 운영되고 있어 한옥 고택 마루에 앉아 차를 한 잔 마시며 강 너머의 하회마을을 볼 수 있다.

류성룡 선생의 학문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병산서원. 사진 / 노규엽 기자
병상서원 마루에 걸터 앉하 복례문을 바라보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하회마을을 가면 반드시 함께 둘러봐야할 곳은 병산서원이다. 류성룡 선생의 학문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병산서원도 하회마을처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즐기면 더 좋다. 

현관 격인 복례문으로 들어서면 좌측으로 광영지라는 연못이 눈길을 끈다. 땅을 의미하는 네모진 연못 가운데, 하늘을 상징하는 둥근 섬을 두어 크지 않지만 학문에 정진할 수 있도록 배려한 서원 속 정원이라는 설명. 이 아담한 연못 하나가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을 보는 일도 선비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병산서원에서 가장 좋은 뷰로 일컬어지는 곳은 서원 마루에 걸터앉아 복례문 쪽을 바라보며 강물이 흐르는 모습을 보는 것. 이를 바라보는 모습을 콘셉트로 서원 건물 뒤편에서 창을 통해 사진을 남기는 것도 만휴정 못지 않은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일이다.

Info 화천서원
주소 경북 안동시 풍천면 광덕솔밭길 72

Info 병산서원
주소 경북 안동시 풍천면 병산길 386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안동의 야경
도심과 가까운 곳에서도 놓치면 안될 명소가 있다. 옛 것과 새 것이 어우러진 또 하나의 명소 월영교다.

산책을 즐기며,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월영교. 사진 / 노규엽 기자

월영교는 지난 2003년 안동댐 아래로 흐르는 물길을 가로질러 세운 목책 인도교다. 월영교라는 명칭은 댐 건설로 수몰된 월영대가 이곳으로 오게 된 사연 등을 고려해 시민들이 의견을 모아 정했다고 한다. 이 다리에는 한 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이 간직되어 있기로 알려졌다.

16세기 인물이었던 고성 이씨 문중의 이응태와 그 부인의 이야기다. 병든 남편의 쾌유를 기원하며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미투리 한 켤레를 만드는 정성을 쏟았지만, 남편 이응태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이에 슬퍼하며 편지를 쓴 부인은 남편의 묘에 머리카락으로 만든 미투리와 복중 아기의 배냇저고리, 그리고 편지를 함께 묻었다. 1998년 이응태의 묘를 이장하던 중 발견된, 일명 ‘원이 엄마의 편지’의 사연으로 인해 지금의 월영교가 미투리 모양을 담아 지어졌다고 한다.

월영교가 지닌 이야기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손을 잡고 걸으면 영원히 사랑이 이어진다는 속설도 생겼다. 또한, 해가 지고 나면 다리에 불빛이 들어와 고즈넉한 야경을 선사하고, 주말에는 시간에 맞춰 분수쇼도 펼쳐진다. 역사 이야기와 현재의 아름다움이 만나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명소가 된 것이다. 

Info 월영교
주소 경북 안동시 상아동 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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