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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이달의 추천 여행지 ②] 경북 성주 성밖숲과 생명문화 여행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가 어우러진 곳
[이달의 추천 여행지 ②] 경북 성주 성밖숲과 생명문화 여행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가 어우러진 곳
  • 노규엽 기자
  • 승인 2020.11.15 17: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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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300년 이상의 왕버들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성밖숲. 사진 제공 / 성주군청
수령 300년 이상의 왕버들나무들과 맥문동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경북 성주군 성밖숲 풍경. 사진 제공 / 성주군청

[여행스케치=성주] 성주 하면 참외가 자동 연상될 정도로 성주는 참외의 고장이다. 동서로 낙동강과 가야산을 둔 자연 환경이 참외 생산에 최적의 조건이기 때문. 이와 함께 ‘생(生)ㆍ활(活)ㆍ사(死) 생명문화의 고장’을 내세우고 있는 성주에는 내딛는 걸음마다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장소들이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성주에는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이천과 백천이라는 중요한 물줄기 두 개가 가지런히 흐르고 있다. 그 중 성주읍 서남쪽을 감싸며 흐르는 이천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수령 300~500년으로 추정되는 왕버들나무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성밖숲이다.

옛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숲
성밖숲의 정식 명칭은 ‘성주 경산리 성밖숲’이다. 천연기념물 제403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 숲은 조선시대에 성주읍성의 서문 밖에 만들어진 인공림이다. 정순오 성주군 문화관광해설사는 “성밖숲에 관해서는 구전으로 전해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옛 읍지인 <경산지>와 <성산지>에도 수록되어 있어 그 유래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10월의 성밖숲 풍경. 사진 / 노규엽 기자
성밖숲 11월의 풍경. 사진 제공 / 성주군청
성밖숲 여름 풍경. 사진 제공 / 성주군청
성밖숲 겨울 풍경. 사진 제공 / 성주군청

“조선중기 성밖 마을에서 아이들이 이유 없이 죽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에 한 지관이 말하기를 ‘마을에 있는 족두리바위와 탕건바위가 서로 마주보고 있어 이런 재앙이 발생하니, 두 바위의 중간 지점에 밤나무 숲을 조성해야 한다’고 하여 숲을 만들었더니 우환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후 임진왜란을 겪으며 먹을 것이 부족해지자 밤나무의 과실인 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민심이 흉흉해져 밤나무를 베어내고 왕버들로 다시 조성하였다고 하죠.”

성밖숲은 한때 아예 사라질 위기를 극복하기도 했단다. 1980년대까지 국내에 성행했던 잠사업으로 인해 누에고치를 만들기 위한 뽕나무밭을 넓힐 요량으로 왕버들나무들을 베어내려 했으나, 성주 사람들의 노력으로 성밖숲은 지켜졌다.

다시 더 세월이 흘러 잠사업이 사장됨에 따라 뽕나무밭이었던 땅은 잔디광장으로 변했고, 잠사업으로 사라질 위기를 겪었던 성밖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남아있으니 굴곡진 인생사를 보는 듯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정순오 해설사는 “그만큼 성밖숲은 성주를 대표하는 의미를 지녔다”며 “모진 풍파가 와도 기어이 일어서는 성주 사람들의 기질을 닮아있다”고 말한다.

“성밖숲은 사계절이 모두 좋습니다. 강과 숲이 함께 있으니 휴식 공간으로 좋고, 7월말~8월초에는 나무 아래 심어놓은 맥문동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며 위는 진녹색, 아래는 보랏빛으로 물드는 풍경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가을에는 왕버들 단풍도 참 곱죠. 밤에는 야간행사를 열 때도 있어, 성주 야경을 함께 즐기기 위해 방문하기 좋은 곳입니다.”

생과 삶, 죽음에 얽힌 생명문화의 장소
성밖숲 외에 성주가 ‘생ㆍ활ㆍ사 생명문화의 고장’으로 불리게 된 이유를 지닌 장소들도 흥미롭다. 각기 생명의 공간인 ‘생’과 활기 넘치는 삶의 터전 ‘활’, 평온의 안식처 ‘사’를 의미하는 곳들이다.

세조의 비석은 글씨가 훼손되었으며, 금성군 등의 석조물은 사라져 있는 등 역사적 사건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세종대황자 태실. 사진 / 노규엽 기자
세종대왕자 태실의 겨울 모습. 사진 제공 / 성주군청

먼저 생에 해당하는 장소는 ‘세종대왕자 태실’이다. 태실은 왕실에서 자손을 출산한 후 그 태를 봉안하던 곳을 말하는데, 이곳은 세종대왕의 아들 18명과 손자 단종의 태가 묻혀있는 곳이다.

세종대왕자 태실은 전국의 여러 태실 유적 중에서도 예외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곽명창 성주군 문화관광해설사는 “조선 초기 태실의 특징을 알 수 있는 사료로 여겨지는 곳”이라며 “세종대왕 왕자 태실로 적는 등 잘못 표기된 경우도 있지만, 왕자들만이 아닌 원손인 단종의 태도 있으므로 세종대왕자 태실이라 쓰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

사료로서의 가치 외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역사에 비추어 봐도 세종대왕자 태실은 흥미를 유발하는 곳이다. 세종의 둘째 아들인 세조가 조카인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위에 올랐던 인물인 탓이다. 수양대군이 왕(세조)이 된 이후 즉위에 반대한 안평대군 등 다섯 왕자들의 태실의 경우 사각형의 기단석을 제외한 석물이 파괴되어 남아 있지 않다.

생태문화공원의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한개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사진 제공 / 성주군청
한개마을의 가을 풍경. 사진 제공 / 성주군청

한편, 세종대왕자 태실에서 개울 건너편에 조성되어 있는 생명문화공원도 들를 만하다. 이곳에는 전국에 산재한 조선시대 왕들의 태실을 축소모형으로 제작하여 야외 광장에 전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태실문화관도 방문하면 우리나라에서 행해졌던 태를 묻는 문화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살아감의 활에 해당하는 장소는 한개마을이다. 순수 우리말 이름인 한개는 크고 넓다는 뜻의 ‘한’과 큰 물이 드나드는 곳을 뜻하는 ‘개’가 합쳐진 것으로, 큰물이 졌다가 빠져나가면서 생겨난 큰 개울로 인해 붙여진 이름이다. 17세기 이후 과거합격자가 33명(무과 1명 포함 34명) 배출된 곳으로, 충절과 지조, 높은 학문, 독립운동 등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이 많이 나온 곳으로도 알려졌다.

마을 내에는 경상북도 지정문화재 9채를 비롯해 대부분 18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건립된 전통가옥들이 남아있다. 곽명창 해설사는 “집 안에 소나무를 심어놓은 한개마을만의 한옥구조가 있다”며 “그런 점을 확인하며 둘러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책하며 한옥 안팎의 풍경을 자유로이 감상해도 좋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입구에서 문화관광해설을 요청하여 주요 가옥 한 채, 한 채에 담긴 역사 이야기를 함께 들으면 더욱 알찬 곳이다.

성주 성산동 고분군 전시관 모습. 노규엽 기자
성산동 고분군의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끝으로, 죽음의 사에 해당하는 장소로 옛 성산가야인들의 안식처인 성산동 고분군이 있다. 성주의 고대역사인 성산가야(또는 벽진가야)와 관련된 이 고분군은 5~6세기 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까지 번호를 붙여 관리하고 있는 고분만 320기 이상이며, 멸실되거나 봉토가 깎여나간 고분을 포함하면 수백기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성산동 고분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읍과 가까운 성산 일대. 이곳에는 성산동 고분군 전시관이 오픈을 앞두고 있어, 성주의 옛 역사와 문화에 접근할 수 있는 문화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야산 자락 아래에서 시작의 역사를 읽다
성주 여행에서 빼놓으면 아쉬울 곳이 가야산이다. 특히 가야산 등산코스 중 아름답기로 소문난 만물상 코스를 보유하고 있는 성주는 수많은 등산객들이 들머리나 날머리로 이용한다.

가야산의 만물상 코스의 가을 풍경.
가야산의 만물상 코스의 가을 풍경. 사진 제공 / 성주군청
가야산 역사신화테마관 전경. 사진 / 노규엽 기자
가야산 역사신화테마관 내부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최근에는 가야산 등산을 하지 않더라도 가야산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만들어졌다. 가야산역사신화테마관과 가야산야생화식물원, 그리고 뒤편의 산책로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가야산역사신화공원이다.

먼저 테마관에서는 가야 건국 설화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가야산 산신인 정견모주가 이 땅의 백성들을 걱정하여 하늘에 기도를 올린 결과 천신인 이비가지와 결혼을 하여 두 아들을 낳았고, 첫째아들 뇌질주일이 대가야의 시조 이진아시왕이 되고 둘째 아들 뇌질청예는 김해로 가서 금관가야의 시조 김수로왕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또한 아이들이 좋아하는 VR체험 시설 등이 있어 관람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정도다.

가야산 야생화 식물원의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가야산 야생화 식물원 입구. 사진 / 노규엽 기자

테마관 뒤편으로 가면 가야산 원시림 사이로 나무데크를 설치해 산책을 하기 좋은 정견모주의 길이 있고, 테마관 옆에 있는 가야산야생화식물원에서는 가야산 남북권 식물들을 볼 수 있다.

식물원에는 국내에서 자생하는 난대식물들을 볼 수 있는 온실도 있어 야생화가 드문 늦가을 이후에도 좋은 방문지가 된다. 박신자 성주군 문화관광해설사는 “가야산역사신화테마관에서는 천연비누 만들기 체험이 준비되어 있고, 국립공원공단과 연계해 숲체험도 할 수 있다”며 “야생화식물원에서도 자연물을 이용한 공작 체험이 있어 사계절 가족 여행지로 아주 좋다”고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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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llc 2020-11-16 12:27:19
한번 꼭 가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