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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해발 1,164미터 고지에 펼쳐진 야생화 꽃밭
해발 1,164미터 고지에 펼쳐진 야생화 꽃밭
  • 류인재 기자
  • 승인 2021.06.10 0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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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여행] 점봉산 곰배령 산림생태탐방
곰이 하늘을 향해 누워있는 모습을 닮은 곰배령. 사진 / 류인재 기자

[여행스케치=인제] 강원 인제군에는 곰이 배를 하늘로 향하고 누워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곰배령이라고 이름 붙은 원시림이 있다. 곰의 배 부분에 해당하는 약 5만 평 규모의 평원은 봄•여름이 되면 야생화가 만발해 ‘천상의 화원’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답다.

한반도 자생식물의 북방한계선과 남방한계선이 만나는 점봉산은 자생종의 약 20%에 달하는 85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어 미래세대를 위해 보전해야 하는 지역으로 인정되어 유네스코(UNESCO)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그렇기 때문에 산림청은 산림생태계 훼손을 예방하기 위해 일부 지역만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아 탐방을 허용하고 있다.  

입산허가증을 받기 위해 줄을 선 탐방객들. 사진 / 류인재 기자
입산허가증을 받기 위해 줄을 선 탐방객들. 사진 / 류인재 기자
사전에 예약을 마친 후 예약된 시간에 신분증을 가지고 가면 입산허가증을 받을 수 있다. 사진 / 류인재 기자
사전에 예약을 마친 후 예약된 시간에 신분증을 가지고 가면 입산허가증을 받을 수 있다. 사진 / 류인재 기자
점봉산 생태관리센터 입구의 포토존. 사진 / 류인재 기자
점봉산 생태관리센터 입구의 포토존. 사진 / 류인재 기자

신비로운 천연 원시림을 탐방하다 
곰배령에 오르기 위해서는 사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데 곰배령 탐방로(진동리~곰배령)는 산림청에서, 곰배골 탐방로(귀둔리~곰배령)는 국립공원공단에서 예약과 관리를 따로 하고 있고 출발 지점도 다르기 때문에 미리 잘 확인해야 한다.  

곰배령 탐방로를 ‘숲나들e’에서 예약하고 점봉산산림생태관리센터에 예약한 시간에 가서 신분증을 보여준 후 입산허가증을 받는다. 이 입산허가증은 중간 초소에서 다시 한번 검사를 하니 잃어버리지 않도록 잘 챙겨야 한다. 

입구에서 만난 류재환 점봉산산림생태관리센터 산림생태관리원은 “곰배령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훼손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를 볼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라며 “봄부터 여름까지 들꽃이 만발하는데 특히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져 탐방하기가 더욱 좋다”라고 말했다. 

탐방을 시작하기 전 '곰배령 숲속 친구들'로 가서 곰배령에서 볼 수 있는 야생화를 미리 확인해 보고 가기를 추천한다. 사진 / 류인재 기자
탐방을 시작하기 전 '곰배령 숲속 친구들'로 가서 곰배령에서 볼 수 있는 야생화를 미리 확인해 보고 가기를 추천한다. 사진 / 류인재 기자
월별로 볼 수 있는 야생화가 정리되어 있는 '곰배령 숲속 친구들'. 사진 / 류인재 기자
월별로 볼 수 있는 야생화가 정리되어 있는 '곰배령 숲속 친구들'. 사진 / 류인재 기자
계곡에서 시원하게 흐르는 물줄기를 보면서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곰배령. 사진 / 류인재 기자
계곡에서 시원하게 흐르는 물줄기를 보면서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곰배령. 사진 / 류인재 기자

입산허가증을 받으면 먼저 ‘곰배령 숲속 친구들’이라고 적혀 있는 곳에 들렀다가 등산을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계절별로 피어나는 야생화와 이번 주에 볼 수 있는 야생화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등산을 하면서 알록달록한 들꽃들을 보면 이름이 절로 궁금해지니 미리 살펴보고 가자. 

피나물, 감자난초, 연영초, 졸방제비꽃 그리고 동의나물이 탐방객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알려준다. 야생화의 이름을 곱씹으며 곰배령 산림생태탐방로를 걷기 시작한다. 탐방을 시작하자마자 연둣빛, 초록빛 잎사귀들이 터널을 이뤄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탐방로 왼쪽으로는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싱그럽고, 오른쪽은 울창한 나무 밑으로 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어 자꾸 눈길이 간다.   

노란 꽃이 매력적인 피나물. 사진 / 류인재 기자
노란 꽃이 매력적인 피나물. 사진 / 류인재 기자
산이나 골짜기의 그늘진 곳에서 자라는 미나리냉이. 사진 / 류인재 기자
산이나 골짜기의 그늘진 곳에서 자라는 미나리냉이. 사진 / 류인재 기자
곰배령에는 양치식물인 관중을 많이 볼 수 있다. 사진 / 류인재 기자
곰배령에는 양치식물인 관중을 많이 볼 수 있다. 사진 / 류인재 기자

 

처음 보는 식물들이 신기해 바닥을 보며 걷다 보니 노란색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아까 등산을 하면서 볼 수 있다던 피나물이다. 샛노란 꽃이 예뻐서 울타리 넘어 손을 뻗어 사진을 찍는 탐방객들이 많지만 조심해야 한다. 뱀과 독충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산림생태계 보호를 위해 탐방로를 넘어가면 산림보호법에 의해 처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탐방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파른 경사가 없어서 가족 단위 탐방객도 많다. 물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출발하기 전에 봐놨던 들꽃과 피어있는 들꽃들을 비교해가며 걷다 보니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 방향이 곰배령까지 닿을 수 있는 탐방로다. 

중간 초소 전에 있는 매점에서 요기를 할 수 있다. 사진 / 류인재 기자
중간 초소 전에 있는 매점에서 요기를 할 수 있다. 사진 / 류인재 기자
중간 초소에 12시 이후에 도착하게 되면 입산이 통제된다. 사진 / 류인재 기자
중간 초소에 12시 이후에 도착하게 되면 입산이 통제된다. 사진 / 류인재 기자
나무가 우겨져 그늘을 만들어준다. 사진 / 류인재 기자
나무가 우겨져 그늘을 만들어준다. 사진 / 류인재 기자

오른쪽으로 꺾으면 강선마을이 먼저 나오는데 이곳은 사유지이기 때문에 주택과 농지의 출입을 자제해야 한다. 조금만 걸으면 매점과 화장실이 나온다. 매점에서는 산나물전, 감자전, 도토리묵, 믹스커피 등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거나 음료를 마시며 쉬었다 갈 수 있다.

이 매점을 지나면 중간초소가 있는데 이 초소에 12시 이후에 도착하게 되면 입산이 통제된다. 매점에서 여유를 즐기다가 혹시 입산이 통제되어 곰배령에 가지 못할까 걱정이 되어 매점을 뒤로하고 초소로 향한다. 초소를 지나면 울창한 원시림이 이어진다. 깊은 계곡에서 물이 흐르고 희귀한 야생화와 식물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들꽃과 식물들을 관찰하며 발걸음을 이어가니 완만했던 탐방로가 가팔라진다. 곰배령 정상에 가까워진 것이다. 햇빛을 가려주던 울창한 나무들이 조금씩 걷히며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곰배령 정상에 가까워지면 완만했던 탐방로가 가팔라진다. 사진 / 류인재 기자
아기자기한 야생화가 피어있는 곰배령. 사진 / 류인재 기자
아기자기한 야생화가 피어있는 곰배령. 사진 / 류인재 기자
곰배령 데크에 앉아 경치를 감상하는 탐방객들. 사진 / 류인재 기자
곰배령 데크에 앉아 경치를 감상하는 탐방객들. 사진 / 류인재 기자

아기자기한 야생화 꽃밭을 걷다
“엄마, 뒤돌아 봐 봐. 우리 스위스 여행 갔을 때 생각나.”

모녀 탐방객이 감탄을 쏟아낸다.  

백두대간의 등뼈에 해당하는 곰배령에 오르면 작은점봉산, 점봉산, 설악산 대청봉 등이 펼쳐져 있고, 해발 1,164m의 고산지대에는 강한 바람을 견뎌내며 독특한 모양으로 자란 나무들과 군락을 이루며 피어있는 아기자기한 야생화들이 가득이다. 

곰배령을 바라보면 누가 설명해 주지 않아도 이곳에 왜 곰배령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짐작이 간다. 약 5만 평 규모의 넓고 봉긋한 평원은 곰의 배를 떠오르게 하고 작은점봉산 봉우리는 곰의 머리를 닮았다.  

곰배령 정상석. 사진 / 류인재 기자
곰배령 정상석. 사진 / 류인재 기자

곰의 배 위에 펼쳐진 꽃밭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려는 탐방객들이 데크 곳곳에서 포즈를 잡는다. ‘천상의 화원 곰배령’이라고 적혀있는 정상석과 함께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탐방객들도 많아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며 멀리 풍경을 바라본다. 

정상석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다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점봉산산림생태관리센터에서 출발을 했다면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코스1의 경우는 2시 전에만 하산을 시작하면 되지만, 하산탐방로로 하산을 하려면 1시 30분 전에 하산을 해야 한다.

하산전용 탐방로는 주목군락지, 철쭉군락지 등 올라오면서 볼 수 없었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고, 너덜지대가 있어 시간과 체력의 소모도 많으니 개인의 체력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오후 1시 30분 이후에는 하산 탐방로 진입이 금지된다. 사진 / 류인재 기자
곰배령에서 하산탐방로로 가는 길. 사진 / 류인재 기자
하산탐방로에서도 야생화를 계속 만날 수 있다. 사진 / 류인재 기자
하산탐방로에서도 야생화를 계속 만날 수 있다. 사진 / 류인재 기자

발길이 덜 닿아 원시림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하산탐방로
얼른 정상석 사진을 남기고 새로운 풍경을 보고 싶어 하산탐방로를 선택해 걷기 시작한다. 하산탐방로라는 말이 무색하게 오르막길이다. 잠시 걸으니 데크로 만들어진 쉼터가 나온다. 여기서 준비해온 도시락이나 간식을 먹을 수 있다. 

쉼터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다시 오르막길을 오른다. 오르막길이 이어지다 보니 하산을 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문이 생기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전망대가 나와 안심을 한다. 전망대가 나오면 하산탐방로로 잘 가고 있는 것이 맞다. 곰배령에서, 쉼터에서 하염없이 바라본 경치지만 다시 전망대에서 산봉우리와 구름이 어우러진 풍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4시까지 하산을 마쳐야 하기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곰배령을 탐방하면 수많은 종류의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사진 / 류인재 기자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 / 류인재 기자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 / 류인재 기자
하산탐방로의 마지막 다리. 이 다리를 건너면 점봉산산림생태관리센터가 나온다. 사진 / 류인재 기자
하산탐방로의 마지막 다리. 이 다리를 건너면 점봉산산림생태관리센터가 나온다. 사진 / 류인재 기자
훼손되지 않은 자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곰배령. 사진 / 류인재 기자
훼손되지 않은 자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곰배령. 사진 / 류인재 기자

드디어 오르막길이 끝나고 내리막길이 시작되어 조금 편하게 걸을 수 있나 했더니 곳곳에 ‘미끄럼주의’라는 표시가 있다. 제법 길이 가팔라 조심히 발을 내딛지만 쭉~ 미끄러진다. 주변을 돌아보니 무릎 보호대, 등산 스틱 등 장비를 잘 갖춘 탐방객들이 대부분이다. 등산을 할 때는 장비가 없어도 그리 힘들지 않게 올 수 있지만 하산전용 탐방로를 걸을 예정이라면 장비를 갖추는 것이 안전하겠다.

너덜지대와 계단이 이어져 발바닥과 무릎이 아파온다. 하산탐방로로 하산을 하는 탐방객은 거의 없어 사람도 거의 마주치지 않고, 코스1에 비하면 험난한 길을 걷자니 ‘코스1로 하산할 걸’하는 후회가 몰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의 발길이 더욱 닿지 않는 곳이기에 자연 그대로 우거진 원시림의 매력이 더 짙게 느껴진다. 다리에 힘이 풀려 떨려올 때쯤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다리가 나타나는데 다리를 건너면 탐방을 시작했던 점봉산산림생태관리센터가 나타난다. 

INFO 점봉산 곰배령 산림생태탐방
산림휴양 통합플랫폼 숲나들e에서 선착순 예약을 받고 있다.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4시(곰배령 정상부 14시 하산 종료) 
주소 강원 인제군 기린면 곰배령길 12 점봉산산림생태관리센터
문의 033-463-8166
www.foresttrip.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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