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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수상한 세월, ‘풀멍’을 아시나요
수상한 세월, ‘풀멍’을 아시나요
  • 박정웅 기자
  • 승인 2021.06.10 0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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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피서지 ① 대관령 삼양목장]
푸르름에 바람도 한숨 돌리는 그곳
평창군 대관령 목장의 풍경. 사진 제공 / 평창군관광협의회 
평창군 대관령 목장의 풍경. 사진 제공 / 평창군관광협의회

 

삼양목장 초원과 목책길. 사진 / 박정웅 기자
삼양목장 초원과 목책로. 사진 / 박정웅 기자

[여행스케치=평창] 목장길 따라 밤길 거닐어 고운님 함께 집에 오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가뜩이나 수상한 나날의 연속이다. 초록만큼 마음에 안정을 주는 색상이 또 있을까. 초록은 우리의 눈뿐 아니라 마음에 편안함을 선사한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덜 겸 초록세상, 초원으로 발걸음을 했다. 그곳은 김세환의 ‘목장길 따라’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강원 평창의 삼양목장이다. 

삼양목장이 자리한 평창 일대는 피서지로 제격이다. 해발 700미터 이상의 고원지대에 있어 한여름에도 선선한 날씨가 이어진다. 한밤에는 솜이불을 끼고 살아야 할 정도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에게 에어컨은 먼 나라 얘기쯤으로 치부된다. 이번 여름, 유명 해수욕장일랑 접어 두고 고원 목장에서의 오붓한 시간은 어떨까. 초록의 길을 거닐면 백두대간을 따라 건너온 거칠었던 감정의 파도도 가라앉을 것이다.

삼양목장 동해전망대 근처에서 바라본 풍광. 사진 / 박정웅 기자
삼양목장 동해전망대 근처에서 바라본 풍광과 포토존. 사진 / 박정웅 기자
동해전망대에서 동해와 목장 전망을 즐기는 삼양목장 여행객들. 사진 / 박정웅 기자
동해전망대에서 동해와 목장 전망을 즐기는 삼양목장 여행객들. 사진 / 박정웅 기자
삼양목장 목책로 1구간 바람의 언덕. 사진 / 박정웅 기자
삼양목장 목책로 1구간 '바람의 언덕'. 사진 / 박정웅 기자

한번 다녀오고는 못 배기는 동양 최대 목장
“벌써 5, 6번은 다녀왔지?” “봄, 여름, 가을, 겨울 다 들러봤으니…. 양들하고 안면 터놨다는 소리는 빈 말은 아니지.”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찾은 이는 없다는 삼양목장. 연세 지긋한 이들의 대화가 정겹다. 초행길의 기대와 설렘은 본격 여행 전 셔틀버스에서 녹아내렸다. 청정 목장이 내어준 달달한 유기농 아이스크림에 모두 어린이가 됐다.   

삼양목장은 소와 양들이 뛰어노는 유기축산과 더불어 관광체험 목장을 지향한다. 해발 850~1470m의 고산지대에 위치한 삼양목장은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약 20㎢(600만평)의 드넓은 초원은 온통 푸른 세상이다. 소와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거나 게으른 낮잠을 청한다.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듬성듬성 솟은 새하얀 풍력발전기. 마법에 걸린 듯 이국적인 풍경 속으로 자꾸만 빨려 들어간다. 목책로의 여행객은 그대로 초원이 된다. 

2구간 숲속의 여유. 사진 / 박정웅 기자
2구간 '숲속의 여유'. 사진 / 박정웅 기자
'사랑의 기억' 목책로의 연애소설나무. 사진 / 박정웅 기자
3구간 '사랑의 기억' 목책로의 연애소설나무. 사진 / 박정웅 기자
4구간 '초원의 산책'에서 바라본 소떼. 사진 / 박정웅 기자
4구간 '초원의 산책'에서 바라본 소떼. 사진 / 박정웅 기자
5구간 '마음의 휴식'의 포토존. 사진 / 박정웅 기자
5구간 '마음의 휴식'의 포토존과 바람 우체통. 사진 / 박정웅 기자

망망대해(茫茫大海) 일출장관(日出壯觀), 희망의 전망대. 초원여행의 기점인 동해전망대(1140m)는 거창한 이름값을 한다. 강릉 너머 동해는 드넓다. 막힌 구석 없으니 일출명소다. 가슴이 열리니 가슴 깊은 곳에서 희망 한 두레박씩을 길어 올릴 만하다. 망망하고 푸른 것이 비단 바다뿐이랴. 으레 초록과 파랑은 우리말에서 섞여 쓰인다. 발아래 초원이 바다이고 먼발치 바다 또한 초원이다.

삼양목장을 두루 볼 수 있는 길이 있다. 초원과 초원을 약 4.5km의 목책로가 잇는다. 해발 850미터서 1470미터까지 걸어 오른다고 나자빠지지 마시라. 애써 거슬러오를 수고로움은 덜자. 셔틀버스가 광장에서 동해전망대를 수시로 오르내린다. 이곳에서 사람은 물처럼 낮은 데로 흐르면 그만이다. 

목책로는 ‘바람의 언덕’ ‘숲속의 여유’ ‘사랑의 기억’ ‘초원의 산책’ ‘마음의 휴식’ 등 1~5구간으로 이뤄졌다. 각 구간은 자연경관, 인기 드라마와 영화를 스토리텔링 했다. 삼양목장의 빼어난 경관은 수많은 카메라를 불러들였다. 드라마 ‘미스터선샤인’ ‘도깨비’ ‘용팔이’ ‘그들이 사는 세상’ ‘베토벤 바이러스’ ‘90일 사랑할 시간’ ‘가을동화’, 영화 ‘신과함께2 인과 연’ ‘조폭마누라 3’ ‘광식이 동생 광태’ ‘웰컴투동막골’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태극기 휘날리며’ ‘연애소설’ 등이 이곳을 찾았다. 

삼양목장 목책로 관람코스를 오가는 셔틀버스. 사진 / 박정웅 기자
삼양목장 목책로 관람코스를 오가는 셔틀버스. 사진 / 박정웅 기자

연애소설·도깨비… 스토리가 있는 초원
대표적인 게 3구간의 연애소설나무다. 그런 연유로 목책로 이름은 ‘사랑의 기억’이다. 2구간 ‘ 숲속의 여유’ 400정에서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한 자리에서 400정보를 한 눈에 담는 조망지라지만 골짜기 건너 한 그루 나무 때문이다. 영화 ‘연애소설’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연애소설나무가 바로 그곳에 서 있다.

목책로를 잇댄 관람 코스는 다섯 가지로 구분된다. 여행객의 취향과 체력, 시간 따위를 고려했다. 이중 ‘목책로 완전 정복 코스’에 도전해보자. 셔틀버스로 동해전망대까지 오른 뒤 ‘바람의 언덕’부터 ‘마음의 휴식’까지 전 구간을 걸어보는 것이다. 어른 걸음으로 약 2시간(체험 프로그램 참여 시 약 3시간30분 소요) 걸린다. 

송천을 가로지르는 명경포다리. 사진 / 박정웅 기자
송천을 가로지르는 명경포다리. 사진 / 박정웅 기자
청연원의 청연정. 사진 / 박정웅 기자
청연원의 청연정. 사진 / 박정웅 기자

길은 걸어본 자만이 안다고 했나. 빠르고 편리한 자동차보다는 느릿하면서 수고로운 걸음이 길의 속내를 들춰볼 수 있어서다. 목책로는 초원만 잇는 게 아니다. 바람을 마주하는 언덕길, 골 사이의 시냇물을 가로지르는 숲길이 도처에 있다. 

간섭 없는 여유로움은 목책로를 걷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곳곳에 마련된 쉼터에서 호흡을 가다듬어보자.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푸른 초원을 바라보는 ‘풀멍’쯤 되겠다. 분명 불멍이나 물멍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시간이 여의치 않을 경우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그러니 길을 재촉할 일은 없다.

이외에 ‘버스로 간단 즐기기 코스’(성인 기준 약 1시간 소요) ‘포토스팟 코스’(2시간) ‘동물체험 코스’(2시간) ‘동물과 함께하는 힐링코스’(2.5시간)가 있다.   

삼양목장의 인기 공연인 양몰이 공연. 사진 / 박정웅 기자
삼양목장의 인기 공연인 양몰이 공연. 사진 / 삼양목장 제공

양몰이 공연·바람 우체통… 체험거리 풍성
삼양목장에는 특별한 체험거리가 많다. 양몰이 공연, 송아지 우유주기, 양·타조 먹이주기, 방목지 소·양 관람, 바람 우체통 엽서쓰기가 그것이다. 이곳의 시그니처 공연은 방목 목장답게 단연 양몰이 공연이다. 

목양견으로는 켈리, 코니, 야호(이상 말리노이즈), 이페(보더콜리) 등이 있다. 베테랑 켈리는 국내 최고령 현역이다. 생후 9개월부터 현재까지 삼양목장의 양몰이를 진두지휘한다. 영국 출신의 이페는 양쪽 눈동자색이 서로 다른 오드아이가 매력적이다. 각종 양몰이 대회를 휩쓸었다.

날쌔고 영리한 목양견(양몰이개)이 출중한 양몰이 실력을 뽐낸다. 주중에는 오후 1시부터 3차례, 주말에는 오전 11시부터 4차례 있다. 

삼양목장에서 엽서 한 장 바람에 실어 보내자. 친구, 연인, 가족, 그리고 자신에게 엽서를동물체험장과 청연원에 마련된 ‘바람(wish&wind)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빨간 가방(우체통)은 젖소가 메고 있다. 아이들과 특별한 소인을 두고 추억의 사진 한 장도 좋겠다. 

'가을동화'의 은서준서집. 사진 / 박정웅 기자
'가을동화'의 은서준서집. 사진 / 박정웅 기자
삼양목장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꽃밭양지길 708-9
대표전화: 033-335-5044~5 
이용시간: 5~10월 9~17시(11~4월 9시~16시30분)
이용요금: 개인 9000원(만 19세 이상, 소인 7000원), 경로·장애·유공자 5000원, 36개월 미만 등 무료
주의사항: 애견 동반 출입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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