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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봄의 향기에 눈과 입을 만족시키는 여행
봄의 향기에 눈과 입을 만족시키는 여행
  • 노규엽 기자
  • 승인 2021.04.08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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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정구 선생을 모신 회연서원
성주의 새 명소 성주역사테마공원
가야산 자락에서 재배한 취나물로 지은 밥맛
성주 회연서원의 출입구인 견도루. 도를 본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성주 회연서원의 출입구인 견도루. 도를 본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성주] 계절상 봄이면서도 여름의 문턱 앞에서 꽤나 더운 기운을 과시하는 시기다. 이런 때엔 늦봄의 공기를 즐기면서 입맛 돋우는 음식을 접하는 가벼운 여행을 떠나야 할 것 같다. 일정에 쫓길 필요 없는 경북 성주의 푸근한 여행지를 만나보자.

벽진국(성산가야)으로 시작되는 고대부터 역사에 이름을 올려온 성주. 지금은 인구 약 4만 명 정도의 군소재지이지만, 고려시대 처음 성주목이 된 이후 조선시대까지 경북의 큰 도시로 역사를 이어왔다. 화려했던 성주의 옛 시절을 엿볼 수 있는 여행지를 찾아 떠난다.

무흘구곡의 시작점, 정구 선생의 회연서원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성주의 서쪽에서 흐르는 대가천을 끼고 자리 잡은 회연서원이다. 이곳은 조선 선조 때의 대유학자인 한강 정구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서원이다. 정구 선생이 생전에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회연초당이 그의 사후인 인조 5(1627)에 서원이 되었고, 숙종 16(1690)에 사액되었다. 고종 5(1868)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폐원되었다가 1974년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보수복원되거나 신축되어 지금에 이른다.

정구 선생이 절경을 노래한 무흘구곡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산책로. 사진 노규엽 기자
정구 선생이 절경을 노래한 무흘구곡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산책로. 사진 노규엽 기자
무흘구곡 중 제1곡 봉비암에 관한 싯구를 볼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무흘구곡 중 제1곡 봉비암에 관한 싯구를 볼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회연서원 주변으로는 매화나무들이 심겨져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회연서원 주변으로는 매화나무들이 심겨져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가운데 넓은 마루가 인상적인 회연서원. 사진 노규엽 기자
가운데 넓은 마루가 인상적인 회연서원. 사진 노규엽 기자
경회당은 회연서원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사진 노규엽 기자
경회당은 회연서원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사진 노규엽 기자
회연서원 옆으로 대가천이 흐른다. 사진 노규엽 기자
회연서원 옆으로 대가천이 흐른다. 사진 노규엽 기자
나무데크를 따라 봉비암 위에 올라서면 만나는 봉비암 비석. 사진 노규엽 기자
나무데크를 따라 봉비암 위에 올라서면 만나는 봉비암 비석. 사진 노규엽 기자

 

회연서원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무흘구곡 경관가도 종합안내도다. 무흘구곡은 정구 선생이 대가천을 거슬러 오르며 풍광이 빼어난 아홉 곳을 골라 한시를 지으며 절경을 노래했던 곳이다. 무흘구곡은 회연서원 뒤편에 우뚝 솟은 바위봉우리인 제1곡 봉비암에서 시작하여 현재의 김천 수도산 자락에 있는 제9곡 용추폭포까지 이어진다.

종합안내도 옆에는 정구 선생이 남긴 제1곡 봉비암에 관한 칠언절구 한시가 새겨져 있다. ‘일곡이라 여울 어귀에 낚싯배를 띄우니 / 석양빛 시내 위에 실 같은 바람 감도네 / 뉘 알리오, 인간세상의 잡념 다 버리고 / 박달나무 삿대 잡고 저문 안개 휘젓는 줄을

1곡 봉비암에 관한 한시 뒤편으로는 무흘구곡의 9가지 절경이 무언지 알려주는 석판이 세워진 산책길도 마련되어 있다. 석판들에는 김상진이 그린 무흘구곡도와 한강 정구의 후손인 경헌 정동박이 지은 구곡시를 새겨놓아 무흘구곡에 대해 알아보는 재미를 더한다.

무흘구곡 산책길을 둘러보고 회연서원으로 들어서면 안쪽으로 매화나무들이 도처에 자리하고 있다. 정구 선생은 생전 회연초당을 건립하면서 마당에 100여 그루의 매화나무를 심고 백매원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400여 년이 지난 현재는 당시 심었던 한강매한 그루만 남아있고 나머지는 젊은 매화나무들이 옛 풍경을 재현하고 있다. 그래서 이른 봄이면 회연서원은 매화꽃과 함께 즐기기 좋은 출사지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서원 건물을 보러 내부로 들어가면 강당인 경회당과 좌우로 동재 명의당, 서재 지경재가 모습을 드러낸다. 명의당과 지경재는 1976년에 신축된 건물이지만, 경회당은 옛 모습이 잘 남아있는 회연서원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밝은 것과 어두움, 어두움을 밝게 한다는 뜻을 지닌 경회당은 가운데 널찍한 마루가 눈길을 끈다.

서원 내 공간을 보고나면 대가천이 흐르는 쪽으로 마련해놓은 나무데크길을 따라서 봉비암 꼭대기로 올라선다. 봉비암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대가천은 나뭇가지들에 가려진 아쉬움이 조금 있지만 입구에서 보았던 한시를 떠올리기에는 충분하다.

INFO 회연서원
주소 경북 성주군 수륜면 동강한강로 9

성주읍성의 옛 위상을 엿보다
이제 성주읍내로 무대를 옮겨볼 차례. 조선시대 영남의 큰 고을이었던 성주목의 옛 모습을 재현한 성주역사테마공원이 지난해 11월 준공식을 치렀다. 성주읍 중심부에 위치한 성주역사테마공원은 성주읍성의 북문과 성곽,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조선 전기 4대 사고 중 하나인 성주사고 등을 복원해 일반인에게 문을 열었다.

성주읍성의 북문과 성벽이 복원된 성주역사테마공원. 사진 노규엽 기자
성주읍성의 북문과 성벽이 복원된 성주역사테마공원. 사진 노규엽 기자
성벽에 오르면 성주읍 풍경이 잘 보인다. 사진 노규엽 기자
성벽에 오르면 성주읍 풍경이 잘 보인다. 사진 노규엽 기자
조선시대 4대 사고 중 하나인 성주사고 건물을 복원해놓았다. 사진 노규엽 기자
조선시대 4대 사고 중 하나인 성주사고 건물을 복원해놓았다. 사진 노규엽 기자
성벽 안쪽에서 볼 수 있는 성주이씨 시비공원. 사진 노규엽 기자
성벽 안쪽에서 볼 수 있는 성주이씨 시비공원. 사진 노규엽 기자
성벽 앞쪽으로는 쌍도정이 복원되어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성벽 앞쪽으로는 쌍도정이 복원되어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성주역사테마공원은 복원한 성주읍성의 북문과 성곽을 중심으로 꾸며진 공원이다. 기존에 남았던 성벽보다는 새로 신축한 성벽의 느낌이 강해 옛 정취가 진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높은 성벽과 벽 위로 휘날리는 깃발의 모습은 옛 읍성의 위용을 상상하기에 충분하다. 성 벽 위로 올라 읍내를 바라보면 성을 지키는 장수가 된 듯한 기분을 즐겨볼 수 있다.

성벽 안쪽에는 성주사고가 복원되어 있어 역사 기록물을 지키던 중요성을 떠올려볼 수 있고, ‘까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로 익히 유명한 이직의 시조를 비롯한 여러 시조들이 새겨진 성주이씨 시비공원도 둘러볼 수 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성벽 밖에 복원 해놓은 쌍도정. 성주관아의 객사인 백화헌의 남쪽 연못에 있던 정자를 재현해놓은 것으로, 안내판에 그려진 정선의 그림을 보면 지금의 경치와 비교해보며 격세지감을 느껴볼 수 있다.

한편, 성주역사테마공원은 해가 진 이후 야경 명소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으니, 저녁 시간에 방문하면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INFO 성주역사테마공원
주소 경북 성주군 성주읍 예산리 516

초봄부터 늦봄까지 건강을 챙겨주는 취나물밥
날이 따뜻해지며 식사 후 졸음이 오는 식곤증이 가장 기승을 부리는 시기가 봄철이다. 이를 피하려면 소화가 잘 되는 가벼운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이 필요. 그래서 흔히 봄나물을 찾게 되는데, 성주에서는 3~5월이 제철인 취나물을 넣고 지은 밥이 구미를 당긴다. 최근 성주 에서는 울릉도에서 부지갱이나물 씨앗을 가져와 서부지역인 가야산, 대가천 지역에서 기르는 가야산 부지갱이 취나물을 재배하고 있다.

취나물밥은 가야산 자락을 비롯해 여러 산채 식당에서 판매를 하고 있는데, 성주읍도심에서 조금 외곽인 성주문화예술회관 앞에 자리한 황금식당도 입소문이 나있다.

갓 지은 솥밥으로 맛볼 수 있는 취나물밥 한 상. 사진 노규엽 기자
갓 지은 솥밥으로 맛볼 수 있는 취나물밥 한 상. 사진 노규엽 기자
취나물밥이 건강한 봄의 기운을 살려주는 듯하다. 사진 노규엽 기자
취나물밥이 건강한 봄의 기운을 살려주는 듯하다. 사진 노규엽 기자

 

황금식당의 취나물밥은 주문 즉시 지어주는 솥밥 형태로 나오고, 두부짜글이 또는 된장찌개를 세트로 주문하면 더욱 든든하게 먹을 수 있다. 취나물 향을 잔뜩 품고 지어진 밥은 함께 내어주는 간장을 조금 넣고 비벼 먹어도 좋고, 취나물향 자체를 느끼며 다양한 찬거리와 함께 즐기는 것도 좋다. 김치부터 장아찌류까지 직접 담근 솜씨가 엿 보이는 밑반찬들은 신선함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밥과 찬을 싹싹 비우고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아 이후 일정에 차질을 줄 식곤증의 걱정을 날려준다.

INFO 황금식당
주소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산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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