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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거리두기에 단체관광 지원이라니… 넋나간 지자체들
거리두기에 단체관광 지원이라니… 넋나간 지자체들
  • 조용식, 류인재 기자
  • 승인 2021.05.17 16: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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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코로나 속 단체관광 지원? 대안 없나 ①
단체→가족·개별, 변화한 여행패턴 무시
단체관광객 유치 여행사 인센티브 제도의 현주소
코로나 상황에도 '편의행정'에 매몰된 관광정책
휴게소마다 단체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를 이제는 쉽게 볼 수 없게 됐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휴게소마다 단체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를 이제는 쉽게 볼 수 없게 됐다. 자료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서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주말이면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비대면 여행지를 찾는 승용차의 행렬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여행패턴이 단체관광에서 가족여행, 개별여행으로 변한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지자체는 여행패턴의 변화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행사를 통한 단체관광객 유치 지원 정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사가 모집하는 단체관광이 사실상 중단됐지만,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지자체)는 여전히 여행사를 대상으로 단체관광객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알림 마당을 통해 지자체들이 올린 단체관광객 유치 여행사 인센티브 지원 공고문. 사진 / 조용식 기자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알림 마당을 통해 지자체들이 올린 단체관광객 유치 여행사 인센티브 지원 공고문.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패턴은 가족 및 개별여행으로 변했지만… 무신경한 지자체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알림 마당에는 지난 1월 7일 전라남도 광양시를 시작으로 4월 14일 울산광역시 울주군청까지 총 29개 시군이 '단체관광객 유치 여행사 인센티브 지원 공고'를 게재했다. 

각 지자체의 인센티브 공고 내용을 살펴보면 경상북도 청도군의 경우 내국인 20명 이상, 외국인 10명 이상을, 전라북도 익산시는 축제 관광객 30인 이상, 수학여행단 20인 이상, 단체관광객 10인 이상을 지원 대상으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청도군이나 익산시와 같이 내국인 20명 이상, 수학여행 20명 이상을 유치하는 여행사를 대상으로 인센티브 제도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단체관광객 유치 여행사 인센티브 지원 공고문. 사진 / 조용식 기자
단체관광객 유치 여행사 인센티브 지원 공고문. 사진 / 조용식 기자
단체관광객 유치 여행사 인센티브 지원 공고문. 사진 / 조용식 기자
단체관광객 유치 여행사 인센티브 지원 공고문. 사진 / 조용식 기자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족여행, 소규모 여행으로 변화된 여행 패턴과는 관계없이 지자체 관광 관련부서에서는 연례행사처럼 단체여행을 중심으로 인센티브 제도를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훈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장은 “지금까지 지자체들이 시행하고 있는 ‘단체관광객 유치 여행사 인센티브 지원’은 사실 단기적인 효과로 그치게 된다. 왜냐하면 인센티브 지원금이 다 고갈되면 여행사들이 고객을 그 지역으로 데리고 가지 않기 때문”이라며 “단기적인 효과를 보는 인센티브 제도보다는 그 지역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교통이나 관광지를 묶어서 사용할 수 있는 투어 패스 등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80여개 관광지, 버스,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맛집, 숙박, 체험시설을 이용할 때 할인받을 수 있는 전북투어패스나 24시간, 48시간 권을 이용해 울릉도의 카페 울라, 예림원, 관음도, 독도전망 케이블카, 봉래폭포 등을 80% 할인받아 7900원(전체 이용 시 4만원 상당)에 이용할 수 있는 경북투어패스의 울릉아일랜드 투어패스 등이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오사카 주유 패스’가 있다. 이 카드를 이용하면 전철, 버스를 1일간 무제한 승차하며, 관광명소 약 40곳 이상을 무료로 갈 수 있는 혜택이 있다. 이훈 원장은 “바로 이러한 통합 패스들이 개발된다면 여행자들은 훨씬 더 오래 여행하고, 여행지에 대한 매력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의 지자체들은 지난해오 달리 올해는 축제는 취소했지만, 축제장을 통제하지 않았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전국의 지자체들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축제를 취소했지만 축제장은 통제하지 않았다. 사진 / 조용식 기자

그러나 지자체의 관광정책은 그렇지가 못하다. 그동안 실적을 위해 단체관광객 유치에만 전념했으며,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여행 패턴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 

대전광역시가 그나마 개별 여행객이나 소규모 단체를 지원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진행이 미진한 상태이다.

대전광역시관광협회 관계자는 "2인 이상, 10인 미만의 개별여행자를 위한 제도를 새롭게 마련했는데, 지난 4월 8일부터 대전시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면서 사업이 중지되어 현재로는 진행을 못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남 목포시는 내일로(철도), 바다로(여객선) 이용객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으나 내일로, 바다로 이용객을 제외하면 내국인 10명 이상, 외국인 20명 이상, 학생 20명 이상을 유치한 여행사를 대상으로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전남 담양군의 경우는 4인 이하의 내·외국인 개별여행객을 지원하고 있으나, 지원 대상이 여행업 등록을 마친 업체이다. 담양군 관계자는 "4인 이하 개별여행객을 지원하는 인센티브 제도가 있지만 지원 대상이 여행사라서 현재(4월 25일)까지 지원 신청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여행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몇몇 지자체가 개별여행객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지원 대상이 개인이 아닌 관광객을 유치하는 여행사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소수의 인원을 유치해서 이익을 내기 힘든 여행사가 개별여행객을 유치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개별 여행자 지원을 위한 한 지자체의 신청서. 사진 / 조용식 기자
개별 여행자 지원을 위한 한 대전시관광협회의 관련 신청서.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사가 작성한 문서, 취합만 하는 '편의행정' 문제
그렇다면 지자체 관광부서 담당자들은 왜 개별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하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해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지자체가 여행사를 대상으로 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보면, 모든 것이 별도 서식에 의한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다. 여행사들이 서식에 맞게 모든 것을 다 정리해주니 담당 공무원들은 취합해서 보고서만 올리면 된다. 그러나 개별여행객의 경우 별도 서식을 모두 받아야 하고 잘못된 경우에도 일일이 연락하고, 체크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꺼리는 것이다.”

지자체들이 시행하는 ‘단체관광객 유치 여행사 인센티브 제도’는 단기적인 효과를 보려고 만든 제도인데, 담당 공무원이 수시로 바뀌면서 매년 시행하는 지속적인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여행자가 그 지역을 더 잘 볼 수 있는 간접적인 제도(통합권, 투어패스)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훈 원장은 “여행사에 직접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유통’을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바람직한 면은 아니다. 지금처럼 1인당 얼마의 액수를 지원하는 정책은 행정을 너무 쉽게 하려는 관광정책을 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인 효과가 아니라 지속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여행지의 여러 지역을 볼 수 있도록 만드는 투어패스나 교통이나 숙박을 지원하는 방식 등으로 간접적인 지원을 한다면 관광의 효과나 사람들이 그 지역에서 오래 체류하면서 더 많은 지출을 만들게 할 수 있다”며 “지자체 관광 분야의 행정 담당자들은 쉽게 정책을 펴는 것을 바꿔야 하며 그들은 충분히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 다음 기사에서는 각급 지자체가 별도 운영하는 관광재단(센터)의 역할을 살펴본다. 관광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들 기관이 변화한 여행패턴에 맞게 개별여행 등의 지원정책을 계획하거나 펼치는지 점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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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2021-05-22 08:38:01
매우 의미있고, 가치있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