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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트레킹 여행] 제주의 푸른 바다, 주변 빼어난 풍광이 펼쳐지는 송악산 둘레길
[트레킹 여행] 제주의 푸른 바다, 주변 빼어난 풍광이 펼쳐지는 송악산 둘레길
  • 배인숙 여행작가
  • 승인 2020.10.19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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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고개를 쑥 내민 바람 부는 언덕 부남코지 / 배인숙 여행작가
바다로 고개를 쑥 내민 바람 부는 언덕 부남코지 / 배인숙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송악산(104m)은 초기의 수성 화산활동과 후기의 마그마성 화산활동을 차례로 거친 이중화산체이다. 먼저 폭발한 큰 분화구 안에 두 번째 폭발한 지금의 주봉이 생기고 거기에 작은 분화구가 생긴 이중분화구가 존재한다. 다른 화산들과는 달리 크고 작은 수많은 봉우리로 이루어졌다. 해발 104m의 주봉을 중심으로 서북쪽은 넓고 평평한 초원지대를 이룬다.

산이수동 포구로 들어오는 유람선과 그 뒤 산방산 형제섬 한라산 풍경 / 배인숙 여행작가
산이수동 포구로 들어오는 유람선과 그 뒤 산방산 형제섬 한라산 풍경 / 배인숙 여행작가

해안절벽에는 일본강점기 때 일본군이 뚫어 놓은 동굴이 여러 개 남아 있어 과거의 아픈 역사를 말해준다. 마라도 들어갈 때 이용하는 산이수동 포구에서 해안을 따라 분화구 정상부까지 도로가 닦여 있고 여러 소로가 나 있다.

현재는 송악산 생태계 복원을 위해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하고 있어 정상부는 갈 수 없지만, 순환형으로 이어지는 약 2.8km의 송악산 둘레길을 걸으며 만나는 빼어난 해안 경관만으로도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초원으로 이루어진 송악산 둘레길 서북쪽 모습 / 배인숙 여행작가
초원으로 이루어진 송악산 둘레길 서북쪽 모습 / 배인숙 여행작가

아름다운 사계 해변을 지나 최남단 해안에 있는 송악산
산방산 아래 한적한 해안가 사계 해변에 서면 한라산과 산방산 용머리 해안 형제섬 등 제주 명소들이 한눈에 담긴다. 산방산에서 출발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들을 품은 사계 해변을 지나 약 5km 떨어진 최남단 해안에는 송악산이 자리 잡고 있다. 그곳에 이르면 다시 사계 해변과 함께 그 아름다운 풍경들을 한 프레임 안에 담아낸다.

마라도에서 산이수동 포구로 들어오고 있는 유람선과 그 뒤 왼쪽에 산방산 오른쪽 바다 한가운데 조각처럼 떠 있는 형제섬 그리고 멀리 한라산이 감싸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송악산 둘레길 걷기에 나선다. 주차장 옆 송악산 입석이 세워져 있는 왼쪽 길에서 출발한다. 풍경에 취하며 쉬엄쉬엄 걸어도 약 2시간 정도면 전체 한 바퀴를 돌아 나오는 코스이다.

제주 바다 빛의 상징인 김녕 협재 함덕 해수욕장의 에메랄드빛과 달리 이곳 바다는 짙푸르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눈부신 아름다움만 있는 건 아니다. 이러한 아름다운 풍경 주변으로 아픈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어 다크투어 코스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군이 제주도민을 강제 동원해 해안절벽 따라 만든 동굴진지를 비롯해 알뜨르 비행장 비행기 격납고 제주4.3 비극의 현장 섯알오름 학살 터 등이다. 송악산은 예전에 그 이름에 맞게 소나무는 물론 동백나무, 후박나무 등이 무성했던 곳인데 일제가 군사기지를 만드느라 불태운 뒤 지금은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풀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송악산 둘레길은 바다를 끼고 이어진다 / 배인숙 여행작가
송악산 둘레길은 바다를 끼고 이어진다 / 배인숙 여행작가

제주올레 10코스를 따라 걷는 송악산 둘레길
보랏빛 해국이 햇살에 반짝이고 바닷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의 춤사위가 늦가을 서정을 노래한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은 내리막과 오르막으로 리듬을 타며 새로운 풍경을 예고한다. 내내 아름다운 바다 풍경에 머물렀던 시선이 분위기를 갈아타는 순간이다. 말을 빌려 탈 수 있는 목초지와 깎아지른 절벽 위를 굽어 흐르는 길, 바다로 고개를 쑥 내밀고 있는 부남코지가 눈 앞에 펼쳐진다.

바람 부는 언덕이라는 의미의 부남코지가 아니더라도 제주올레 10코스를 따라 걷는 이 길은 소나무 숲을 제외하고는 내내 해안을 끼고 걷는 길이라 옷차림은 제주 바람에 대비해야 한다. 오후의 쏟아지는 햇살에 짙푸른 바다는 금빛 물결 반짝이는 그림으로 바뀌고 곡선과 높낮이를 넘나드는 길은 힘든 줄 모르고 전망대를 향해 간다.

둘레길에서 만나는 해안가 절경 / 배인숙 여행작가
둘레길에서 만나는 해안가 절경 / 배인숙 여행작가

사실 이 길에 전망대가 따로 필요할까 싶다. 가다가 걸음 멈추는 곳이면 전망대라 해도 될 만큼 내내 멋진 풍경을 선사하는 곳이라서다. 앞을 향해 가다가 고개 돌리면 또다시 색다른 풍경을 안겨 자꾸 뒤돌아보게도 한다. 전망대에 오르니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듯한 가파도와 마라도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선명하고 가깝게 들어온다. 두 섬을 다 가보았지만 거친 파도가 몰아치기라도 하면 파도가 섬을 삼켜버릴 것만 같다.

푸른바다 위에 떠있는 마라도와 가파도의 모습이 보인다 / 배인숙 여행작가
푸른바다 위에 떠있는 마라도와 가파도의 모습이 보인다 / 배인숙 여행작가
주차장에 세워진 송악산 입석 / 배인숙 여행작가
주차장에 세워진 송악산 입석 / 배인숙 여행작가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저 섬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게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마라도는 이 길의 출발지에 있었던 산이수동 선착장에서 30분이면 닿고 가파도는 운진항에서 10분이면 도착하는 섬이다. 그러니 대부분 여행자는 섬 속의 섬을 하루 만에 다녀온다. 막상 그렇게 다녀오고 나서야 깨닫는다. 봄날 청보리 물결이 일렁이는 가파도, 밤하늘에 무수히 쏟아지는 별을 바라볼 수 있는 마라도도 하룻밤 머물며 다녀와야 할 섬이라고!

넓은 초원지대는 유럽의 산악지대를 연상시킨다 / 배인숙 여행작가
넓은 초원지대는 유럽의 산악지대를 연상시킨다 / 배인숙 여행작가

자연이 빚은 예술작품인 화산체와 넓은 초원지대
붉은 화산송이 사자가 바다를 향해 포효하는 듯한 형상 등 깎아지른 절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화산체는 가늠할 수 없는 세월의 무게를 덧입은 자연 조각상이다. 데크길 따라 오르내리며 제1 전망대에서 제3 전망대를 차례로 지난다. 송악산 둘레길 서북쪽에 이르면 유럽의 어느 산악지대를 지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하는 풍경도 만난다. 서너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넓은 초원에 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무리 지어 피어있는 야생화 사이로 나비들이 팔랑이는 모습을 마주하며 드는 기분이다.

소나무숲길을 지나면 출발점에 도착한다 / 배인숙 여행작가
소나무숲길을 지나면 출발점에 도착한다 / 배인숙 여행작가

때를 잘 맞추어 걷는다면 서북쪽에 이르러 수평선 너머로 하루해가 기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세 번째 전망대를 지나 내리막길로 들어서면 길게 이어지는 데크길 따라 바다 가까이서 화산으로 빚은 제주 해안가의 마지막 절경을 감상하고 길은 소나무 숲길로 접어든다.

울창한 소나무숲이 아늑하게 맞아주는 길을 지나면 주차장이 있는 출발점에 도착한다. 송악산 둘레길은 제주의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는 망망대해, 화산재가 빚어낸 자연의 신비, 제주의 역사를 품은 슬프도록 아름다운 길이다. 험하지 않은 트레킹 코스에 어디로 시선을 두어도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져 남녀노소 누구라도 제주 여행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하는 곳이다.

▶여행정보
-입장료 주차: 무료
-주변 함께 가볼만한 곳: 사계해변 산방산 용머리해안 수월봉 카멜리아힐 섯알오름 등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관광로 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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