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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대중교통으로 떠나는 여행, 진해 (2)
대중교통으로 떠나는 여행, 진해 (2)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6.08.25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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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항의 근대역사를 '누비자'
진해의 군항역사는 물론, 진해의 미시사를 둘러볼 수 있는 진해군항마을 역사관. 사진 / 김샛별 기자

[여행스케치=진해] 군항의 도시인 진해는 북원로터리~중원로터리~남원로터리로 이어지는 길목을 걷기만 해도 수많은 근대 문화유산들을 볼 수 있다. 이를 즐기는 두 가지 방법. 진해는 북원로터리부터 남원로터리까지 걷는 것도 10분(1km)이면 충분하다. 또 다른 방법도 있다. 창원의 자랑, '누비자'를 이용하는 것이다.

‘누비자’는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무인대여 공영자전거로 진해에만 총 40개소의 터미널이 있다. 빌린 곳에서 반납하는 것이 아니라 터미널 어디서든 빌렸다 자유롭게 반납 후 다시 대여할 수 있어 목적지에 도착하면 반납했다 주변을 구경한 뒤 필요하면 다시 가까운 곳에서 빌려 탈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중원로터리와 해군의 집(북원로터리), 진해루에서 '누비자'를 이용했다. 터미널 위치 및 이용방법은 홈페이지(https://www.nubija.com) 참고.

'긴 건물'이라는 뜻의 나가야(우)와 나가야 건물의 끝(좌). 사진 / 김샛별 기자

장옥거리와 근대건물들

남원로터리에서 중원로터리 사이에는 장옥거리를 비롯해 근대건물들이 곳곳에 위치해있다. 장옥거리 쪽을 먼저 걷고 군항마을 쪽으로 이동해보자. 전자는 일본식 가옥을, 후자는 중국풍의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장옥거리는 실제로 걸으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그저 길다란 일본식 가옥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옥거리 일대를 조금 더 크게 들여다보면, 곳곳에 시간이 쌓여 자연스럽게 멋스러운 색들의 건물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시계방향 순서대로 일제 강점기 당시 진해 요항부의 병원장이 살던 관사였던 선학곰탕 외관, 선학곰탕 내부, 중국풍 건물인 팔각정과 원해루.사진 / 김샛별 기자

진해 해군통제부 병원장이 사택으로 살았던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선학곰탕, 일명 ‘뾰족집’이라 불리는 중국풍 건물인 팔각정에 자리 잡은 수양회관, 맞은편에 있는 오래된 중국집인 원해루까지 진해의 시간이 쌓여 있는 건물들을 만날 수 있다. 

65년 전과 그대로인 '문화공간 흑백'을 지키는 유경아씨가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문화공간 흑백

1952년에 만들어져 벌써 65년째 진해를 지키고 있는 ‘흑백’은 과거 고전 음악다방 ‘칼맨’이었다. 서양화가인 유택렬씨가 1955년 인수해 6-70년대 진해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흑백은 이제 그의 딸, 유경아씨가 여전히 오는 손님을 맞아주고 있다.

50년 전 손님이 아직도 찾아오는 흑백에서 유택렬씨의 그림과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다 보면 천천히 고여 있던 시간이 나를 맞아 물레가 돌아가듯 풀어지는 기분이 든다.

특히 토요일이면 피아니스트인 그의 피아노 연주회를 감상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며 10월에는 유택렬화실 동문회전이 열리니 놓치지 말자.

제황산 공원 꼭대기에 위치한 진해탑에서는 진해를 한눈에 담을 수 있으며, 진해의 역사 전시관을 둘러볼 수 있다. 시계 방향 순으로 제황산 공원 입구와 모노레일 탑승, 진해탑에서 바라본 전망과 진해탑. 사진 / 김샛별 기자

모노레일을 타고 진해탑까지

진해 어디서도 보이는 제황산과 진해탑은 진해의 명당자리다. 원래 러일전쟁의 승리를 기념한 전승기념탑이 있었지만 해방 이후 이를 허물고 그 자리에 해군을 상징하는 군함 모양의 진해탑을 세웠다. 8층 전망대에서 진해를 360도 조망할 수 있으니 올라가 보자.

전승기념탑과 관련해 조은정 창원 문화관광해설사는 전승기념탑을 지을 당시 많은 일이 있었다고 전한다. “인근 묘법사 주지승의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참사를 경고했대요. 하지만 일제가 그걸 무시하고 공사를 진행하다 석공들이 죽고 크게 다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고 해요. 게다가 1930년엔 진해대화재로 학생 107명이 참사를 맞았던 일도 있었어요.” 그는 진해의 역사가 아픈 흔적이 많다는 것에 새삼 다시 마음 아파하는 듯 보였다.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방공호로, 입구가 양쪽으로 나있어 한쪽이 무너지더라도 대피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이곳을 내려오면 바로 왼쪽에 방공호도 있다. 진해에는 일제강점기 때 물자 수탈과 전쟁 대비 목적으로 만들어진 크고 작은 방공호 15개가 있다. 육중한 철문으로 닫혀 있어 내부 출입은 불가하지만 진해가 군항 도시이며 전초기지로서 애환이 담겨 있는 곳임을 짐작케 한다.

'누비자'와 진해루. 사진 / 김샛별 기자

진해루

선선한 바람이 바닷가를 향하는 것인지,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것인지, 우리를 부르면 달려갈 수밖에.

북원로터리는 물론 진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누비자’는 단돈 1000원이면 종일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무인대여 공영자전거다.

자전거로 13분이면 도착하는 진해루에서부터 라이딩을 시작해도 좋다.

이동순 창원 문화관광해설사는 “‘해안 70길’을 도보로, 자전거로 이용해보라”고 추천한다.

소죽도 방향으로 장천-행암-명동-삼포 등 해안도로를 따라 페달을 밟아보자. 시원한 바닷바람과 진해의 절경을 누비는 특별한 기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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