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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숨겨진 여행지 찾기] 잡지 화보인 듯, 저수지에 비친 풍경 빼어나 입암저수지 둘레길
[숨겨진 여행지 찾기] 잡지 화보인 듯, 저수지에 비친 풍경 빼어나 입암저수지 둘레길
  • 임요희 여행작가
  • 승인 2020.10.19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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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풍경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입암저수지
쉬어 가기 좋은 수변데크, 전망대 벤치
가을을 품은 아름다운 호수, 입암저수지 / 임요희 여행작가
가을을 품은 아름다운 호수, 입암저수지 / 임요희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충남] 호수는 가을을 가장 아름답게 담아내는 그릇이다. 충남 계룡시 두마면 입암저수지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트레킹 여행지로 가을날 가벼운 차림으로 나서기에 제격이다. 과거 입암낚시터라는 이름으로 20여 년간 활용되었던 입암저수지는 지난 2017년 벤치, 그늘목, 안전펜스를 거느린 수변공원으로 탈바꿈,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입암저수지가 있는 계룡시는 2003년 9월, 충남 논산에서 분리되어 신설된 도시다. 대한민국 육군·해군·공군 3군 본부가 자리 잡고 있으며 지척에 있는 대전광역시와 동일 생활권을 이룬다.

펜타곤이 있는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톤이나, 웨스트포인트가 있는 뉴욕주 하이랜드와 같은 국방도시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야심 찬 계획 아래 하루하루 틀을 잡아가고 있지만 아직 계룡시은 한적하고 널널한 느낌이 강하다.

입암저수지를 대표하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 임요희 여행작가
입암저수지를 대표하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 임요희 여행작가

아담하지만 다채로운, 입암저수지
계룡시 남단에 자리한 입암저수지 둘레길(965m)은 길이는 짧아도 메타세쿼이아 길, 하트 포토존, 팔각정, 둑방길 등 다양한 경관을 품고 있어 지루하지 않은 산책을 약속한다. 위성사진으로 보면 삼각형 형태의 저수지를 에워싸고 둑방길, 수변데크, 가로수길이 각각 자리 잡고 있는데, 어느 곳 하나 뺄 곳 없이 풍광이 뛰어나다.

입암(立巖)이라는 뜻은 우리말로 선바위다. 입암리는 과거 선바위마을로 불리던 곳으로 마을 사람들은 입암저수지를 아직도 선바위저수지라 부른다. 저수지에 인접한 도로 이름은 ‘선바위가로수길’이다. 이곳에는 키 큰 메타세쿼이아가 도열해 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완성한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입암저수지를 대표하는 풍경으로 사진이 예쁘게 나오기로 유명하다. 특히 저수지 건너편 수변데크에서 바라보는 반영 풍광은 당장 잡지 화보로 사용해도 부족함이 없다.

메타세쿼이아(수삼나무, metasequoia)는 낙우송과에 속하는 나무로 보통 35m까지 키가 자란다. 그만큼 둥치도 거대한데 미국에서는 쓰러진 메타세쿼이아 둥치에 터널을 뚫어 도로를 내기도 한다.

이 나무는 여름에는 짙푸른 가지를 하늘을 향해 죽죽 뻗어 올려 시원한 느낌을 선사하지만, 가을이 오기가 무섭게 주황, 빨강, 갈색 옷으로 갈아 입어 계절의 정취를 만끽하게 해준다. 선바위가로수길 끝자락엔 빨간색 하트 조형물이 서 있다. 울긋불긋한 단풍, 푸른 호수 그리고 빨간색 하트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 한 장을 남겨보자.

밤나무가 커튼 같은 가지를 드리운 데크길 / 임요희 여행작가
밤나무가 커튼 같은 가지를 드리운 데크길 / 임요희 여행작가

쉬어 가기 좋은 수변데크
빨간색 하트를 꼭지점 삼아 왼쪽으로 꺾으면 작은 다리가 나타나고, 바로 수변데크로 이어진다. 야트막한 산자락에 기대어 길게 이어지는 데크길에는 밤나무가 커튼 같은 가지를 길게 드리우고 있다. 까칠한 밤송이를 요리조리 피해 앞으로 진행하다 보면 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잠시 전망대 벤치에 앉아 지친 다리를 쉬어가 보자. 물과 하늘 그리고 물에 비친 메타세쿼이아 나무의 도열을 바라보노라면 내가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건지, 그림이 난지 헷갈리게 된다.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팔각정까지 찬찬히 둘러보고 나면 데크길이 끝난다.

물과 숲이 보이는 정자 / 임요희 여행작가
메타세쿼이아 길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벤치 / 임요희 여행작가

데크길 왼쪽으로 자리 잡은 둑방길은 입암저수지의 마개와 같은 곳이다. 사람은 두계천 지류를 막아 수자원을 만들었지만, 자연은 그 신비한 힘으로 또 하나의 우주, 동식물의 생태계를 탄생시켰다. 둑방에 오르면 멀리 푸른 안개에 휩싸인 산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왼쪽의 대둔산과 오른쪽 계룡산이 사이좋게 옷깃을 펼쳐 완성한 이 아름다운 그림 앞에서 인간이 무슨 할 말이 있으랴.

입암저수지는 규모가 작지만 다양한 경관을 품고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임요희 여행작가
입암저수지는 규모가 작지만 다양한 경관을 품고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임요희 여행작가

INFO 입암저수지
입암저수지를 다 둘러보는 데는 30분이면 족하다. 가벼운 산책으로 적당한 시간이지만 조금 아쉽다면 마을로 난 길을 따라 ‘계룡 입암리 유적공원’까지 걸어갈 수 있다.
주소 충남 계룡시 두마면 입암리

선사시대 사람들은 어떤 집에서 살았을까
‘입암저수지-계룡입암리유적공원’ 루트는 입암리 마을의 속살을 구경하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길가에 도열한 울긋불긋한 가을꽃을 감상하는 것은 덤이다. 도보로 40분 거리나, 저수지 앞 정류장에서 버스(100번)를 타고 5분 만에 이동 가능하다. 저수지를 벗어나자마자 잘 지은 기와집 한 채가 길손을 반긴다.

삼덕문(三德門)이라는 현판이 붙은 이곳은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님께 효도한 마을 선현을 기리는 제당으로 입암리의 품격을 한눈에 보여준다. 옹기종기 자리 잡은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시야가 탁 트이면서 널찍하기 그지없는 산업단지가 나타난다. 옛날 집터가 자리 잡은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잘 구획된 산업단지 한복판이었던 것이다.

계룡 입암리 유적공원의 움집 / 임요희 여행작가

유적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유적발굴 지형도가 마련되어 있어 미리 머릿속으로 전체 구조를 그려보도록 했다. 안쪽으로 진입하면 청동기시대부터 백제시대,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움집과 기와가마를 만날 수 있다. 주거지마다 번호를 매기고 설명을 달아 알아보기 쉽게 했다. 안에까지 들어갈 수 없지만 밖에서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가능하다.

조금 더 트레킹을 지속하고자 한다면 계룡 입암리 유적에서 북쪽으로 진행해 금강 지류인 왕대천을 따라가다가 두계천으로 이동해보자. ‘계룡 입암리 유적공원’에서 ‘원정역’ 폐역까지는 도보로 1시간 10분. 두계천의 아름다운 풍광과, 영화 <클래식>의 촬영장소를 동시에 만나볼 수 있어 추천된다.

지금은 폐역이 된 원정역​계룡 입암리 유적공원의 움집 / 임요희 여행작가​
지금은 폐역이 된 원정역​계룡 입암리 유적공원의 움집 / 임요희 여행작가​

대전광역시 서구 원정동에 위치하는 원정역 폐역은 원래 호남선 철도역으로 1970년대만 해도 보통역이었다. 한때는 대전역에서 군산 방면 비둘기호를 타고 가다가 여기서 내리는 사람들이 꽤 됐다.

그러나 이곳 인구가 대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승객 수도 줄어 2006년 6월 23일에 폐쇄됐다. 실제로 열차 한 대가 멀리서 다가왔지만 정차하지는 않았다. 역사 건물만 그 자리, 그대로 서서 세월과 함께 낡아가고 있다. 열차를 타거나 내릴 수는 없지만 폐역사에 그려진 기차 벽화도 보고, 인근 오솔길과 천변을 산책하는 맛이 쏠쏠하다.

동쪽 방면으로 걷다 보면 갑천과 만나게 된다. 원정역 폐역을 기차로 접근할 수는 없지만 대전서부터미널을 오가는 외곽버스 23번이 바로 앞에 정차한다.

계룡 입암리 유적공원 / 임요희 여행작가

INFO 계룡 입암리 유적공원
청동기시대 주거지 21기, 백제시대 주거지 26기, 조선시대 기와가마 2기 등 모두 74기의 주거지와 수혈유구가 확인되었다. 유물로도 토기, 유구석부, 어망추, 석촉, 철기류가 출토됐다.
주소 충남 계룡시 두마면 입암리

올리브 식탁​올리브 식탁 / 임요희 여행작가​
'올리브 식탁'​의 새우장정식 / 임요희 여행작가​

TIP 가는 길, 맛집
계룡시 엄사면에 자리 잡은 ‘올리브식탁’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깔끔한 간장게장정식과 새우장정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이다. 정식을 주문하면 게장, 새우장에 밥을 비벼먹을 수 있도록 양파채, 달걀프라이, 김가루를 곁들인 밥을 제공한다. 1인 1만 1,000원. 입암저수지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을 통과, 호남고속도로에 진입한 뒤 계룡IC에서 꺾어지면 된다. 계룡 제1산업단지, 제1농공단지를 거쳐 호젓한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입암저수지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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