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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동영상)한탄강이 빚은 선계(仙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과 사람들
(동영상)한탄강이 빚은 선계(仙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과 사람들
  • 박정웅 기자
  • 승인 2021.08.27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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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달리고 오르고 ① 한탄강 주상절리길(한여울길)
철원·연천·포천,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지질명소들
철원 송대소 인근의 은하수교와 한탄강 협곡. 사진 / 박정웅 기자
철원 송대소 인근의 은하수교와 한탄강 협곡. 사진 / 박정웅 기자
한여울길 2코스의 화산암 너덜지대. 사진 / 박정웅 기자
한여울길 2코스의 화산암 너덜지대. 사진 / 박정웅 기자

[여행스케치=철원·연천·포천] 한탄강은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으로 통한다. 강원 철원에서 경기 포천과 연천으로 이어지는 현무암 협곡이 이색 장관을 연출해서다. 현무암 협곡, 주상절리, 용암대지, 폭포, 하식동굴 등 화산활동과 침식지형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이다. 

지질여행을 알차게 하려면 걷는 게 좋다. 느긋한 걸음에 비경을 제대로 볼 수 있어서다. 많은 이가 한탄강 주상절리길에서 지질명소를 만난다. 한탄강과 함께 살아온 이들의 삶을 가까이 할 수 있으니 지질여행은 더 풍성해진다. 길을 걷는 내내 내륙 유일의 현무암강인 한탄강이 빚어낸 독특한 경관에 탄성이 쏟아진다. 

한여울길 1코스는 잘 정비돼 있어 많은 여행객이 찾는다. 사진 / 박정웅 기자
한여울길 1코스는 잘 정비돼 있어 많은 여행객이 찾는다. 사진 / 박정웅 기자
한여울길 2코스 송대소 전망대에서 바라본 은하수교와 한탄강 협곡. 사진 / 박정웅 기자
한여울길 2코스 송대소 전망대에서 바라본 은하수교와 한탄강 협곡. 사진 / 박정웅 기자

숨 멎은 듯… 현무암 협곡 장관에 ‘아찔’
먼저 철원에 속한 주상절리길 두 곳을 찾았다. 한여울길 1, 2코스다. 한여울은 ‘큰 여울’로, 한탄강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한여울길은 철원이 자체 개발한 트레킹 코스다. 철원의 대표적인 지질명소는 직탕폭포, 송대소, 고석정, 철원용암대지(소이산), 삼부연폭포 등이다. 이중 직탕폭포와 송대소, 고석정은 한여울길 1, 2코스에 있다.

안내도에 따르면 1코스는 승일공원-승일교-고석정-마당바위-송대소-태봉대교-직탕폭포-무당소-오덕리-칠만암-옛 양지리검문소 11.2km(약 3시간)다. 2코스는 군탄교-승일교-양수장-마당바위-은하수교-송대소-태봉대교-직탕폭포-윗상사리 5.1km(약 2시간) 구간이다. 한탄강의 좌안과 우안(상류방향 기준)을 각각 걷는 길이다. 거점은 고석정을 낀 고석정국민관광지다. 철원관광안내소, 철원관광정보센터, 철원한탄강지질공원센터와 각종 편의시설이 모여 있다. 고석정과 가까운 옛 승일교가 1, 2 코스를 아우른다.

철원을 나타내는 조형물 사이로 승일교가 보인다. 한여울길 1코스에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한여울길 1코스는 철원을 대표하는 트레킹 코스다. 지질명소와 관광명소를 두루 잇는 데다 길도 잘 닦여 있어서다. 길의 대부분은 협곡 위에 자리한다. 변동이 심한 협곡 수량에 길이 훼손될 여지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여행객은 물론 지역민의 하이킹 코스로 인기다. 때문에 1코스의 검색량은 매우 많다. 

반면 2코스는 사정이 다르다. 협곡 하단 강변길은 훼손됐고 구름다리는 끊겨 폐쇄(현재 복구 중)됐다. 여울의 영향을 크게 받은 탓이다. 송대소 전망대 부근은 사유지여서 논둑길로 우회해야 한다. 승일교에서 직탕폭포까지 수색하듯 걸은 길은 8km정도(약 3시간)였다. 코스 정비는 물론 안내도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능선(숲), 강변, 바윗길, 자작나무숲, 논둑, 습지, 현무암 너덜지대가 이어진 다이내믹한 길이다. 태봉대교 인근의 현무암 너덜지대는 새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정리하면 철원 지질여행은 한여울길 1코스가 좋다. 또 1코스(승일교-직탕폭포 약 5km)와 2코스(직탕폭포-송대소 전망대 약 2km) 일부를 엮는 것을 추천한다. 2코스 중 직탕폭포-송대소 전망대 구간은 길이 좋다. 현무암 너덜지대, 습지, 자작나무숲, 들판을 가로지르는 점이 매력적이다. 

임꺽정의 무대로 유명세를 탄 고석. 고석은 한탄강의 지질명소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임꺽정의 무대로 유명세를 탄 고석(왼쪽 바위). 고석은 한탄강의 지질명소다. 사진 / 박정웅 기자
고석정 한탄강 협곡. 사진 / 박정웅 기자
고석정 한탄강 협곡. 사진 / 박정웅 기자

철원 한여울길의 지질명소… 고석정·직탕폭포
고석정은 한탄강변에 있는 정자다. 세운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신라 진평왕과 고려 충숙왕이 머물렀다고 알려져 있다. 고석정 아래는 15m 높이의 화강암이 우뚝 서 있다. 이를 고석(孤石)이라 한다. 1억년 전 철원 땅이 용암으로 덮이기 이전에 있던 기반암이다. 화산활동으로 고석 위에는 현무암으로 덮여 있다가 침식작용으로 하부의 화강암인 고석만 남게 됐다. 고석정은 임꺽정의 무대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더했다.

직탕폭포. 오른쪽 면 등에서 주상절리 흔적이 역력하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직탕폭포. 오른쪽 면 등에서 주상절리 흔적이 역력하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직탕폭포는 한탄강 상류의 폭포다. 일반적인 폭포와는 달리 강 횡단면 전체를 따라 형성됐다. 폭포 주변은 현무암인데 반해 아랫부분은 오랜 침식작용으로 기반암인 화강암이 드러나 있다. 높이 약 3m, 길이 약 80m로 규모면에서는 크지 않다. 다만 침식에 상대적으로 약한 상부 현무암이 계속 깎여 폭포의 시작점이 상류쪽으로 밀려나는 두부침식을 보인다는 점에서 한국의 나이아가라폭포로 불린다. 

소이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철원용암대지. 너른 철원평야가 펼쳐져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소이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철원용암대지. 너른 철원평야가 펼쳐져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철원용암대지(소이산)는 한반도 내륙에서 관찰되는 유일한 용암대지다. 소이산 전망대에 서면 용암대지를 덮은 너른 철원평야가 한눈에 잡힌다. 전국에서 밥맛 좋기로 소문난 철원오대쌀이 이곳에서 난다. 10세기 궁예의 태봉국 수도였던 곳으로 한국전쟁의 비극적인 역사를 담고 있다. 철원 노동당사가 있으며 모두 한여울길 5코스에 속한다. 인근에는 현무암으로 만든 맷돌로 드립커피를 체험하는 이색 공간이 있다. 철원평야를 마당삼은 철원학마을(학마을센터)이다.

한탄강의 으뜸 지질명소로 꼽히는 재인폭포. 주상절리가 잘 드러나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한탄강의 으뜸 지질명소로 꼽히는 재인폭포. 주상절리가 잘 드러나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한탄강의 절경’ 연천 재인폭포
경기 연천의 지질명소는 재인폭포, 좌상바위, 베개용암(천연기념물 제542호) 등이다. 재인폭포는 한탄강의 으뜸 지질명소로 꼽힌다. 약 18m 높이에 달하는 주상절리 절벽과 폭포수가 장관을 연출한다. 대규모의 현무암질 용암이 분출돼 형성한 용암호가 냉각된 후 하천에 의한 풍화·침식작용이 계속되면서 절벽과 폭포가 형성됐다. 

좌상바위. 사진 / 박정웅 기자
좌상바위. 사진 / 박정웅 기자

좌상바위는 한탄강변에 약 60m 높이로 우뚝 솟은 현무암이다. 중생대 백악기 말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현무암으로, 마그마가 지표로 분출하는 구멍인 화구나 마그마가 지표로 올라오는 길인 화도에서 삐져나온 용암이 분출되면서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의 왼쪽에 있어 좌상바위라 불린다. 지역민들은 좌상바위를 마을 오른쪽 장승과 함께 마을 수호신으로 여긴다. 

베개용암.
베개용암. 바위 하단부에 동글동글한 모양을 이뤘는데 마치 옛날 베개의 옆구리 모습을 닮아 이름 지어졌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베개용암은 한탄강과 영평천이 만나는 아우라지(두물머리)에 있다. 포천에 속하며 연천에서는 정연로에서 아우라지길 샛길로 빠져나간 한탄강변에서 조망할 수 있다. 냉각과정에서 동글동글한 모양을 이뤘는데 마치 옛날 베개의 옆구리 모습을 닮아 이름 지어졌다. 좌상바위와 베개용암 사이에 여행객 재방문율이 높은 푸르내마을이 자리한다. 지오마을임과 동시에 팜스테이 체험마을로 인기다.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를 모은 비둘기낭폭포. 사진 / 박정웅 기자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를 모은 비둘기낭폭포. 사진 / 박정웅 기자

겸손해야 보이는 포천 비둘기낭폭포
포천의 지질명소는 비둘기낭폭포(천연기념물 제537호), 멍우리협곡, 화적연(명승 제93호) 등이다. 주머니처럼 독특한 모양의 비둘기낭폭포는 드라마와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폭포는 울창한 숲속 아래 깊숙한 협곡에 있어 한국전쟁 당시 피난처로 이용됐다. 우거진 나무를 헤치고 머리를 숙여야 보이는 아름다운 폭포다. 멍우리협곡에는 높이 30~40m의 주상절리 협곡이 4km 이상 펼쳐져 있다. 주상절리길 중 비둘기낭 순환코스(비둘기낭폭포-한탄강하늘다리-멍우리길-징검다리-벼룻길-비둘기낭폭포 6km)가 있다. 최근 개통한 한탄강하늘다리에서 맞는 협곡의 바람은 상쾌하다. 

멍우리협곡.
멍우리협곡. 왼쪽 직벽이 인상적이다. 사진 / 박정웅 기자

화적연은 한탄강변에 높이 13m로 솟은 화강암괴다. 현무암, 유문암, 화강암과 물에 깎이고 모래가 쌓인 다양한 지질·지형적 특징을 볼 수 있다. 겸재 정선이 풍광에 반해 화폭에 담은 명승이다. 

[동영상]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과 사람들

※ 본 기획 취재는 '국가지질공원과 함께하는 사람들'이란 주제로 자연과 인간의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해 (사)한국잡지협회와 공동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박정웅 기자 sutr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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