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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대중교통으로 떠나는 여행, 진해 (1)
대중교통으로 떠나는 여행, 진해 (1)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6.08.25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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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들의 도시

[여행스케치=진해] 철길과 천변 곳곳 봄이면 벚꽃비가 내리는 곳, 우리가 떠올린 진해는 온통 분홍빛이다. 그러나 벚꽃이 진해의 전부일 순 없다. 벚꽃 뒤에 숨은 진해의 맨얼굴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가을. 우리는 진해로 떠난다.

진해 여행의 중심이 되는 중원로터리. 사진 제공 / 진해구 충무동 주민센터

로터리들의 도시

진해역은 2015년부로 폐쇄되었다. 대중교통을 타고 진해로 떠나면 처음 내리는 곳은 진해시외버스터미널이다. 남원로터리 근처다. 진해 구시가지 역할을 했던 중원로터리가 그 위에 있고, 조금 더 걸으면 북원로터리가 나온다. 진해 여행은 로터리에서 로터리로, 다시 로터리로 걷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진해에 유독 로터리들이 많은 까닭은 1912년 일본이 군사목적으로 만든 군항도시이자 한국 최초의 계획도시이기 때문이다. 진해 중앙의 중원로터리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은 이 모양이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본떠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기록에 남아 있진 않다. 계획도시에 알맞은 도로 설계라는 이야기도 있다.

계획도시인 덕분에 바둑판처럼 난 길이 여행자들에겐 반갑기만 하다. 길찾기가 쉬울뿐더러 진해는 대부분이 도보로 이동 가능해 뚜벅이들에게는 천국과 같다.

시비 상단에 금이 간 흔적을 볼 수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백범 김구선생 친필시비 광장

남원로터리에서 중원로터리로 가기 전, 보고 가야할 것이 있다. 남원로터리 한가운데에 마련된 김구선생의 친필 시비가 그것이다.

1946년 진해를 방문한 김구 선생이 '서해어룡동 맹산초목지(誓海魚龍動 盟山艸木知)'라고 남긴 글을 비석에 새긴 것이다. 이는 이순신 장군이 자신의 칼에 새겨넣은 문구로 ‘바다를 두고 맹세하면 고기와 용이 감동하고 산을 두고 맹세하면 풀과 나무도 알아줄 것이다’라는 뜻이다.

조은정 창원 문화관광해설사는 “원래는 북원광장에 있었다”고 전한다. “낚시를 좋아하던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자주 진해에 내려왔는데, 해군 기지가 있는 북원광장의 김구 친필시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자 잘못된 충성심으로 누군가가 이를 뽑아놓은 것을 추려 이곳에 다시 세워놓은 것”이란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상단에 부서진 흔적이 남아 있는 게 보인다. 

영화 <클래식>에 나온 바 있던 진해우체국 전경. 사진 / 김샛별 기자

진해 여행의 중심, 중원로터리와 진해우체국

진해의 근대골목을 걷다 보면 어느새 진해 여행의 중심인 중원로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왼쪽엔 군항마을이, 직진하면 진해역과 여좌천 로망스다리가, 오른쪽은 제황산이 있다.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진해루가 있는 바닷가로 향한다.

중원로터리에서 가장 눈에 띠는 건물은 진해우체국이다.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러시아풍 건물로 유명한 진해우체국은 2000년대까지 실제로 우편 업무를 보았지만, 이제는 바로 뒤 신식 건물에서 업무가 이뤄진다. 

러시아풍의 외양 때문에 과거 러시아 공사관이었다는 말도 있고, 근처에 러시아 공사관이 있었다는 말도 있지만 이 역시도 모두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저 서울에 위치한 러시아 공사관 건축 양식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만이 확인된 사실이다.

특히 ‘도머창’이라고 불리는 채광용도의 지붕창이 진해역에서도 보여 동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이제는 바로 뒤 신식 건물에서 업무가 이뤄진다.

손원일 제독 동상과 그 뒤로 해군 진해기지 사령부 본관이 보인다. 사진 제공 / 군항문화탐방

'해군의 집'이 있는 북원로터리에서 군항문화탐방을…

진해는 다른 도시처럼 시가지에 일본인들이 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군락을 이룬 것이 아니다. 지금의 경화역 주변으로 주민들을 내쫓고 ‘바다를 진압’하는 군항 도시로 만들었다. 그런 이유로 지금 진해 해군기지 내에는 일제강점기 시절 그들이 사용했던 건물이 대다수 남아 있다.

일본이 군수품을 수송하기 위해 만든 진해선 철도 종점인 통해역을 시작으로 구 일본해군 진해요항부, 구 일본해군 병원청사, 구 일본해군 진해방비대 등의 근대건물과 안중근 의사의 유묵비(소명탑), 이승만 대통령 별장 및 육각정,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는 군항문화탐방은 2008년부터 해군의 협조를 받아 해군진해기지사령부 내 근대문화유산을 둘러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낚시를 즐겨한 이승만 대통령이 자주 들렀던 고 이승만 대통령 별장(좌)과 1949년 8월 8일 이승만 대통령과 중화민국 장개석 총통이 만나 예비회담을 한 육각정(우). 사진 / 김샛별 기자

군항문화탐방은 북원로터리에 위치한 '해군의 집'에서 인접해 있는 해군기지 안으로 들어간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 정도이며, 안전관이 전 구간 안내 및 해설을 해준다. 

군항문화탐방은 20인 이상의 단체만이 관광 가능하지만 창원 씨티투어버스를 이용하는 이들 역시 개별적으로 신청해 단체 관광객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원하는 탐방일 5일 전에 미리 신청해 가능한 날짜를 정한 뒤, 진해 여행 날짜를 정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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