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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비대면 여행지를 걷다 ②] 너른 호수와 은밀한 계곡을 만나다 괴산 산막이옛길과 갈은구곡
[비대면 여행지를 걷다 ②] 너른 호수와 은밀한 계곡을 만나다 괴산 산막이옛길과 갈은구곡
  • 노규엽 기자
  • 승인 2021.03.10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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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노규엽 기자
연하협구름다리는 산막이옛길 종착점에서 괴산호를 건너갈 수 있는 출렁다리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괴산] 장기화가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봄이 와도 어딘가로 떠나기가 쉽지 않다. 사방이 막힌 실내 시설은 아직 꺼림칙하니 싱그러운 바람을 맞을 수 있는 야외를 찾게 된다. 그럴 때 산과 계곡이 많은 우리나라의 환경이 다행이다. 4월을 맞아 연둣빛 잎사귀와 꽃들이 반기는 비대면 숲길을 찾아보자.

속리산국립공원의 북쪽 끝자락에 자리한 괴산군 칠성면에는 갈론계곡이라는 물줄기가 흐른다. 골이 깊기로 소문난 괴산에서도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 찾는 사람이 적은 호젓한 계곡이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언택트 관광지 100선에 이름을 넣기도 한 이곳은 익히 유명한 산막이옛길과 연계하여 방문하면 더욱 좋다.

산막이옛길에는 여러 즐길 거리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전망대에서 괴산호에 유람선이 떠가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전망대에서 괴산호에 유람선이 떠가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연하협구름다리를 건너 갈론계곡 방면으로 갈 수 있다.
연하협구름다리를 건너 갈론계곡 방면으로 갈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괴산호를 사이에 둔 산막이옛길과 갈론계곡
괴산군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며 남한강을 향해가는 달천. 그 상류에는 괴산수력발전소가 있고, 발전소 댐에 가로막혀 만들어진 괴산호가 있다. 괴산의 명소인 산막이옛길과 갈론계곡은 괴산호를 사이에 두고 서쪽과 동쪽에 각기 자리하고 있다.

산막이옛길은 2011년 조성된 이래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발걸음을 한 곳이다. 편도길이 4km로 약 1시간이면 걸을 수 있는 점과 도착지에서 유람선을 타고 괴산호 주변의 풍경을 보며 회귀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곳이 물에 잠기기 전에는 사람들이 괴산 읍내를 오가기 위해 이용했던 길이라는 스토리텔링 등이 끊임없이 산막이옛길로 사람들을 이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산막이옛길을 걸으며 만나는 꾀고리전망대. 사진 / 노규엽 기자
진달래동산. 사진 / 노규엽 기자
4월경이면 진달래가 흐드러지는 진달래동산. 사진 / 노규엽 기자

산막이옛길을 찾아가면 먼저 울창한 소나무숲이 객을 반긴다. 왼편으로는 괴산호의 풍경을 보며 걷게 되니 색다르게 시원한 느낌이 드는 길이다. 이어지는 나무데크를 따라 걷는 길에는 군데군데 전망 공간도 마련해놓아 괴산호와 그 위를 떠가는 유람선을 보며 즐기기 좋다.

1시간 내외의 짧은 길에서 마주하는 모습들도 다양하다. 호랑이굴, 매바위, 여우비 바위굴 등 깊은 산에서나 마주할 법한 바위들이 스쳐지나가고, 앉은뱅이 약수며 꾀꼬리 전망대 등 풍경을 벗 삼아 쉴 수 있는 쉼터도 종종 있다. 산막이옛길과 연계하여 등산을 즐길 수도 있는 등산로도 있어 시작점으로 돌아가는 다른 방법도 선택할 수 있지만, 갈론계곡으로 연결하려면 이 길의 끝까지 걸어 연하협구름다리까지 가야 한다.

갈론계곡만 선택할 경우 한적한 도로를 따라 연하협구름다리까지 간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갈론계곡만 선택할 경우 한적한 도로를 따라 연하협구름다리까지 간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한편, 산막이옛길을 선택하지 않고 곧장 갈론계곡으로 향하는 방법도 있다. 군내버스 이용 기준으로 산막이옛길 종점의 바로 앞 정류장인 외사리 정류장에서 시작하여 수전교 다리를 건너 괴산호를 거슬러 걷는 길이다. 수전교 이후부터 차도를 따라가는 길이지만 차량 이동이 많지 않고 길이 고즈넉해 쉬엄쉬엄 걸을 만하다. 이 길에서는 괴산호를 가로막은 수력발전소 댐 모습을 산막이옛길보다 자세히 볼 수 있다.

산막이옛길의 병풍루. 사진 / 노규엽 기자
산막이옛길에는 괴산호 풍경을 보며 쉬어갈 곳이 많다. 사진 / 노규엽 기자

INFO 산막이옛길
주소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546-1

넓은 암반에 계곡이 흐르는 강선대 앞의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넓은 암반에 계곡이 흐르는 강선대 앞의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숨바꼭질하듯 찾아내는 재미가 있는 갈론계곡
어느 길을 선택하든 연하협구름다리에 이르면 주차장이 있는 곳에서 괴산호로 흘러드는 물줄기와 나란히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간다. 주차장부터 갈론계곡까지는 약 2km 거리. 주차장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충청도 양반길로 연결되는 출렁다리가 또 하나 나오지만, 갈론계곡으로 향하는 길은 계속 도로를 따른다.

펜션 건물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면 이내 갈론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을 끝자락에 있는 갈론산촌체험관까지 이르면 눈앞으로 갈론교가 보이고, 다리를 건너면 갈론계곡의 영역으로 들어선다.

갈은구곡 지도.

 

갈론계곡은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해있다. 갈론계곡은 계곡 인근에 갈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아홉 곳의 명소가 있다고 해서 갈은구곡으로도 부른다. 절경이 펼쳐지는 각 곡마다 한시가 새겨져 있어 계곡을 걷는 동안 숨바꼭질을 하듯 9개의 명소를 찾는 여행이 시작된다.

갈은구곡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오른편으로 2단 절벽 위에 비석을 세운 듯 서있는 바위다. 바위 아래 부분을 보면 작게 갈은동문이라 쓰여 있는데, 갈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숨어 사는 마을로 들어가는 문이라는 뜻이다. 이곳부터 갈은구곡을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된다.

갈은구곡의 제1곡은 장암석실이다. 갈은동문을 지나 계곡이 두 갈래로 나뉘는 입구에 있는 마당바위 옆 암벽에 이름을 새기고, 정면이 ㄱ자로 파인 암벽에 시를 새겼다. 오래된 글씨는 잘 보이지 않고, 한자를 읽는다 해도 뜻까지 알아채기는 어려우니 바위와 주변 풍경을 즐기는 것으로 만족해도 좋겠다.

2곡 갈천정은 갈은동문 바위 반대편으로 계곡 건너편 바위지대를 말한다. 갈천이라는 사람이 은거했다는 장소로, 갈론마을의 지명 유래가 된 곳이다. 갈천정은 계곡 건너편에 있기에 가까이서 보려면 계곡을 건너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이어지는 3곡 강선대는 갈은구곡 중 가장 찾기 쉬운 곳이다. 단, 길을 확실히 알아야 하는데, 옥녀봉 탐방로 이정표가 서있는 곳에서 ‘탐방로 아님’이 적힌 길로 가야한다. 잠시 걸어 다시 계곡을 만나는 지점에서 건너편에 툭 튀어나온 바위와 그 아래 강선대라는 글씨가 보인다. 이름 그대로 신선이 내려왔다는 곳으로, 앞으로 계곡물이 너럭바위를 휩쓸며 흘러 작지만 멋진 풍경을 뽐낸다. 신선들이 평평한 바위 위로 흐르는 계곡에서 놀다가 튀어나온 바위 아래 그늘에서 쉴 것만 같은 장소다.

강선대 뒤편으로 이어지는 길은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출입이 불가한 곳이니, 4곡 이후의 탐방을 위해서라도 앞전 갈림길로 돌아와 옥류봉 방면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간다.

INFO 연하협구름다리 주차장
주소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198-1

4곡부터는 옥녀봉 등산로를 따라가면서 볼 수 있다. 사진은 4곡 옥류벽. 사진 / 노규엽 기자
4곡부터는 옥녀봉 등산로를 따라가면서 볼 수 있다. 사진은 4곡 옥류벽. 사진 / 노규엽 기자
등산로를 오르며 계곡을 살피며 걸어야 9가지 명소를 찾을 수 있다. 사진제공 / 괴산군청
등산로를 오르며 계곡을 살피며 걸어야 9가지 명소를 찾을 수 있다. 사진제공 / 괴산군청

갈은구곡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바위들
네 번째 경치부터는 산길을 오르며 만난다. 길이 아주 험한 편은 아니지만 3곡까지처럼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은 아니므로 가벼운 등산을 한다는 정도의 마음가짐은 가져야 한다. 등산로를 따르면 한동안 계곡이 보이지 않아 불안해지기도 하는데, 3곡에서 약 1km를 이동해야 4곡을 만날 수 있다.

4곡과 5곡은 계곡을 유심히 살피며 걸어야 발견할 수 있다. 먼저 4곡을 찾아야 하는데 계곡 왼편으로 시루떡을 쌓아놓은 듯 층을 이루고 있는 절벽이 4곡 옥류벽이다. 옥 같은 물이 흐른다는 뜻의 옥류벽은 바위 아래 그림자를 드리운 층층바위 풍광을 보는 곳이다. 

옥류벽에서 상류로 약 100m 떨어져 협곡이 ㄱ자로 꺾이는 오른쪽에 5곡 금병이 있다. 생김새는 옥류벽과 비슷하기도 한데, 황갈색 바위벽에 물빛이 반사된 햇볕이 닿으면 비단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5곡에서 조금만 계곡 상류로 눈길을 돌리면 동물의 머리로 보이는 바위를 상단에 얹은 벽이 보인다. 거북이를 닮았다 해서 구암이라 이름 붙은 갈은구곡 6곡이다.

널찍한 바위에 바둑판이 그려져 있는 9곡 선국암. 사진 / 노규엽 기자
계곡을 건너며 널찍한 바위가 보이면 그곳이 제9곡 선국암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사진 / 노규엽 기자
선국암 바위 위에는 바둑판과 바둑돌이 놓여져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갈은구곡은 9곡을 찾으려고만 하지 말고 계곡 자체를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갈은구곡은 9곡을 찾으려고만 하지 말고 계곡 자체를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이후로는 등산로를 따라 꽤 올라가야한다. 길을 따르다보면 계곡이 점점 멀어지고 오름길이 계속 이어지는데, 이내 다시 계곡을 만나는 지점이 나온다. 거기서 계곡을 건너자마자 자리한 넓고 평평한 바위가 제9곡 선국암이다. 신선이 바둑을 두던 자리라는 곳인데, 바위 위에 올라서면 누군가의 기획인지 작은 바둑판을 그려놓고 양옆으로 움푹 패인 구멍에는 검고 흰 바둑돌을 가득 담아놓았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갈은구곡 중 가장 찾기 쉬운 곳인 제3곡 강선대. 사진 / 노규엽 기자
사진 / 노규엽 기자
9곡에 해당하는 장소가 아니더라도 계곡을 둘러싼 바위의 모습들이 기이하다. 사진 / 노규엽 기자

9곡을 먼저 설명한 이유는 7곡과 8곡이 9곡 바로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먼저 7곡 고송유수재는 하류로 내려가는 계곡이 살짝 좁아지는 듯한 자리에서 찾을 수 있고, 옛날 일곱 마리 학이 살았다는 8곡 칠학동천은 고송유수재에서 조금 위에 위치해있다. 7곡과 8곡은 계곡길을 걷지 않는 이상 자세히 보기 어려우나, 7곡 고송유수재는 9곡 선국암이 있는 계곡으로 내려오기 전 등산로에서 아래를 잘 살피면 암벽에 새겨진 다섯 글자를 찾을 수 있다.

이곳까지가 갈은구곡의 9가지 비경을 보는 여정이다. 갈은구곡의 9개 비경은 천천히 쉬어가며 운치를 즐길 수 있는 곳이지만, 안내판이 하나도 없어 찾기가 어렵고 행여 찾아낸다 해도 계곡으로 내려오지 않으면 가까이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숨바꼭질을 하듯 9곡을 찾아내는 것만이 갈은구곡을 즐기는 방법은 아닐 것이다. 9곡에 해당하는 장소가 아니더라도 계곡 전체의 풍경과 암벽들이 제각각 멋진 모습을 뽐내고 있으니 9곡을 찾기에 정신이 팔리기보다는 전체를 눈에 담으며 걸으면 풍성한 비대면 여행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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