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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0월호
두 개의 산, 두 개의 해변을 걷다
두 개의 산, 두 개의 해변을 걷다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21.06.1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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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바래길 걷기여행 ⑦] 제8코스 섬노래길
망산을 내려와 미조항으로 향하는 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망산을 내려와 미조항으로 향하는 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여행스케치=남해]남해 본섬의 가장 남쪽에 삐죽 튀어나온 미조는 다양한 섬들을 품고 있는 땅이다. 미조에 서면 바다 가운데 촘촘히 박힌 사도, 애도, 호도, 조도, 죽암도, 목과도, 고도 등을 볼 수 있는데, 이 구간의 이름이 ‘섬노래길’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해의 둘레를 따라 걷는 바래길은 출발지와 도착지가 달라 차량 회수가 만만치 않은데 이번 구간은 천하마을~송정해변~망산(287.3m)~미조북항~남망산~미조남항~설리해변~송정해변을 지나 출발 장소인 천하마을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총 거리 13.8km에 휴식 포함 약 6시간. 남해바래길 총 19개 코스 중 유일하게 난이도 별 5개를 꽉 채운 길인 만큼 나름 각오가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천하마을에선 3개 코스가 나뉜다. 8코스 섬노래길 초입은 아스팔트 도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천하마을에선 3개 코스가 나뉜다. 8코스 섬노래길 초입은 아스팔트 도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2차선 도로변에 자리한 남새정원. 코스모스부터 꽃양귀비까지 다양한 꽃들이 피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2차선 도로변에 자리한 남새정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코스모스부터 꽃양귀비까지 다양한 꽃들이 피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코스모스부터 꽃양귀비까지 다양한 꽃들이 피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남해는 마늘 주산지다. 마늘 외에도 시금치와 고사리가 유명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남해는 마늘 주산지다. 마늘 외에도 시금치와 고사리가 유명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3개 구간이 지나는 천하마을
임도로 올라서는 중년 사내가 보인다. 아마 독일마을로 이어진 7코스(화전별곡길)를 걷는 모양이다. 안내판을 등지고 도로 맞은편 마을로 들어섰는데, 주차를 하고 뒤늦게 따라온 일행이 길이 아니라며 불러 세운다. “맞는데? 여기 바래길 이정표가 있잖아요.”이정표는 있지만 8코스는 아니었다. 천하마을은 이미 지나온 7코스, 이번에 가야 할 8코스, 다음에 가야 할 9코스(구운몽길)가 만나는, 그러니까 각각 다른 세 개의 바래길을 품고 있는 마을이다. 경로에서 벗어나면 삑삑, 경고음을 내는 앱도 실행하지 않았으니 잘못하면 9코스를 앞당겨 걸을 뻔했다.

산으로 이어진 임도는 7코스, 바다 쪽 마을 안길은 9코스이다. 8코스는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왼쪽(동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바래길을 걸을 요량이라면 반드시 ‘바래길앱’을 깔고 구간별 ‘길 따라가기’기능을 활용하는 게 좋다. 이정표는 잘 되어 있지만 간혹 헷갈릴 때가 있고, 그때마다 이 어플이 길잡이가 되어준다. 일단 도로를 건넌다. 미조 5km라고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8코스는 남해의 남동쪽 미조면 일대를 한 바퀴 돌아 걷는 길이다.

천하에서 송정해변까진 2차선 도로인데 우측보행의 경우 뒤에서 차가 달려와 괜히 불안하다. 안전에 유의해 갓길에 바짝 붙어 걷는다. 길옆에 ‘남새정원’이 있다. 이름표는 붙었지만 쉬어갈 벤치나 별다른 구조물은 없다. 도로와 바다 사이에 심긴 꽃은 길을 걷는 이들에겐 반가운 선물이다. 때를 모르고 핀 코스모스와 큼직한 잎을 살랑대는 꽃양귀비, 샛노란 큰금계국까지 어우러진 미니 정원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솔바람비치로 불리는 송정해변에 닿는다. 미조를 휘돌아 흐르는 길은 나중에 이 송정해변과 남새정원이 있던 도로를 지나 다시 천하마을로 돌아간다.

천하마을.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천하마을.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INFO 천하마을
구간 초입인 천하마을은 7코스(화전별곡길)의 종점이자 8코스(섬노래길)와 9코스(구운몽길)의 출발점이다. 세 개 구간이 만나는 곳이므로 출발 시 유의해야 한다. 이번 코스는 원점회귀여서 차를 갖고 가도 차량 회수가 쉽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남해터미널에서 미조행 버스를 탄다.
주소 경남 남해군 미조면 남해대로 400-1

조개를 채취 중인 동네 어르신. 늦은 오후엔 저 자리에 물이 들어찬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조개를 채취 중인 동네 어르신. 늦은 오후엔 저 자리에 물이 들어찬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송정해변으로 들어서는 길. 소나무가 많아 솔바람비치로도 불린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송정해변으로 들어서는 길. 소나무가 많아 솔바람비치로도 불린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바다에서 산, 산에서 바다
아직 해수욕 인파로 붐빌 시기는 아니어서 바다는 조용했다. 솔숲 너머의 백사장엔 머릿수건을 쓴 동네 아낙들만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빨간 플라스틱 바구니마다 하얀 조개가 가득히 담겼다. 모래는 드문드문 파헤쳐졌고 땅속에서 위로 올라온 흙은 물에 젖어 진한 색으로 두드러져 보였다. 사람이 그리웠는지 모래는 자꾸만 발목을 잡아끌었다. 이제 곧 해수욕 인파로 북적일 테고, 여름이 지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질 남해의 바다다.

송정해변에서 조개를 채취 중인 동네 아낙.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송정해변에서 조개를 채취 중인 동네 아낙.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송정해변의 다른 이름인 솔바람비치.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송정해변의 다른 이름인 솔바람비치.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송정해변을 등지고 도로를 건너 산으로 들어선다. 이번 코스엔 두 개의 산과 두 개의 해변이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바래길 전체 구간 중 난이도가 가장 높은 길이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망산과 남망산이 구간 초중반에 있단 것! 만약 지난달 걸었던 대기봉 임도처럼, 10여 km를 걸은 상태에서 막판에, 더구나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걸었다면 체력소모가 훨씬 커질 게 뻔하다. 

두 개의 산을 넘는 만큼 바래길 전체 구간 중 난이도가 가장 높은 8코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두 개의 산을 넘는 만큼 바래길 전체 구간 중 난이도가 가장 높은 8코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별마루펜션을 지나 망산으로 올라서는 길. 초입엔 수풀이 무성한 편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별마루펜션을 지나 망산으로 올라서는 길. 초입엔 수풀이 무성한 편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망산 정상에서 바라본 미조항 일대.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망산 정상에서 바라본 미조항 일대.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남해바래길 제8코스 섬노래길은 13.8km로 쉬엄쉬엄 6시간쯤 걸린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남해바래길 제8코스 섬노래길은 13.8km로 쉬엄쉬엄 6시간쯤 걸린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망산 초입은 웃자란 풀숲이다. 날이 덥더라도 반바지보단 긴바지가 좋다. 정상까진 꾸준한 오르막이지만 그늘이 없던 도로나 해변보단 차라리 울창한 산길이 더 나은 것도 사실이다. 정상까진 30분쯤 걸린다. 폐쇄된 하늘색 산불감시초소엔 ‘남해산줄기 망운산 287.3m’라고 쓰인 안내판이 달렸다.

군부대를 지나 미조항 일대로 내려선다. 위에서 바라본 항구는 마치 유럽 한 귀퉁이를 떼어온 것처럼 이국적이다. ‘남해와 원주를 잇는 19번 국도의 시점’초록색 이정표가 반갑다. 예전엔 국도를 따라 도보여행을 하는 사람이 많았고, 그중에선 19번 국도를 걷는 이들도 있었다. 산을 내려와 처음 만나는 곳이 미조 북항이고 이후 마을 골목길을 지나 두 번째 산인 남망산 전망대에 들렀다 미조항으로 내려간다. 남항 일대는 북항과 분위기가 달랐다. 멀리서부터 비릿하지만 싫지 않은 냄새가 났다.

망산에서 내려와 닿는 미조 북항. 이후 남망산으로 길이 이어진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망산에서 내려와 닿는 미조 북항. 이후 남망산으로 길이 이어진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상자마다 그득그득 담긴 멸치들. 미조항은 멸치잡이로 유명한 항구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상자마다 그득그득 담긴 멸치들. 미조항은 멸치잡이로 유명한 항구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미조 수협위판장의 멸치들.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미조 수협위판장의 멸치들.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지금은 멸치 전성시대
미조항은 멸치를 나르는 작업으로 분주했다. 작은 바닷고기는 박스 밖으로 늘어져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그득그득 쌓였다. 건장한 사내들은 삽으로 얼음을 퍼 올려 멸치의 신선도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멸치라곤 시장이나 마트에서 사 먹어본 게 전부인 여행객에겐 항구의 활력 넘치는 멸치 수송 작업이 한없이 신기하다. 근로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조심 비켜 걷는다. 등산화 바닥에 질겅질겅 멸치 잔해가 밟히는 길, 짧은 거리였지만 한순간 다른 세상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었다.

미조 남항을 벗어나면 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해진다. 길은 아스팔트 도로에서 설리해변과 설리마을로 연결됐다. 골목길을 벗어나 큰길로 나오면 멀리 설리스카이워크가 보인다. 바래길은 스카이워크 쪽으로 이어졌다. 원통형 구조여서 어디에 서든 바다 조망이 가능한 설리스카이워크엔 높이 38m의 스윙그네가 있다. 그네는 바다를 향해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했고, 그때마다 그네 위의 사람들은 짜릿한 추억을 쌓고 있었다.

다소 이국적 풍경의 미조면 일대.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다소 이국적 풍경의 미조면 일대.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송정해변에 비해 규모가 작고 조용한 설리해변.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송정해변에 비해 규모가 작고 조용한 설리해변.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스카이워크 이후론 도로 내리막이다. 이 길은 송정해변으로 이어진다. 해변에 앉아 조개를 캐던 아낙들은 모두 떠나고 없었다. 물은 한눈에도 확연할 만큼 솔숲 쪽으로 차올라 있었다. 파도는 시간에 맞춰 가까워지기도 했고 멀어지기도 했다. 오후의 바다는 한낮의 바다보다 쓸쓸했다. 모래밭 한쪽에 누군가 솔방울로 하트를 만들어놓았다. 바다 옆은 솔숲이다. 하여 솔바람비치 송정해변에선 짭조름한 소금내와 비릿한 바다생물 냄새, 또 싱그런 소나무 향이 한데 어울려 흔들린다.

누군가가 모래해변에 만들어놓은 솔방울 하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누군가가 모래해변에 만들어놓은 솔방울 하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송정해변부턴 길이 똑같다. 왔던 길 그대로를 되짚어 걷는다. 남새정원의 꽃들은 햇빛이 잦아들면서 빛을 잃었고, 천하마을에 세워둔 차는 어느새 산 그림자 속에 잠겨 있었다. 다음 달에도 이곳엘 와야 한다. 그땐 정말 오전 일찍 서둘러야겠다. 난이도는 8코스보다 낮지만 9코스 역시 15.4km로 만만치 않다. 세 번째 올 때는 이 마을을 찬찬히 둘러봐야겠다. 그땐 이 해변도 사람들로 북적이겠지….

다정식당.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다정식당.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INFO 다정식당
구간 중반부인 미조항에 있는 식당으로 지역민들 사이에 숨은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다. 멸치쌈밥은 큰 것 4만 원, 멸치회 작은 것 3만 원, 식사류인 된장찌개는 8000원이다. 미조항 일대엔 다양한 식당과 카페 등이 밀집돼 있다.
주소 경남 남해군 미조면 미조로236번길 5
문의 055-867-7334

설리스카이워크.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설리스카이워크.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INFO 설리스카이워크
원통형 구조로 어디서나 바다를 볼 수 있는 설리스카이워크는 바래길 바로 옆에 있어 걷다가 잠시 시간을 내 들를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하며 휴무는 없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어린이는 1000원이고, 스윙그네를 탈 경우 요금이 추가 된다.
주소 경남 남해군 미조면 미송로303번길 176
문의 070-423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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