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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멍우리 협곡, 비둘기낭 폭포와 함께하는 한탄강 벼룻길
멍우리 협곡, 비둘기낭 폭포와 함께하는 한탄강 벼룻길
  • 임요희 여행작가
  • 승인 2020.10.29 2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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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가깝고 방문객 적어 언택트 관광지로 제격
한탄강 하늘다리에서 주상절리 절벽 내려다보기 좋아
비둘기낭 폭포와 멍우리 협곡 등 놀라운 비경 볼 수 있어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서울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가족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여행스케치=포천] 언택트가 뉴노멀로 자리 잡으면서 되도록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곳을 찾아 여행을 즐기는 추세다. 한탄강 지질공원은 우리나라 최초로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질공원으로 그중 경기도 포천시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방문객이 상대적으로 적을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차로 1시간 거리라 가족 단위 여행지로 제격이다.

한탄강의 가장 큰 매력은 약 20억 년 전인 선캄브리아시대부터 중생대, 신생대 지층까지 골고루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지질 명소 총 24개소 중 포천시가 보유한 곳은 11개소로 연천군(9개소), 철원군(4개소)에 비해 지배적으로 많다. 특히 북한 평강군 오리산에서 분출한 현무암질 용암류가 옛 한탄강을 따라 흐르면서 형성한 현무암 협곡, 주상절리, 폭포는 인류가 살기 이전 지구의 모습을 상상하게 해준다.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한탄강 지질공원 내에 있다.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으로 불리는 멍우리 협곡.

현재는 벼룻길에서만 주상절리 볼 수 있어
한반도 허리를 휘감아 흐르는 한탄강(漢灘江)은 물의 흐름이 빨라 여울이 큰 강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탄식하는 강이라는 뜻의 한탄강(恨歎江)으로 잘못 아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한탄강이 워낙 역사의 소용돌이에 자주 휘말렸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195210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 한탄강을 배경으로 펼쳐진 백마고지 전투에서 중공군 14389, 아군 3428명이 전사하는 일이 있었다. 강변에는 시체가 산처럼 쌓였고 한탄강은 이들이 흘린 피로 붉게 물들었다.

27.9에 이르는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1코스 구라이길, 2코스 가마소길, 3코스 벼룻길, 4코스 멍우리길로 구분된다. 이 지역은 매년 1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지질탐사를 위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주상절리란 용암이 식으면서 사각이나 육각기둥 모양으로 굳은 것을 말한다. 한탄강 외에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서귀포시, 울릉도 해안, 포항 달전리 등에서 주상절리 경관을 만날 수 있다.

재 포천시는 안전을 위해 3코스 벼룻길 6.2km 구간만 개방하고 있다. 부소천협곡, 멍우리 협곡, 비둘기낭 폭포로 이어지는 한탄강 벼룻길은 어느 방향에서 시작해도 상관없지만, 주차장, 안내소,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잘되어 있는 한탄강 하늘다리를 출발점으로 잡는 것이 보통이다.

한탄강 지질공원의 명물로 자리 잡은 한탄강 하늘다리.
한탄강 하늘다리에는 세 곳의 스카이워크가 마련되어 있다.

한탄강 협곡을 두루 보는 하늘다리와 전망대
20185월 완공된 포천 한탄강 하늘다리는 길이 200m, 너비 2m, 높이 50m인 흔들다리 현수교이다. 한탄강 주상절리 협곡을 조망할 수 있는 스카이워크가 세 군데 마련되어 있어 흔들흔들 구름 위를 거니는 착각에 빠지게 해준다. 다리가 불안하게 흔들리기는 해도 성인 1500명이 동시에 건널 수 있도록 안전하게 설계됐으니 안심할 것.

포천 한탄강 하늘다리를 다 건너면 한탄강 주상절리길 2코스로 이어지지만 출입이 통제되어 있는 구간. 하늘다리를 돌아 나와 한탄강전망대와 비둘기낭 폭포를 둘러보는 게 순서이다.

한탄강전망대에 오르면 왼쪽으로 한탄강 유장한 물결과 주상절리 절벽이 어우러지는 한탄강 협곡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한탄강 전망대는 한탄강 주상절리길 1코스 구간인 구라이길의 끝지점이다. 한탄강전망대에 마련된 안내판에 따르면 구라이골은 굴바위골이라는 뜻으로 우거진 나무와 풀로 인해 협곡이 굴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구라이골은 냉각 과정이 다른 3매의 용암이 관찰되어 한탄강 협곡의 미니어처로 불린다. 가장 상부 5m의 두께의 암석층은 주상절리가 발달되어 있지 않아 괴상으로 존재하지만 중부와 하부로 내려갈수록 주상절리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북한 오리산에서 분출한 현무암질 용암류가 옛 한탄강을 따라 흐르면서 협곡을 형성했다.
가뭄으로 비둘기낭 폭포수의 흐름이 끊겼다.

신비한 물빛 지닌 비둘기낭과 멍우리 협곡
한탄강전망대에서 50m 거리에 비둘기낭 폭포 전망대가 있다. 비둘기낭 폭포는 불무산에서 발원한 대회산천이 말단부에 이르러 한탄강과 합류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폭포이다. 안타깝게도 가뭄으로 인해 폭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모습을 관찰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수십만 년 동안 물줄기에 침식되어 형성한 폭호(plunge pool)에는 신비한 푸른빛이 고여 있어 그 자체로 장관을 이룬다.

비둘기낭이라는 이름도 웅덩이가 산비둘기 둥지처럼 아늑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겨울이면 산비둘기 수백 마리가 추위를 피해 모여들었다고 한다. 시원하게 내리꽂히는 물줄기, 태고의 전설을 품고 있는 듯한 웅덩이, 신비한 물빛으로 인해 비둘기낭은 드라마 촬영지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비둘기날 폭포 전망대를 벗어나 하늘다리를 지나면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으로 불리는 멍우리 협곡 구간으로 접어들게 된다. 멍우리 주상절리대는 신생대 제4기 말기에 형성된 용암지대로 매우 험한 낭떠러지 구조로 되어 있다. 멍우리라는 지명도 넘어져 멍울이 생기기 쉽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또 다르게는 을리가 합쳐진 지명이라는 설이 있다. ‘이란 온몸이 황금빛 털로 덮인 수달을 의미하고, ‘을리는 한자의 ()’ 자처럼 물이 굽어짐을 의미한다. 즉 황금빛 수달이 사는 곡류라는 뜻이다.

멍우리 협곡 구간은 총 4km로 벼룻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 역시 안전을 위해 강변으로 내려가는 길이 폐쇄되어 있기 때문에 오솔길 산책로를 이용해야 한다. 강변 흰 모래를 직접 밟을 수는 없지만 군데군데 협곡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어 드론 샷을 찍기 좋다.

Info 한탄강 벼룻길
한탄강 주상절리길 3코스 벼룻길을 찾아가려면 내비게이션에 비둘기낭 폭포를 입력하면 된다. 벼룻길 6.2km를 왕복하는 데 도보로 총 3시간이 소요된다. 도중에 화장실이나 매점이 없으므로 한탄강 하늘다리 부근 편의시설에서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하고 출발해야 한다.
주소 경기 포천시 영북면 대회산리 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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