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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2월호
[신정일 칼럼] 내 마음의 보물 하나 갖기 운동
[신정일 칼럼] 내 마음의 보물 하나 갖기 운동
  • 신정일 문화사학자ㆍ문화재청 문화재 위원
  • 승인 2020.12.28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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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 단속사지 석탑. 일러스트 / 임산희
경남 산청 단속사지 석탑. 일러스트 / 임산희

[여행스케치=서울] "그대에게 아주 간단한 법칙을 보여주겠네. 눈앞에 엄청난 보물이 놓여 있어도 사람들은 절대로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네. 왜 그런 줄 아는가? 사람들이 보물의 존재를 믿지 않기 때문이지.”파울루 코엘류의 <연금술사>에 실린 글이다.

대다수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사는 바로 그 옆에 대단한 보물이 있는 것을 감쪽같이 모르는 채 살고 있다. 그 보물은 국보일 수도, 보물일 수도, 아름다운 옛집이나 정자, 혹은 천연기념물일 수도 있다.

<국어사전>은 보물에 대해 “썩 드물고 귀한 가치가 있는 보배로운 물건.”“예로부터 대대로 물려 오는 귀중한 가치가 있는 문화재라고 실려 있다. 국보는 나라의 보물로 문화재 가운데 특히 가치가 큰 문화재를 가리킨다. 문화재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하고 국가의 보호를 받게 된다.

전남 구례 화엄사 각황전 석등. 일러스트 / 임산희
전남 구례 화엄사 각황전 석등. 일러스트 / 임산희

역사와 문화유산을 주제로 강연하다가 청중에게 물을 때가 있다.

“여러분 중에 우리나라 국보 1호에서 10호까지 제대로 알고 있는 분 있으면 제가 10만원을 드리겠습니다. 손들어 보세요.”

한 사람도 들지 않는다.
“그럼 국보 1호가 무엇이지요?”
“숭례문”, “남대문”
"2호는요?”

그때부터 말이 막힌다.
“힌트, 탑골공원에 있어요.”

이어지는 3호, 4호에 대한 물음에 여기저기서 스마트 폰으로 검색한 후 “진흥왕 순수비”, “고달사지 승탑”이라고 말한다.

<국보 /  보물>
1호 서울 숭례문   / 서울 흥인지문
2호 서울 원각사지 십층석탑   / 옛 보신각 동종
3호 서울 북한산 신라 진흥왕 순수비   / 서울 원각사지 대원각사비
4호 여주 고달사지 승탑    /  안양 중초사지 당간지주
5호 보은 법주사 쌍사자 석등    / - (공란)
6호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   / 여주 고달사지 원종대사탑비
7호 천안 봉선홍경사 갈기비   / 여주 고달사지 원종대사탑
8호 보령 성주사지 낭혜화상탑비   / 여주 고달사지 석조대좌
9호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    / 용인 서봉사지 현오국사탑비
10호 남원 실상사 백장암 삼층석탑    / 강화 장정리 오층석탑
서울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 일러스트 / 임산희
서울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 일러스트 / 임산희

영어 단어 몇 개 더 외우고, 수학 공식을 더 잘 풀어야 좋은 학교, 좋은 직장, 좋은 집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 헌법처럼 정해진 나라에서 “국보 1호에서 10호까지 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하고 묻는다면 뭐라고 딱히 대답할 말은 없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구성원들이 오천 년 역사 속에 갈고닦은 솜씨와 창의성으로 만들어낸 문화재 중 국보 열 개도 알지 못한다면 그 문화재들이 말은 못해도 얼마나 서운해 하겠는가?

전북 익산 왕궁리 석탑. 일러스트 / 임산희
전북 익산 왕궁리 석탑. 일러스트 / 임산희

어떻게 하면 우리 민족의 구성원들이 민족의 자랑스러운 유산인 문화유산을 사랑하게 될까? 간단하다. ‘내 마음에 보물 갖기 운동’을 펼쳐야 한다.

오래전에 국가에서 일사일산(一社一山) 운동을 벌이도록 독려했던 때가 있었다 한 회사가 한 산을 관리하고 보존하는 형식적인 운동이었다. 그 당시에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사회 운동이었다. 그 일사일산 운동처럼 문화재 사랑과 국토를 사랑하는 운동을 펼쳐야 할 때다.

예를 들어, 부여의 정림사지 오층석탑이나, 경주의 다보탑과 석가탑, 안동의 만휴정, 강릉의 경포대, 익산 미륵사지 석탑이나 전주 전동성당, 합천 영암사지 쌍사자 석등, 여주의 영릉, 안동의 충효당. 대전 동춘당, 성종과 손순효의 흔적이 남아 있는 서울 경회루나 영남루나, 촉석루, 광한루 등이 그 대상이 될 것이고, 누구나 그중 하나를 내 마음에 보물로 지정하면 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곳이 여러 사람의 보물이 되어 일종의 팬덤 현상이 된다면 그 장소에서 작은 축제를 벌여도 좋으리라.

경북 경주 감은사지 석탑. 일러스트 / 임산희
경북 경주 감은사지 석탑. 일러스트 / 임산희

우리나라의 보물, 내 마음속에 보물이 된 그 기적 같은 보물을 세계 속에 널리 알리기 위해, 한류스타인 방탄소년단이나, 전지현, 아이유, 이효리, 배용준, 그리고 아이돌 스타들과 70년대와 80년대를 풍미했던 송창식(토함산이나 선운사)와 양희은(한계령) 이미자(흑산도 아가씨) 등이나 봉준호, 송강호, 김희애, 등의 인기인, 그리고 국내외에 알려진 문화예술인들에게 하나씩 갖도록 하자.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국보나 보물, 명승, 등을 <내 마음의 보물>로 지정하여 사랑하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세계 속으로 번져나가 유네스코도 이 운동에 동참할 것이다.

"비록 나는 가난하지만, 당신은 나의 보물입니다. 비록 나의 마음은 어둡지만, 당신은 나의 빛입니다"

우수의 철학자 키르케고르의 <유혹자의 일기>에 실린 글과 같이 마음이 어둡고, 쓸쓸할 때도 그 보물만 떠올리면 가슴이 훈훈해지고, 생기가 돌며 문득 달려가서 보고 싶은 ‘내 마음의 보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내 마음속에 그 보물이 그리우면 버선발로 달려가서 얼싸안거나 지긋이 바라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것이 바로 문화재 사랑이고 국토 사랑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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