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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울릉도 여행을 여는 사람들] ② 해발 800m에 올라 명이 캐는 재미에 푹 빠진, 나리상회 - 이재명·유소현 부부
[울릉도 여행을 여는 사람들] ② 해발 800m에 올라 명이 캐는 재미에 푹 빠진, 나리상회 - 이재명·유소현 부부
  • 조용식 기자
  • 승인 2021.05.11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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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박 3일의 일정으로 울릉도를 여행하고 돌아가는 여행자들의 대부분은 “또 다시 오고 싶은 곳, 울릉도”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다음에 올 때는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오겠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여행자들에게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 울릉도. 울릉도 여행을 더 즐겁고, 편안하며,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울릉도 여행을 여는 사람들’을 만났다.
나리분지에서 나리상회를 운영하는 이재명·유소현 부부. 사진 / 조용식 기자
나리분지에서 나리상회를 운영하는 이재명·유소현 부부.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울릉] 울릉도의 봄을 대표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명이나물’이다. 부드럽고, 향이 짙어 울릉도 명이나물을 최고로 손꼽는다. 예전에는 산골에 먹을 것이 없을 때 구황작물의 역할을 했으며, 울릉도 사람들은 ‘명을 이어주어서 명이나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일출 시간이 지나면 출발을 하죠. 저희가 자주 가는 명이나물 채취 장소는 해발 800m로 저동으로 넘어가는 나리령과 나리봉 두 곳입니다. 명이나물을 따고 내려오면 오후 2시 정도 되니까 하루에 6~7 시간을 보냅니다.”

해발 800m에서 채취한 명이 꽃다발. 사진 속에 한 짐 가득한 가방을 이고 있는 이재명 씨는 "명이 따는 재미에 힘들기보다 즐거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 나리상회
해발 800m에서 채취한 명이 꽃다발. 사진 속에 한 짐 가득한 가방을 이고 있는 이재명 씨는 "명이 따는 재미에 힘들기보다 즐거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 나리상회
이재명 유소현 부부가 산명이로 직접 담근 명이장아찌. 사진 / 조용식 기자
이재명 유소현 부부가 산명이로 직접 담근 명이장아찌. 사진 / 조용식 기자

지난해 EBS <한국기행>을 통해 산에서 채취한 명이나물로 장아찌를 만드는 모습이 방영되면서 ‘명이나물 장아찌’ 전도사가 된 이재명·유소현 부부. 올해도 ‘국유림 임산물채취권’을 발급받은 유소현 씨 부부는 해발 800m를 오르는 일이 즐겁기만 하다. 1년에 20일만 채취하는 명이나물은 산에서 자랐기 때문에 ‘산명이’라고도 부른다. 음지식물인 명이나물은 학명으로는 ‘산마늘’이라고 한다. 울릉군 북면에 자생하기 때문에 나리분지의 명이나물로 만든 장아찌를 최고로 꼽는다.

“800m를 올라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죠. 하지만, 산을 오르면서 보는 풍광과 잘 자란 명이나물 군락을 만나 나물을 따는 그 순간은 재미가 있어요. 그리고 집중해서 따다보니 시간도 빨리 흘러가는 것 같아요.”

명이를 꽃송이처럼 모아 촬영한 사진 뒤편으로 한 짐 가득한 배낭을 메고 올라오는 이재명 씨가 보인다. 표정은 힘들어 보이지만, 그 역시 집중해서 명이를 따다보니 오히려 재미를 느낀다고 말한다. 

나리분지에서 밭명이를 수확하는 주민들. 사진 / 조용식 기자
나리분지에서 밭명이를 수확하는 주민들. 사진 / 조용식 기자
울릉도를 찾는 트레킹 마니아의 베이스캠프로 더 잘 알려진 나리상회. 사진 / 조용식 기자
울릉도를 찾는 트레킹 마니아의 베이스캠프로 더 잘 알려진 나리상회. 사진 / 조용식 기자

이렇게 딴 명이는 깻잎처럼 한잎한잎 자갠다(울릉도 사투리 : 쌓는다는 뜻). 이 일은 가만히 앉아서 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을 어르신들의 몫이다. 10kg에 3만원의 품삯을 제공하는데, 소일거리로는 제법 큰 벌이다. 그래서 4월이면 울릉군 주민 모두가 명이나물을 채취하고, 장아찌를 담구는 일에 매달린다. 

나리분지의 봄은 온통 초록 물결이다. 20년 전부터 산에서 채취하던 명이를 좀 더 손쉽게 따기 위해 밭작물로 재배하기 때문이다. 울릉도에서는 밭명이라고 부른다. 명이나물 장아찌의 소비자 가격은 산명이는 2만5000원, 밭명이는 2만원으로 대부분 동일하다. 나리분지 밭에도 산에도 명이나물이 지천에 깔려 있는데, 왜 이렇게 비싸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산명이는 20일 동안만 채취를 허용하기 때문에 한정 수량일 수 밖에 없으며, 비가 오는 날이면, 그나마도 채취를 못해요. 밭명이도 해마다 수확을 하는 것이 아니라 2년에 한 번 수확을 하는데, 역시 좋은 것만 따내죠. 나머지는 내년을 위해 남겨둔답니다.”

명이는 제일 잎이 부드럽고 신선도가 좋은 봄에만 수확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4월이 지나면 명이 잎이 하얗게 마르는데, 울릉도에서는 ‘단풍이 든다’고 표현한다. 학명이 ‘산마늘’인 명이는 6월이면 마늘처럼 꽃이 피고, 7월에 씨가 열리며, 이 씨로 모종으로 만들어 다시 밭에 심는다. 

명이나물 장아찌를 다 만들어 낸 유소현 씨는 겨우내 문을 닫았던 나리상회를 열고, 진한 커피향이 나는 커피를 내린다. 산에 오르거나 트레킹을 다녀온 손님들의 베이스캠프로서의 역할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다. 

INFO 나리상회
주소 경북 울릉군 북면 나리길 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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