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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이달의 테마여행] 야관문 막걸리, 하몽과 소시지, 고려단차... 남원에서만 맛보는 미각 여행
[이달의 테마여행] 야관문 막걸리, 하몽과 소시지, 고려단차... 남원에서만 맛보는 미각 여행
  • 조용식 기자
  • 승인 2020.10.19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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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암반수로 만든 막걸리, 지리산 생햄, 야생 찻잎으로 발효시킨 매월당 고려단차까지 남원에서만 맛볼 수 있는 미각여행을 떠나보자. 사진은 남원 지리산 운봉마을의 가을 풍경. 드론 촬영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남원] 지리산 맑은 물 지하 200m 암반수로 만들어 달달한 사랑이 익어가는 야관문 막걸리, 3년의 발효를 통해 깊은 향과 맛을 담은 지리산 생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심산유곡에서 채취한 야생 찻잎을 소나무 장작불로 덖어 만든 매월당의 고려단차까지 오롯이 남원에서만 맛볼 수 있는 미각 여행을 떠난다.

허브·야관문 쌀 막걸리로 인정받은 지리산 운봉주조
제법 쌀쌀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여행지에서 만나는 지역의 전통주 한 잔은 즐거운 여행을 더 흥겹게 한다. 지리산이 있는 남원을 여행한다면 막걸리 한 잔을 빼놓을 수 없다.

'잊었던 사랑도 다시 싹튼다'는 스토리텔링으로 인기 많은 야관문 쌀 막걸리. 달달한 맛의 야관문 쌀 막걸리는 집에서 편하게 마실 수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지리산 운봉주조에서 생산하는 막거리들. 사진 / 조용식 기자

허브향이 은은하게 나는 지리산 허브 막걸리, 잊었던 사랑도 다시 싹튼다는 야관문 막걸리, 쌀 100%로 만든 정담 생 쌀막걸리와 운봉 막걸리, 바래봉 뱀사골 하산 후에 ‘딱 한 잔’을 마신다는 지리산 운봉 생 동동주 등이 등산객과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청정지역 지리산 해발 500m에서 지하 200m 암반수로 만들어지는 이 막걸리는 40년 주조 전통을 2대째 이어가고 있는 ‘지리산그린영농조합법인 운봉주조(이하 운봉주조)’로 남원시 운봉읍에 위치하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2020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되었으며, 전통주 체험관에는 전통술 빚기 체험을 위해 매년 800명 이상 운봉주조를 찾고 있다. 체험 비용 1인 1만5000원, 가양주 1ℓ체험. 

“막걸리를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게 스토리를 입히기 위해 개발한 것이 바로 지리산 허브로 만든 허브 막걸리입니다. 밤의 문을 연다는 ‘야관문’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지요. 1년 간의 연구 끝에 달달한 사랑이 익어갈 수 있는 ‘야관문 쌀 막걸리’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전통주 체험관을 설명 중인 최봉호 운봉주조 대표. 사진 / 조용식 기자
직접 막걸리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전통주 체험관. 사진 / 조용식 기자

허브 막걸리는 2011년과 2014년 농식품부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상을, 야관문 쌀 막걸리는 장관상을 받았다. 지역 농산물인 허브와 야관문을 이용함으로써 지역민과 상생을 도모하고, 전통주 체험관을 통해 지역관광 상품으로 자리매김 중인 최봉호 운봉주조 대표. 현재 베트남 달랏에서도 운봉주조 막걸리 제조공장을 운영함으로써 막걸리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다.

최봉호 대표는 “쌀 막걸리의 유통기한은 30일이며,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4주를 일주일 단위로 사계절로 구분한다”라며 “효모가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 봄이요. 가장 맛있는 때는 여름이며, 가을은 숙성의 단계가 들어가고, 겨울은 효모가 죽어가며 더 깊은 맛을 낸다”라고 설명한다.

전국으로 유통되는 막걸리는 일반적으로 10도 이하의 냉장에서 유통되며, 유통기한인 30일 정도는 효모가 충분히 살아있다고 한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알코올 도수 6도의 막걸리를 가장 맛있게 마시는 것은 제조 일자로부터 2~3일이 지난 막걸리를 흔들어 마시는 것이다. 이때는 술맛을 좌우하는 물과 효모가 숙성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며, 지리산 지하 200m 암반수의 물맛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하몽에서 소시지·햄 등 육가공 제품 생산, 더찹샵
지리산 운봉의 또 하나의 자랑은 ‘버크셔-K’로 알려진 지리산 흑돼지이다. 이 흑돼지를 기반으로 지난 2008년 하몽(돼지 뒷다리의 넓적다리 부분을 통째로 잘라 소금에 절여 건조·숙성 시켜 만든 스페인식 생햄)을 시작해 상품으로 선 보인지 올해로 10년이다.

지리산 흑돼지 넓적다리로 만드는 하몽. 사진 / 조용식 기자
더 찹샵은 하몽에서부터 수제 소시지, 햄, 베이컨, 비프 스낵, 퀄리티 미트 등 6가지 제품을 생산, 유통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지난해부터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드는 프리미엄 육가공 브랜드인 ‘더 찹샵(The chop shop)’을 통해 자연 발효를 통한 사퀴데리(돼지고기 식품인 하몽, 쿨라텔로, 살라미)부터 수제 소시지, 햄, 베이컨, 비프 스낵, 퀄리티 미트 등의 6가지 제품을 생산·유통하고 있다. 

박자연 더찹샵 대표는 “남원의 돼지고기, 지리산 허브를 비롯한 지역의 식자재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더찹샵에서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소시지 체험과 어른들이 흥미를 갖고 직접 만드는 하몽 체험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주말에는 더찹샵을 일반인들도 방문할 수 있는 매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더찹샵 로고가 세겨진 건물을 배경으로 서 있는 박자연 대표와 남아공 출신의 앤디(Andy) 공동대표(엔지니어). 사진 / 조용식 기자
1년에 한 번 진행되는 하몽 체험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소시지 체험 등을 진행하는 더 찹샵. 사진은 하몽 냉동 보관실에 걸려 있는 하몽. 사진 / 조용식 기자

100% 돼지고기로 만들어지는 소시지 체험은 아이들과 학부모들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소시지 체험을 한 후 150g의 소시지를 포장해서 집으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소시지를 직접 만든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도 자녀가 직접 만든 소시지를 집에서 함께 구워 먹으며 칭찬까지 이어지게 되니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소시지 체험은 15명을 기준으로 진행되며, 비용은 1인 1만6500원이다. 

마니아층이 많은 하몽 체험은 1년에 한 번 진행이 되는데, 지난해까지 3회가 이루어졌다. 온종일 진행되는 하몽 체험은 버크셔 강의를 듣고, 점심 후에 하몽을 만드는 체험이 이루어 지며, 마지막으로 더찹샵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곁들인 와인 파티가 진행된다.

하몽 체험은 20명 모집이며, 비용은 50만원이다. 첫 회에 하몽 체험을 한 고객은 “지난 연말 성탄절에 교회에서 목사님과 함께 하몽 파티를 했는데, 다들 너무 좋아해서 기쁘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박 대표는 ‘가장 뿌듯했다’고 말했다.

야생차 만들기 체험 통해 남원 차 문화 알림이, 매월당 고려단차   
남원시 금지면 매촌마을 보련산의 만학동 계곡에는 대규모의 야생차 군락지가 있다. 이곳에서 조금 내려오면 고려 시대부터 내려온다는 남원의 차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매월당 고려단차’가 자리하고 있다.

오동섭 매월당 고려단차 대표는 “매년 5월이면 매월당의 고려단차를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라며 “매월당의 야생차 만들기 체험은 보련산의 야생차 군락지에서 직접 찻잎을 따고, 만학동 계곡에서 차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에 차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매년 5월이면 야생찻잎을 따서 고려단차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차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매월당 마루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여행자들. 사진 / 조용식 기자

오전 9시나 10시에 매월당에 도착을 하면 차 한 잔을 마신 후에 차밭으로 가서 1시간가량 찻잎 100g을 딴다. 딴 차를 시들리게 한 후 점심을 먹고 나서 본격적인 차 만들기 체험에 들어간다. 종일 체험은 1인당 10만원이며, 말린 차는 택배로 집까지 보내진다.

어린이도 좋아하는 3시간 체험과 산에서 딴 찻잎과 꽃을 따다 차를 만들고, 다례를 배우며 차를 시음할 수 있다. 체험 비용은 3만원. 매월당에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차담 프로그램은 1만원이다. 

매월당 고려단차는 매년 5월 청정지역에서 자란 야생차의 찻잎을 딴다. 이렇게 딴 찻잎은 소나무 장작불로 380도로 달아오른 가마솥에서 찻잎 덖기를 하는데, 이는 찻잎이 산화 발효되지 않도록 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옥양목을 깐 멍석 위에서 손으로 찻잎을 부스러지지 않게 둥글리듯 비비는 찻잎 비비기가 끝나면 햇볕에 차를 말리게 된다. 이때 뭉친 찻잎은 잘 건조되도록 낱낱이 펴서 말린다. 매월당 고려단차는 찐 찻잎이 식기 전에 신속하게 보자기에 싸서 둥근 고려단차의 모양이 완성된다.

매월당 고려단차를 만드는 방법을 시연하는 오동섭 매월당 고려단차 대표. 사진 / 김기훈 사진 작가
 남원 보련산에 서식하는 야생차와 녹차 꽃을 따는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이렇게 만들어진 차는 부드러운 맛을 내기 위해 햇볕에 굽는 과정을 거친다. 잘 말린 차는 한지와 광목으로 밀봉을 한 후 항아리에 뚜껑을 닫고 1년을 기본으로 숙성을 하게 된다.  

보련산의 야생차 군락지는 매월당 김시습이 쓴 <만복사저포기>의 배경 중 한 곳으로 보련산의 옛 절인 보련사 터에 자리하고 있으며, 만복사저포기에 등장하는 양생과 하랑의 순애보가 그려진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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