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12월호
[트레킹 여행] 전북 남원 신선둘레길+신선자락길 산내면, 지리산의 안쪽에 숨은 여행 명소
[트레킹 여행] 전북 남원 신선둘레길+신선자락길 산내면, 지리산의 안쪽에 숨은 여행 명소
  • 글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20.11.11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연 속의 절경
자연 속의 절경

[여행스케치=남원] 남원시내에서 35km쯤 떨어진 산내면은 서쪽의 반야봉(1732m)을 기준으로 전남 구례, 경남 하동과 맞닿은 곳이다.지리산 북부권역의 대표 여행지인 뱀사골, 달궁, 정령치 등이 이곳에 있다. 지리산둘레길 중 가장 찾는 이가 많은 3구간(인월~금계)도 산내면을 지난다.

신선둘레길은 산내면 초입인 장항마을이 기점인데 1코스는 장항마을~원천마을~팔랑마을~팔랑치~바래봉(1165m)까지 9.5km, 2코스는 팔랑마을까진 동일하고 이후 내령마을~반선(뱀사골)~학천마을~덕동마을~달궁마을까지 15.8km다. 다만 1코스는 종점인 바래봉에서 운봉으로 내려서야 하므로 4.8km를 추가해야 한다. 산내면에는 지리산둘레길과 신선둘레길 외에도 만수천 곁을 따르는 신선자락길(3km)이 있다. 이번엔 신선둘레길 일부와 자락길을 한 바퀴 이어 걷기로 한다. 약 11km에 5시간쯤 걸린다.

곰재에 있는 소나무, 곰솔.
곰재에 있는 소나무, 곰솔.
신선둘레길과 신선자락길을 한 번에 이어 걷는 게 좋다.
신선둘레길과 신선자락길을 한 번에 이어 걷는 게 좋다.

숲속을 걸어요, 신선둘레길

원천마을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신선둘레길은 마을 뒷산이고, 신선자락길은 도로 건너 삼화마을 쪽인데, 출발한 곳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여서 어디로 가든 상관은 없다. 둘레길은 주로 산길이고, 자락길은 물길이니 산길로 올랐다가 물길로 하산하는 게 나을 것도 같다.
골목을 돌아 원천마을 뒷산으로 올라선다. 미처 수확을 하지 않은 사과열매가 주렁주렁 담장 밖으로 가지를 뻗고 늘어졌다.
남쪽의 숲은 찬바람 속에서도 여전히 초록이었다. 초록 바람은 곰솔에서 불었다. “곰이 하늘을 보고 누운 형상”이어서 곰재가 된 고갯마루엔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소나무가 있다. 곰재에 있어 덩달아곰솔인 소나무는 양팔을 활짝 펴고 오가는 이들에게 두루두루 좋은 기를 흩뿌린다. 곰솔을 지나면 지리산 천왕봉(1915m)으로 가던 신선이 마셨다는 참샘이 있다. 비가 안 온지 꽤 여러 날 되었는데도 산은품안에 가두었던 물을 목마른 둘레꾼을 위해 풀어두고 있었다.
신선둘레길 대부분은 사계절 초록인 침엽수와 계절을 좇아 한 해를 마감하는 활엽수로 이뤄졌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고, 마실처럼 편한 오솔길도 있다. 비석을 세웠을 법한 받침돌도 보인다. 직사각형으로 파인 홈 안엔 이끼와 낙엽이 들어찼다. 그 옛날 이쯤에 누군가의 무덤이나 사찰이 있었을까? 산내면엔 백장암, 서진암, 약수암 등의 산중암자가 있다. 모두 신라 흥덕왕 3년(828) 홍척 증각대사가 창건한 실상사의 속암들이다. 돌은 길 한쪽에 버려지듯 묻혔지만 따뜻한 역사의 온기가 느껴졌다.

신선자락길은 물길이 주를 이룬다.
신선자락길은 물길이 주를 이룬다.
신선자락길은 물길이 주를 이룬다.
삼화마을에 있는 소동폭포.

신선둘레길과 자락길을 한번에
어둑한 숲을 빠져나오면 팔랑마을에 닿는다. 신선둘레길 1코스는 이마을에서 팔랑치로 이어진다. 두 지점간 거리는 2km, 팔랑마을은 팔랑치를 거쳐 바래봉으로 가닿는 가장 짧은 길이다. 5월이면 팔랑치를 중심으로 온 산이 철쭉으로 붉게 물이 든다. 겨울엔 지리산 내에서도 제일 멋진 설경을 연출하는 곳이기도 하다. 천왕봉과는 달리 접근이 쉬워 눈꽃을 보려는 이들로 붐비는 산이다.
오늘은 2코스 방향인 산 아래로 걸음을 옮긴다. 포장도로를 내려선 다음 2차선 아스팔트를 건너 폭포가든 옆으로 들어선다. 길은 개울너머의 숲으로 연결됐다. 신선둘레길을 완전히 벗어나 신선자락길로 접어든 셈이다. 내령과 삼화마을을 잇는 자락길은 단출한 3km다. 차를 세워두고 왔다면 돌아가는 거리를 감안해 6km가 된다. 이번처

럼 원천마을에서 출발해 둘레길과 자락길을 한 번에 이어 걷는 게 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각각 다른 길이지만 한 바퀴 걷고 나면 주차해둔 곳으로 자연스레 돌아갈 수 있으니까. 손님으로 북적였을 평상이 소나무 아래 띄엄띄엄 간격을 두고 놓였다. 계절이 떠나면서 평상 위에도 흙먼지와 떨어진 나뭇잎만 남았다. 1번이라고 적힌 이정표 앞에서 숲으로 들어선다. 간간이 오르막이 나오지만 앞서 걸었던 둘레길에 비하면 평지에 가깝다. 길만 좋은 게 아니다. 왼쪽으로 만수천이 흘렀다. 만수천은 지리산에서 발원한 심원, 달궁, 뱀사골 등의 계곡수가 합쳐 흐른 물줄기다. 물은 차가운 공기와 부딪혀 더 맑게 흘렀다.

사계절 초록인 소나무길.
신선자락길의 바위들.
사계절 초록인 소나무길.
사계절 초록인 소나무길.
사계절 초록인 소나무길.
숲이 많은 신선둘레길.

물길을 걸어요, 신선자락길
작은 지류 앞에 등을 돌리고 앉은 마을주민이 보인다. 얇은 천에 흙을 담아 물로 씻어내는 작업을 번갈아 하고 있다. 일행을 제하곤 처음 만난 사람이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여쭈니 사금 채취 중이란다. “흙은 다른 곳에서 퍼왔고 채취 작업만 하고 있어요. 한번 만져보실래요?” 얇고 하얀 천에 고운 모래가 담겼다. 엄지와 검지로 조금 집어 문지른다. 와, 아기 피부처럼 부드럽다. 수분이 마르면서 손에 묻었던 노란색이 빛을 뿜었다. 바람에 날아가는 게 아쉬웠다.

잡고 싶지만 잡을 수 없는 금빛 가루다. 물줄기 자갈밭으로 내려선다. 만수천 징검다리는 저 너머 펜션가로 이어지지만 자락길은 물을 등지고 숲으로 연결된다. 가을을 벗어나 겨울을 준비하는 숲은 여전히 생명력으로 들끓었다. 낙엽을 밟고 지나는 작은 짐승들의 발자국 소리가 드문드문 들렸다. 길 위엔 다람쥐를 기다리는 무수한 열매들이 떨어졌다. 등산화에 밟힌 도토리는 그 자리에서 으스러졌다. 열매는 건조했지만 숲은 만수천의 수분을 머금고 촉촉하게 흔들렸다.
예전엔 마을이었던 자리도 지난다. 무너진 돌담이며 넓고 평평한 공간은 이 자리에 들어섰던 마을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었다. 사는 이도 없고, 걷는 이도 많지 않아 몇몇 바위엔 이끼가 진득하다. 낙엽을 밟을 땐 음악 같은 바스락 소리가 들렸다. 데크로 들어서자 만수천 물줄기가 가깝게 다가왔다. 잠시 계곡으로 내려선다. 만수천 일대는
기괴한 모양의 바위들로 채워져 있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이 일대는 “선캄브리아기의 지리산편마암복합체인 흑운모편마암과 반려암의 경계 지역”이다. 두 눈에 담긴 풍경은 어려운 표현을 이해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확연했다. 오랜 세월 물길에 길들여진 바위는 좀 전에 만졌던 사금모래처럼 부드러웠다. 회색의 바위엔 흰색의 줄이 그어졌다. 각자 분리된 바윗덩이는 해변에 무리를 지어 모여든 물개 떼처럼 보였다. 와와, 감탄이 절로 났다. 물놀이 인파가 몰리는 곳이지만 그 외엔 딱히 알려지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였다.
한참을 바위에서 머문다. 바람은 서늘했지만 서늘한 만큼 하늘은 투명했고 지리산 계곡수를 담은 만수천은 그 하늘을 그대로 품은 채 머나먼 길, 낙동강을 지나 남쪽 앞바다로 흘러들 것이다. 여기도 보고 저기도 보고, 바위를 거닐다 자락길로 들어선다. 숲과 물 사이엔 데크와 계단이 놓여 추운 날씨에도 걱정이 없다. 그래도 조심조심, 미끄러운 바위와 가파른 숲길에선 안전에 유의한다.
팔랑마을을 떠나 2시간쯤 지났을 때 삼화마을에 닿는다. 삼화마을은 소동폭포로도 유명하다. 자료에는 “어떤 반려암 복합체는 곳곳에 줄무늬가 있고 균일하지 않으며 층도 불규칙적인데, 이러한 암석을 기반암으로 하는 소동폭포”라고 적혔다. 검은색 바위에 ‘蘇東瀑布(소동폭포)’라는 글귀가 쓰였지만 물은 없다. 물이 없어도 아쉽진 않다.
약 11km를 걸으며 보아온 풍경에 비하면 물 없는 폭포의 아쉬움쯤은 감수하고도 남는다. 마을을 벗어나 2차선 도로를 건넌다. 한낮에 세워둔 차는 어느새 어스름 그림자 안에 갇혔다. 차를 몰아 원천마을을 벗어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