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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바다는 길을 더 예쁘게 한다
바다는 길을 더 예쁘게 한다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21.04.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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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바래길 걷기여행] 제6코스 죽방멸치길
멀리 보이는 빨간색 다리가 구간 시작점인 창선교다. 다리 오른쪽은 창선, 왼쪽은 삼동면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멀리 보이는 빨간색 다리가 구간 시작점인 창선교다. 다리 오른쪽은 창선, 왼쪽은 삼동면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여행스케치=남해] 바다와 가까운 섬은 늘 바람과 그 궤를 함께 한다. 파도를 훑고 온 바람은 소금기 가득한 끈적함으로 걷는 이의 머리칼을 쓰다듬거나 들녘의 작은 꽃들을 어루만지곤 사라진다. 길은 바다를 왼쪽에 두고 이어졌다. 미세먼지 없이 유독 그 빛깔이 맑은 하루였다.

지난 석 달간 걸은 3코스 동대만길, 4코스 고사리밭길, 5코스 말발굽길은 모두 남해군 창선면이어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제법 익숙하다. 아, 내가 걸었던 길! 반가운 마음에 손때 묻은 창에 코를 박고 발길이 스쳤던 창선의 땅을 반갑게 바라보곤 하였다. 6코스 죽방멸치길도 삼천포와 창선을 거쳐 갈 수 있지만 이번엔 남해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기로 한다. 구간 시작점인 삼동(지족)행 버스 시간이 애매하다. 만약의 변수를 대비해 택시를 탄다.

6코스는 창선과 삼동을 잇는 창선교 남단에서 시작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6코스는 창선과 삼동을 잇는 창선교 남단에서 시작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밭일을 준비 중인 동네 어르신들.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하는게 좋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밭일을 준비 중인 동네 어르신들.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하는게 좋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바래길 바로 옆으로 펼쳐진 바다. 멀리 휴식 중인 새들이 보인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바래길 바로 옆으로 펼쳐진 바다. 멀리 휴식 중인 새들이 보인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창선교 남단에서 출발!
창선을 관통했던 길과는 달리 남해읍에서 출발한 길은 1코스 바래오시다길과 2코스 비자림해풍길을 지나 삼동으로 내달렸다. 공사 중이었던 이동면 일대는 넉 달 전보다 조용해져 있었다. 굴다리엔 예쁜 벽화가 그려졌고 오가는 차를 피해 건넜던 도로엔 여전히 많은 차들이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었다. 몇 번 와본 곳이라고 낯선 남쪽의 섬은 그새 제2의 고향처럼 친근하다. 섬도 온화한 눈빛으로 뭍에서 온 여행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번 구간은 창선과 삼동을 잇는 빨간 다리 창선교 앞에서 시작한다. 지난달 길을 끝낸 곳이기도 하다. 먹을 간식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면 도로 옆 하나로마트에서 구입하는 게 좋다. 주차도 하나로마트에 한다. 구간 종점인 물건리는 독일마을 근처여서 아무래도 주말엔 주차공간이 여의치 않고 차도 많아 복잡하다.

동네 밭둑에 피어 있는 예쁜 들꽃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동네 밭둑에 피어 있는 예쁜 들꽃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잠시 일손을 놓은 농기계가 평화롭게 보인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잠시 일손을 놓은 농기계가 평화롭게 보인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구간 종점인 물건리 바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구간 종점인 물건리 바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물건에서 삼동, 지족으로 돌아오는 버스가 있어 편하지만 역시 배차시간이 맞지 않다면 택시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창선교를 출발한 길은 전도마을~둔촌마을~동촌마을을 지나 물건리로 이어지는데, 총 9.9km로 쉬엄쉬엄 4시간쯤 걸린다. 난이도 5점 중 2점인 길이라 전체적으로 무난하다.

파출소와 우체국이 있는 번화가 쪽으로 들어서면 ‘남해읍방면 해안도로’라고 쓰인 안내판이 보인다. 커다란 파란색 바탕에 빨간색 바래길(남파랑길) 화살표가 붙어 눈에 잘 띈다. 이제부터 바다를 왼쪽에 두고 길이 이어진다. 마을과 바다를 나누는 건 낮은 옹벽과 2차선 도로뿐이었다. 태풍이 몰려오면 침수되지 않을까, 걷는 이의 걱정과는 달리 바다에 정박한 작은 고깃배와 그 배를 마주한 집들은 봄볕에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처럼 조용했다.

카페 쇼팽.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카페 쇼팽.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INFO 카페 쇼팽
남해바래길 제2코스와 5코스의 종점이자 6코스의 출발점인 삼동면에 있는 카페로 하나로마트 근처에 있다. 커피 맛도 좋지만 특히 직접 만든 대추차(6000원)와 레몬차(5000원)가 일품이다. 다양한 가죽 수제품도 판매한다.
주소 경남 남해군 삼동면 죽방로 51
문의 055-867-8673

남파랑길 39코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남파랑길 39코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INFO 남파랑길 39코스
바래길 3코스는 남파랑길 제36코스, 4코스는 남파랑길 37코스, 5코스는 남파랑길 38코스이며, 이번 6코스는 39코스이다. 구간 종점인 물건리에서 시점인 삼동(지족)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요금은 1300원. 남해터미널에서 삼동까지의 택시비는 1만7000원 정도다.

크기별로 구분한 멸치 종료 설명안내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크기별로 구분한 멸치 종료 설명안내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갯벌체험이 가능한 전도마을은 구간 시작점에서 2km쯤 떨어져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갯벌체험이 가능한 전도마을은 구간 시작점에서 2km쯤 떨어져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전도마을에선 갯벌체험이 가능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전도마을에선 갯벌체험이 가능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원시어업 죽방렴 멸치 맛이 궁금해
지난 호에 이미 설명한 것처럼 창선과 삼동을 잇는 지족해협엔 물살이 세고 갯벌 토양이 좋아 잡히는 족족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는 원시어업 죽방렴(명승 제71호)이 있다. 이번 구간의 이름이 죽방멸치길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래길 옆 죽방렴 관찰대로 가본다. 제일 작은 세세멸(시래기)부터 까나리까지 크기별로 구분한 여덟 종의 멸치 설명이 재밌다. 대나무를 엮어 만든 죽방렴은 아쉽게도 들고나는 바닷물이 적당치 않았는지 각종 부유물로 덮였다. 다시 바래길로 돌아와 길을 잇는다.

구간 초입인 하나로마트(창선교)에서 2km쯤 걸어오면 갯벌체험이 가능한 전도마을에 닿는다. 어르신 두 분이 기다란 의자에 앉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래꾼을 관찰한다. “안녕하세요?”인사가 정답이다. 기분 탓인가?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멸치 냄새가 난다. 그 냄새 사이로 매큼한 마늘 냄새도 풍겼다. 해풍을 맞고 자란 마늘이 텃밭마다 빼곡하다. 

순방향으로 진행할 땐 빨간색 화살표를 따라 간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순방향으로 진행할 땐 빨간색 화살표를 따라 간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의자에 앉아 봄볕을 쬐고 있는 동네 어르신들. 안녕하세요? 마주칠 경우엔 먼저 인사를 하는 게 좋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의자에 앉아 봄볕을 쬐고 있는 동네 어르신들. 안녕하세요? 마주칠 경우엔 먼저 인사를 하는 게 좋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바다 곁을 따르던 길은 오른쪽으로 꺾인다. 빨간 벽돌집 담벼락엔 혹여 길을 잃을까, 화살표가 세 개나 붙었다. 가끔은 이 화살표가 길을 잃게도 한다. 순방향인 빨간색은 직진이 맞는데, 역방향 기준의 파란색 위치가 애매한 경우에 더 그렇다. 이럴 땐 바래길 앱이 도움이 된다. 삑삑삑, 벌써 몇 번씩 도움을 받는다.

바래길 방향에 동네 어르신이 보인다. 그쪽이 길인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묻는다. “안녕하세요. 바래길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넓은 길은 저쪽이지만 이쪽으로 가도 된다, 고 일러준다. 주민 입장에선 넓은 길을 놔두고 왜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목적지를 물으면 도로를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바다는 저만치 멀어지고 길은 낮은 산등성이로 이어졌다. 남해청소년수련원을 지나 차도를 건넌 후엔 둔촌마을로 들어선다. 꼭대기에 물고기 모양을 단 빨간색 버스정류장이 인상적인 마을이다.

마을을 등지고 올라서면 남해청소년수련원 앞으로 길이 이어진다. 갯벌체험이 가능한 전도마을은 구간 시작점에서 2km 쯤 떨어져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마을을 등지고 올라서면 남해청소년수련원 앞으로 길이 이어진다. 갯벌체험이 가능한 전도마을은 구간 시작점에서 2km 쯤 떨어져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물건리 직전의 예쁜 집들과 우측의 방조어부림.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물건리 직전의 예쁜 집들과 우측의 방조어부림.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벽화가 예쁜 둔촌마을.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벽화가 예쁜 둔촌마을.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담장을 넘나들며 피어난 개나리꽃. 바람에 일렁일렁 춤을 추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담장을 넘나들며 피어난 개나리꽃. 바람에 일렁일렁 춤을 추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둔촌마을의 빨간지붕과 봄꽃.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둔촌마을의 빨간지붕과 봄꽃.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이국적 풍경의 물건리 일대
남해의 바다 색깔은 햇살에 물들어 어느 때보다도 예쁘게 반짝였다. 휴식 중인 새들은 바다의 색깔과 맞물려 더 하얗게 돋보였다. 무리 중 한 마리가 날아오르면 나머지 새들도 일시에 올라 자리를 옮겼다. 바람이 유난히 강한 날이었는데 새들은 바람과 파도를 즐기는 것처럼 소금기 섞인 먹이를 골라내고 있었다. 둔촌마을 다음은 길쭉한 전봇대가 나란히 선 동촌마을이다. 바다가 잠시 숨을 고른 동네여서 산촌처럼 들꽃이 많았다. 하얀색 파란색 보라색, 밭둑마다 흔하게 피어서 눈여겨 봐주는 이 없는 ‘동네꽃’이다. 바람이 손톱보다도 작은 꽃잎을 어루만졌다. 카메라에 담는 것도 잊지 않는다.

마을을 벗어나 임도로 올라선다. 구간 대부분이 평지 위주여서 낮은 임도에서도 숨이 차다. 배낭을 내리고 물을 마신다. 마치 정지화면처럼 꿀꺽꿀꺽 물이 들어간다. 걷기여행은 더울 때 더 힘들다. 마실 물을 넉넉히 챙겨야 할 이유다. 임도 끝은 높고 너른 도로다. 높은 곳에 서자 이국적이고 화려한 풍경이 펼쳐졌다. 오른쪽은 남해의 대표적 관광지 독일마을이고, 왼쪽은 이번 구간 종점인 물건리이다. 담장 안쪽의 샛노란 꽃은 도로 쪽으로 꽃가지를 내민 채 춤을 추듯 바람에 일렁였다.

천연기념물 제150호로 지정된 물건리 방조어부림은 바닷물이 넘치는 것을 막고 물고기 떼를 유인하는 역할도 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천연기념물 제150호로 지정된 물건리 방조어부림은 바닷물이 넘치는 것을 막고 물고기 떼를 유인하는 역할도 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둔촌마을의 빨간색 버스정류장.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둔촌마을의 빨간색 버스정류장.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물건마을을 향해 내려선 길은 17세기에 만들어진 방조어부림으로 이어진다. 천연기념물 제150호인 이 인공숲은 바닷물이 넘치는 것을 막고 농지와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방조), 또 물고기가 살기 알맞은 환경을 만들어 물고기 떼를 유인하는 역할(어부림)도 한다. 길이 750m에 너비 40m 규모로 팽나무, 푸조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살고 있다. 

물건리 빵집에서 간단히 허기를 달래고 독일마을 앞 정류장으로 간다. 삼동으로 돌아가는 버스는 1시간 후에나 있다. 택시를 탈까, 하다가 그냥 기다리기로 한다. 볕은 따스했지만 바람은 정신없이 불었고, 독일마을을 오가는 차들은 클랙슨을 울리며 소리를 높였다. 다음 구간은 독일마을에서 시작한다. 차 대신 두 발로 저 멋진 마을을 걸어볼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르뱅스타 독일빵집.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르뱅스타 독일빵집.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INFO 르뱅스타 독일빵집
구간 종점부인 물건리에 위치한 빵집으로 카페를 겸하지만 공간이 넓지는 않다. 간단한 식사를 원할 경우 커피(4000원)와 빵으로 해결할 수 있다. 치즈브로첸(5000원), 호두크랜베리(5000원), 올리브치아바타(3500원) 등이 맛있다.
주소 경남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 1030번길 77
문의 055-864-7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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