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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산속 미술관에서 예술 감성을 채우다
산속 미술관에서 예술 감성을 채우다
  • 류인재 기자
  • 승인 2021.04.08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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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문화 예술 여행 ②] 원주 뮤지엄산
플라워가든의 풍경. 사진 제공 / 뮤지엄산

[여행스케치=원주]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다 보니 실내 미술관에 방문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문화생활은 멀어졌다. 산속에서 미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해발 275m 산자락에 위치한 미술관에서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그동안 채우지 못한 문화생활의 갈증을 채워보자.
 
뮤지엄산은 소통을 위한 단절(Disconnect to connect)이라는 슬로건 아래 자극이 많은 일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자연의 품에서 예술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뮤지엄산을 설계한 안도 다다오(Ando Tadao)는 관람객들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과 예술에 대한 감성을 채워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살아갈 힘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곳을 디자인했다고 한다. 길고 긴 코로나19 사태로 지친 이들의 여행지로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노출콘크리트로 지은 웰컴센터 외관. 사진 / 류인재 기자
조각정원에 있는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 <빨래하는 여인>. 사진 / 류인재 기자
백남준관에 있는 백남준의 미디어 아트 작품인 '커뮤니케이션 타워'. 사진 / 류인재 기자
백남준관에 있는 백남준의 미디어 아트 작품인 '커뮤니케이션 타워'. 사진 / 류인재 기자

산속에 위치한 고즈넉한 미술관
원주시 지정면 월송리에 위치한 뮤지엄산(Museum SAN)은 Space(공간), Art(예술), Nature(자연)의 의미가 이름에 담겨있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자연 속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산속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는 힘들다. 자동차로 시골길을 달려 산속으로 굽이굽이 들어가다 보면 푸른 잔디가 펼쳐진 골프장이 보이고 이어서 뮤지엄산에 닿는다. 

안내되어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안심콜 출입관리를 한 후 발열 체크를 마치고 뮤지엄산으로 들어간다. 노출콘크리트와 빛으로 대표되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뮤지엄산의 부지를 살펴본 후 ‘도시의 번잡함으로부터 벗어난 아름다운 산과 자연으로 둘러싸인 아늑함’이라는 인상을 받고 주변 경관을 그대로 살려 설계했다고 한다.  

청조갤러리의 상설전시. 김환기, 유영국, 류경채 등 한국 모더니스트 1세대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 류인재 기자
청조갤러리의 상설전시 '한국미술의 산책 Ⅴ : 추상화'. 김환기, 유영국, 류경채 등 한국 모더니스트 1세대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 류인재 기자
한국 모더니스트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청조갤러리 내부. 사진 / 류인재 기자
한국 모더니스트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청조갤러리 내부. 사진 / 류인재 기자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조각, 꽃, 물, 돌 네 가지 콘셉트의 정원, 종이 박물관 페이퍼갤러리, 미술관 청조갤러리, 명상관을 지나 제임스터렐관까지 둘러보면 된다. 총 동선은 대략 2.5km 정도 되고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제임스터렐관과 명상관은 별도로 티켓 발권이 필요하다. 발권한 시간에만 입장할 수 있기 때문에 동선에 맞게 계획을 잘 짜야 한다. 웰컴센터에서 제임스터렐관까지는 20분, 명상관까지는 10분이 걸린다. 

마크 디 수베로의 작품 '제라드 맨리 홉킨스를 위하여(For Gerard Manley Hopkins)' 사진 / ⓒ2018hansungpil, 뮤지엄산 제공
플라워가든에서 워터가든으로 가는 길에 있는 자작나무. 사진 / 류인재 기자

오솔길을 걸으며 작품을 감상하다
웰컴센터에서 빠져나와 돌담을 돌자 산에 둘러싸인 너른 들판이 펼쳐져 있고 붉은색 조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플라워 가든에 있는 마크 디 수베로의 <제라드 먼리 홉킨스를 위하여(For Gerard Manley Hopkins)>라는 작품이다. 마크 디 수베로는 1950년대 후반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조각가로 산업사회에서 발생하는 건축 폐기물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시인 제라드 먼리 홉킨스의 <황조롱이 새>라는 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인 <제라드 먼리 홉킨스를 위하여>는 바람이 불면 상부가 움직이는 키네틱아트로 새가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특히 패랭이꽃이 피는 여름 즈음에 방문하면 80만 포기의 패랭이꽃이 들판을 가득 채워 꽃밭 위에서 새가 노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알렉산더 리버만의 작품 '아치형 입구(Archway)' 사진 / ⓒ2018hansungpil, 뮤지엄산 제공

이어서 360여 그루의 자작나무를 지나가면 수면이 반짝반짝 빛나는 워터가든이 나온다. 워터가든에서는 또 다른 붉은 조형물이 관람객을 반겨준다. 알렉산더 리버만의 작품 <아치형 입구(Archway)>다. 알렉산더 리버만은 파이프나 H-빔과 같은 산업용 오브제를 날카롭게 커팅 하여 조립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었는데, <아치형 입구>는 12조각의 파이프가 육중한 아치 모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아치형 입구>는 리드미컬한 균형과 변화를 보여준다. 이곳은 포토 스폿으로도 알려져 있다. BTS의 RM이 이곳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고, MBC 드라마 <내 딸, 금사월>과 영화 <리얼>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신라 고분군을 모티브로 만든 스톤가든. 사진 / 류인재 기자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스톤가든. 사진 / 류인재 기자
제임스 터렐의 작품 'Skyspace'. 사진 / James Turrell ⓒSkyspace-TWILIGHT RESPLENDENCE,2012.Photo by Florian Holzherr

‘빛의 마술사’가 안내하는 내면의 빛을 찾아가는 여정
스톤가든 끝자락에 위치한 뮤지엄산 특별전시관인 제임스터렐관은 ‘빛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입장 시간 5분 전에 도착해 직원의 안내에 따라 제임스터렐관으로 들어간다. 어두운 내부로 들어가자 천장에 있는 원형의 창이 눈에 들어온다. <Skyspace>라는 작품이다. 아크릴이나 유리 없이 그냥 뚫려있다. ‘비가 오면 어떻게 하나’라는 관람객의 질문에 직원이 친절하게 답변을 해준다. 우천 시에는 뚜껑을 덮고 조명을 이용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날씨에 따라, 하늘색에 따라, 빛이 들어오는 각도에 따라 항상 다르게 보여 매번 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LED 조명의 착시 효과를 통해 진실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작품. 사진 / James Turrell ⓒ Ganzfeld-Aamdo,2013.Photo by Florian Holzherr
벽면에 설치되어 있는 손잡이에 의지해 어두운 통로를 지나면 빛의 환영으로 쐐기 모양이 보이는 작품. 사진 / James Turrell ⓒ Wedgework-Cimarron,2014.Photo by Florian Holzherr 

이어서 <Ganzfeld>라는 작품으로 이동해 설명을 듣는다. 평면처럼 보이던 벽면을 다른 각도로 보니 방처럼 공간이 있다. 공간 안으로 걸어들어가면 강렬한 LED 조명이 벽이 없는 무한한 공간으로 느끼도록 착각을 일으킨다. 빛을 이용해 지각과 감각에 혼란을 일으켜 무엇이 실재이고 무엇이 허상인지 생각하게 되는 공간이다.  

제임스터렐은 어린 시절부터 퀘이커교 신자였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침묵과 수련을 중요시하는 교육을 받았고, 항공과 천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이는 그의 독특한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작품은 빛을 주제로 명상과 사색의 시간을 갖게 하며, 그 시간을 통해 관람자에게 내면의 영적인 빛을 마주하도록 안내한다. 

해 질 녘 일몰과 함께 제임스터렐 작품을 함께 감상하고 싶다면 일반 관람이 종료된 후 진행되는 컬러풀 나이트(Colorful Night)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매주 금요일, 토요일에만 진행되며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스톤가든과 조화를 이루는 명상관. 사진 / 류인재 기자
명상관에서 명상을 마치고 숲을 바라보며 따뜻한 차를 마시면 힐링이 된다. 사진 / 류인재 기자
명상관 입구. 사진 / 류인재 기자

세상과 잠시 멀어지며 얻는 평온함
제임스터렐관에서 내면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고 명상관으로 향한다. 명상은 30분 정도 진행되는데 그동안 화장실을 갈 수 없으니 미리 다녀와야 한다. 작은 진동 소리도 명상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휴대폰은 끄거나 비행기 모드로 바꾼 다음 직원의 안내에 따라 명상관으로 들어간다. 

안도 다다오가 2018년 뮤지엄산 개관 5주년을 기념하며 설계한 명상관은 스톤가든과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어졌다. 무덤 속에 있는 듯한 느낌과 어머니의 뱃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교차한다. 40평 면적의 돔의 아치형 천정 중앙에는 채광을 위한 슬릿이 있다. 인공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빛이 스며들어 편안함이 느껴진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매트에 앉아 페퍼민트 오일로 목을 마사지하고 바닥에 편안하게 눕는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바닥에 누우니 잠이 들 것 같다. 명상을 하다 잠드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닌 듯 직원이 잠이 들어 소리를 내면 발목을 살짝 건드릴 수 있다고 안내한다.

오디오에서 JAI 요가명상 민진희 원장의 음성을 들으며 침묵과 명상에 들어간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라고 안내가 나오는데 항상 바쁘게 무언가 하면서 살다 보니 가만히 있는 게 쉽지가 않다. 조용한 공간에 ‘딩~ 딩~’ 하는 싱잉볼 소리가 울려 퍼지고 몸에 힘을 최대한 풀고 누워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명상이 끝나고 돔 밖으로 나가면 따뜻한 차가 준비되어 있다. 산속 풍경을 바라보며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차를 마시니 한층 차분해진 느낌이다. 

물 위에 떠있는 듯한 카페 '카페테라스'. 배우 공유가 광고를 찍어 유명해졌다. 사진 제공 / 뮤지엄산
카페테라스에서는 핸드드립 커피도 맛볼 수 있다. 8가지 싱글오리진과 3가지 블렌드 드립 커피가 있어 취향에 맞게 주문할 수 있다. 사진 제공 / 뮤지엄산
뮤지엄산. 이미지 제공 / 뮤지엄산

INFO 뮤지엄산
뮤지엄산은 기본권, 명상권, 제임스터렐권, 통합권 등 입장권의 종류와 가격이 다양하고, 미취학 아동의 입장이 불가한 곳도 있으니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고 가기를 추천한다.
관람료 기본권 대인 1만9000원, 소인(초,중,고) 1만1000원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6시(매표 마감 오후 5시, 월요일 휴무)
주소 강원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 2길 260 
문의 033-730-9000 
www.museumsan.org/museum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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