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원시림에 둘러싸인 미약골 계곡에서 즐기는 피서 산행
원시림에 둘러싸인 미약골 계곡에서 즐기는 피서 산행
  • 노규엽 기자
  • 승인 2021.06.08 0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천강 발원지 중 한 줄기인 미약골
2012년 6월에 통제구역에서 풀린 은밀한 계곡
암석폭포까지 시원한 계곡물을 즐길 수 있어
홍천 미약골 산행은 시원한 계곡물을 끼고 걷는다. 사진 / 채동우 사진작가

[여행스케치=홍천]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여름 피서지를 정할 때 바다를 먼저 떠올릴 테지만, 산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골짜기 사이로 흐르는 계곡물과 산바람에 더위를 씻으며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 홍천 미약골을 찾아간다.

넓을 홍(洪)에 내 천(川)을 쓰고 있는 홍천에는 이름처럼 큰 물길인 홍천강이 흐르고 있다. 서석면 생곡리에서 발원하여 홍천 땅을 훑으며 지나가는 홍천강은 주변 산세와 어우러져 강원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강이 시작되는 물길 중 하나가 미약골이다.

산 이름보다 유명한 계곡, 미약골
미약골은 홍천강 발원지로 일컬어지는 골짜기다. 인근의 큰 봉우리로는 횡성에 속한 운무산과 평창에 속한 흥정산이 있고, 미약골 발원지를 찾아가는 등산로 끝에는 청량봉이라는 한강기맥의 산이 있지만, 산 이름보다 미약골로 더 알려져 있다.

미약골은 옛날 이곳을 지나던 풍수가가 지세를 둘러보고 ‘삼정승, 육판서가 나올 명당자리’라 말했다 한다. 학이 울고 촛대바위가 아름답게 치솟았으며, 암석폭포 등 바위들이 아름다운 형상을 이루고 있어 미암동 또는 미약골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이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은 내촌천이란 이름이 되어 서석면과 내촌면을 지나 홍천읍 동쪽 두촌면의 철정교에서 홍천강에 합류된다.

미약골은 2012년까지 출입이 금지되었던 덕분에 원시림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미약골이 홍천강 발원지임을 알리는 비석. 사진 / 노규엽 기자

오랜 옛날, 미약골에는 화전민이 살았다고 한다. 그들이 떠나면서 통제구역으로 지정되어 출입이 금지됐다가 2012년 6월부터 문을 열었다. 아주 옛날이 아니고서는 미약골의 풍경을 볼 수 있게 된지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통행이 막 풀렸을 때는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자연환경이 훼손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다행히 지금까지 계곡과 원시림을 잘 유지하고 있다.

미약골을 방문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등산을 즐기는 방법으로 홍천군 내면 율전리 인근에 있는 하뱃재에서 산길에 접어들어 청량봉을 오른 후 미약골 계곡을 따라 하산할 수 있다. 이 경우 산행 길이가 약 12km에 이르고 시간도 5~6시간을 잡아야 한다. 다른 방법은 청량봉 정상까지 오르지 않고 미약골 트레킹을 가볍게 즐기는 것. 피서를 목적으로 한다면 계곡물의 시원함을 즐기는 짧고 가벼운 산행이 좋다. 이 경우에는 미약골테마공원에서 시작하면 된다.

Info 미약골테마공원
주소 강원 홍천군 서석면 생곡리 산 41-82

계곡 물소리와 새 지저귐이 즐거운 골짜기
서석면에서 준비를 마치고 미약골테마공원으로 향한다. 미약골은 대중교통으로 찾기 힘든 곳이라 자가 운전으로 가는 편이 낫다. 테마공원 입구에는 넓지는 않지만 차를 세워둘 주차장이 있고 주말이 아니면 딱히 붐비지도 않는다.

공원 주차장에서 차문을 열자마자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난리다. 그 너머로 배경음처럼 계곡물 소리도 귀를 간질인다. 숨을 들이쉬니 공기에서도 자연의 향이 느껴지는 듯하다. 이처럼 미약골은 시작부터 기대감을 높여준다.

미약골테마공원에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등산로에 그늘이 많이 드리워져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등산로 옆 누군가가 앙증맞게 쌓아놓은 돌탑. 사진 / 노규엽 기자
양치식물인 관중이 많이 자라고 있어 계곡 풍경과 어우러져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길이 헷갈릴 만한 곳에는 산악회 표식이 길잡이가 되어준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미약골테마공원으로 들어서면 키를 쭉쭉 높인 나무들과 계곡이 바로 보이기 시작한다. 나무들 아래로는 편히 누울 수 있는 벤치들도 자리하고 있어 이곳에 누워 계곡 물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피서가 될 것 같다. 그래도 미약골의 매력은 등산로를 따라 계곡을 거슬러가야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미약골 등산로의 장점은 울창한 숲이 충분한 그늘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더운 날씨일지라도 그늘이 있으면 산행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법. 차가운 계곡물이 주변 공기도 시원하게 만들어줘서 산행 중에 땀이 거의 나지 않는 점도 좋다.

공원을 떠나 첫 이정표를 만나는 곳에서부터 계곡을 건너는 장소가 나온다. 이후로도 산길을 걷다 계곡을 건너고 다시 산길을 걷고 계곡을 건너는 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계곡길마다 자연석으로 조성해놓은 징검다리가 있지만, 수량이 많은 날에는 물이 돌 위로 넘치며 흘러 무용지물인 경우도 있다. 비가 많이 내린 이후라면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애초에 샌들을 준비해 거침없이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걷는 것도 더 피서 산행다운 선택이다. 물 속 바닥이 미끄러울 수 있으니 아웃도어 샌들이나 아쿠아 슈즈를 준비하는 편이 안전하며, 사고 방지를 위해 물 흐름이 약하고 수심이 얕은 곳을 찾아 조심히 건너가기를 권한다. 안전에만 대비한다면 산행을 하는 동안 수도 없이 계곡을 건너며 발이 시원한 상태가 되어 쾌적함을 유지해준다.

미약골 피서 산행의 목적지는 암석폭포까지로 잡으면 좋다. 암석폭포는 선녀들이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지만, 미약골을 오르다보면 계곡물이 흐르는 그 어느 곳에서 목욕을 했다고 해도 믿을 만큼 시원한 물에 몸을 담글 곳이 많다.

계곡을 건너야 할 때는 조심해야 하지만 미약골 탐방로는 대체적으로 길이 편한 편이다. 두 번째 이정표를 지나 20분쯤 더 걸으면 꽤 긴 계단이 나타나지만 오르막을 한달음 올리고 나면 다시 길이 편해진다.

산길에 들어선 이후 만나는 세 번째 이정표 이후로 경사가 심한 구간이 슬슬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이후부터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구간의 경사가 심한 편이니 주의를 요한다. ‘홍천강의 발원지 미약골’ 안내판을 만나면 계단 아래로 암석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탐방로 상에서는 폭포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는 것이 전부인데, 유심히 살피면 내려갈 수 있도록 로프가 설치되어 있긴 하다. 그러나 로프를 잡고서도 내려가기가 쉬운 편은 아니며, 폭포 수량이 많을 때는 온몸이 젖을 각오를 하고 내려가야 한다.

암석폭포 이후로도 청량봉으로 가는 길은 계속 이어지지만, 앞서 말했듯이 피서를 목적으로 한다면 암석폭포까지 온 것으로도 충분하다. 사실 암석폭포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도중에 마음에 드는 계곡을 만나면 자리를 깔고 피서를 즐겨도 좋겠다. 과일과 음료수 등을 계곡물에 담가 놓고 여유롭게 물장구를 치면서 쉬는 것도 더위를 쫓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미약골은 비가 내린 후에 찾으면 수량이 더욱 풍부하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수량이 많을 때는 징검다리 건너기가 어려울 수 있어 샌들을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계곡을 건널 때는 물 깊이와 미끄러운 돌을 주의하며 조심히 건너야 한다. 사진 / 채동우 사진작가
가벼운 피서산행을 할 경우 암석폭포까지를 목적지로 잡으면 좋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암석폭포까지 가지 않더라도 마음에 드는 계곡에서 쉬어가는 것이 좋은 피서의 방법일 것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Info 미약골 이정표 주의
미약골에서 만나는 세 번째 이정표의 ‘암석폭포 330m’ 표기는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이정표를 지나고도 계단을 세 번 오르내리며 꽤 긴 거리를 이동해야 암석폭포를 만나게 되며, 산행 후에 확인한 지도를 봐도 세 번째 이정표까지 걸어온 거리의 절반 정도는 가야 암석폭포를 만날 수 있었다.

피서 산행 후 즐기는 홍천의 막국수
미약골을 되돌아 나온 후에 지역의 향토음식으로 배를 채워도 좋겠다. 강원도 홍천의 음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름에는 역시 막국수를 추천한다. 마침 미약골과 가까운 서석면 일대에 현지인들도 자주 찾는 ‘맛집’이 두 곳 있으니 여건에 맞춰 찾아가면 되겠다.

메뉴판에 물막국수와 비빔막국수를 따로 표기하는 다른 지역의 막국수 식당과 달리, 홍천의 막국수 식당에는 막국수 하나로만 표기되어 있다. 동그랗게 둘둘만 메밀면과 야채 고명, 양념장 등을 올린 막국수 그릇에 육수를 따로 내주기에 비빔으로 먹어도 되고 물막국수로도 먹을 수 있게 준비해준다. 여기에 감자전을 곁들인다면 최상이다. 따뜻하면서 포슬포슬한 감자전의 식감과 시원한 메밀면의 조합이 배를 든든히 채워줄 것이다.

두 식당 중 어느 곳을 선택했든지 간에 막국수를 먹고 나서는 소화도 시킬 겸 잠시 걸으며 내촌천이 흐르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다. 조금 전까지 즐겼던 미약골 계곡의 물이 흘러 모인 내촌천과 주변 산군의 모습이 홍천 미약골 피서 산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알맞다.

검산막국수의 막국수와 감자전. 사진 / 노규엽 기자
막국수를 먹은 후 소화도 시킬겸 내촌천을 바라봐도 좋겠다. 사진 / 노규엽 기자

Info 검산막국수
주소 강원 홍천군 서석면 검산길 10
※수요일 휴무

Info 생곡막국수
주소 강원 홍천군 서석면 군두리길 310
※화요일 휴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