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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멈춰야 보인다… 평화누리자전거길의 매력
멈춰야 보인다… 평화누리자전거길의 매력
  • 박정웅 기자
  • 승인 2021.08.10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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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달리고 오르고 ② 평화누리자전거길 3~4코스
행주산성·오두산통일전망대·반구정에서의 쉼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북녘 땅을 살피른 탐방객들. 사진 / 박정웅 기자
평화누리자전거길 3, 4코스 대부분은 자유로를 끼고 달린다. 사진 / 박정웅 기자
평화누리자전거길 3, 4코스 대부분은 자유로를 끼고 달린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여행스케치=고양ㆍ파주(경기)] 평화누리자전거길(김포-연천)은 수도권의 대표적인 자전거 여행 코스다. 길의 대부분이 경계 철책을 따라 이어져 있어 분단의 현장을 마주한다. 민간인 통제선을 끼고 달리는 길은 다른 자전거길에서 느낄 수 없는 감흥을 선사한다. 뿐인가. 접경지인 까닭에 개발의 때가 덜 탄 강과 산, 들이 어우러진다. 한여름 초록 들판을 누비는 즐거움이 여기에 있다. 

평화누리자전거길은 전체 7코스로 이뤄진다. 이중 3코스(방화대교-출판단지휴게소 21.0km)와 4코스(출판단지휴게소-반구정 28.0km)를 찾았다. 나란히 이어지는 코스는 3코스부터 한강자전거도로의 연장선에 있다. 접근성이 좋아 많은 이들이 이곳을 달린다. 

방화대교 북단 평화누리자전거길 3코스 시작점. 인증부스가 설치돼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방화대교 북단 평화누리자전거길 3코스 시작점. 인증부스가 설치돼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평화누리자전거길 3코스 안내도. 사진 / 박정웅 기자
평화누리자전거길 3코스 안내도. 사진 / 박정웅 기자
행주산성에서 바라본 자유로와 한강, 서울 도심뷰. 사진 / 박정웅 기자
행주산성에서 바라본 자유로와 한강, 서울 도심뷰. 사진 / 박정웅 기자
행주산성의 행주대첩비. 사진 / 박정웅 기자
행주산성의 행주대첩비. 사진 / 박정웅 기자

국수만 먹을 건가… 행주산성이 있소이다 
평화누리자전거길에서는 굳이 ‘종주’를 염두에 두지 말자. 자전거길과 가까운 명소를 찾는 여행 본연의 매력을 되새겨볼 일이어서다. 종주나 스탬프 모으기가 라이딩의 주목적이라면 4대강을 낀 종주자전거거길을 택하자. 평화누리자전거길은 쉼표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쉼표가 있는 평화누리자전거길 3~4코스의 명소는 어디일까. 행주산성(3코스), 오두산통일전망대, 반구정(이상 4코스) 등이 그곳이다. 3코스의 시작점인 방화대교 북단에는 인증부스가 있다. 이곳에서 행주산성까지는 지척이다. 그렇지만 자전거 여행객 대부분은 산성 아랫마을의 국수 한 그릇에 라이딩의 의미를 둔다. 

여기에 행주산성으로 조금의 수고로움을 더한다면 보다 풍성한 자전거 여행을 완성할 수 있다. 행주치마 스토리나 권율 장군의 행주대첩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터. 그럼에도 왜군과의 격전장에서 갖는 마음가짐은 새롭다. 시원하게 뻗어나간 자유로가 확 들어온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한강과 도심 조망은 덤이다.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강(왼쪽)과 임진강 두물머리. 오른쪽은 북녘 땅이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강(왼쪽)과 임진강 두물머리. 오른쪽은 북녘 땅이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오두산통일전망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는 모래톱이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오두산통일전망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는 모래톱이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북녘이 지척’ 오두산통일전망대… 황희 정승의 반구정
4코스 명소는 오두산통일전망대와 반구정이다. 전망대는 오두산(119m) 정상에 자리해 있다. 북녘 땅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데 양측의 거리는 불과 460여m다. 전체 비무장지대 중 그 폭이 가장 짧다. 임진강이 한강과 만나는 두물머리에는 너른 모래톱이 자리했다. 남한과 북한, 양측에서 몰아온 세월이 하나하나 작은 모래알로 반짝인다. 

맞은편 북녘은 황해북도 개풍군 임한리다. 망원경으로 들여다본 임한리는 영락없는 시골이다. 고즈넉한 마을에 새단장한 집들이 들어섰다. 때마침 들녘으로 나서는 주민도 보인다. 안내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북한군 초소, 탈곡장, 김일성사적관, 인민문화관, 임한소학교, 송악산, 여니산, 군장산을 들여다보자. 이 같은 전망을 보려면 땀깨나 쏟아야 한다. 국가대표 축구팀 트레이닝센터(파주 NFC) 인근의 자전거길에서 전망대까지 한참을 올라야 해서다.

장준하 선생 공원. 사진 / 박정웅 기자
장준하 선생 공원. 사진 / 박정웅 기자

가까운 곳에는 박정희 군사정권과 맞선 장준하 선생을 모신 공원이 있다. 독립운동가, 언론인, 정치인, 민주화운동가로서 그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보자. “우리는 무기를 가졌습니다. 조국을 찾아야 한다는 목표물을, 똑바로 겨냥한, 젊은이란 이름의 무기입니다.” 기념석에 쓰여진 <돌베개> 문구를 몇번씩 읊어본다. 공원 위에는 장 선생의 묘소가 있다. 

황희 정승이 머물렀다는 반구정. 사진 / 박정웅 기자
황희 정승이 머물렀다는 반구정. 사진 / 박정웅 기자
황희 정승 유적지. 사진 / 박정웅 기자
황희 선생 유적지. 사진 / 박정웅 기자

반구정(伴鷗亭)은 최장수 영의정을 지낸 황희 정승(1363~1452년)이 관직에서 물러나 머문 곳이다. 4코스 도착점이자 5코스 시작점인 황희 선생 유적지 내에 있다. 인증부스는 유적지로 향하는 굴다리 초입에 있다. 이름처럼 반구정은 갈매기를 벗 삼는 정자다. 기암절벽에서 바라보는 임진강의 풍광이 좋다. 이곳에 정자가 들어선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오른쪽 임진강 끝으론 새하얀 임진강 철교(경의선)가 들어온다. 

평화누리자전거길 3코스 도착점이자 4코스 시작점인 파주출판단지휴게소 인증부스. 사진 / 박정웅 기자
평화누리자전거길 3코스 도착점이자 4코스 시작점인 파주출판단지휴게소 인증부스. 사진 / 박정웅 기자

평화누리자전거길 여행팁
경의선(문산역)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다만 평일 휴대승차가 불가해 반구정까지 왕복 코스를 짜야 한다. 왕복 코스가 만만치 않다면 휴대승차가 가능한 주말에 여행 계획을 세우자. 코스 대부분은 자유로를 끼고 달린다. 인증부스가 있는 출판단지휴게소를 비롯한 곳곳의 쉼터에서 더위를 식히는 것도 잊지 말자. 행주산성의 입장료는 없다. 오두산통일전망대와 황희 선생 유적지는 각각 3000원, 1000원이다.

정호성 사랑의자전거 상임이사가 사랑의 손수레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정호성 사랑의자전거 상임이사가 사랑의 손수레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굵은 손마디에 아로새긴 건강한 세상
자전거길에서 만난 사람 ① 정호성 사랑의자전거 상임이사

정호성 (사)사랑의자전거 상임이사(63)의 손아귀는 세다. 평화누리자전거길 3코스 초입, 제2자유로 교각 아래 사랑의자전거에서 ‘선 굵은’ 그를 만났다. 사랑의자전거는 자전거 교육과 정비를 주요 사업으로 한다. 고양 사무소의 주된 업무는 방치자전거 리사이클링이다. 서울과 고양 일대의 방치자전거나 폐자전거를 수거한 뒤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두꺼운 손마디에 아로새긴 그의 세상살이를 들었다. ‘선 굵은’ 시간은 늘 낮은 데로 향했다. 산동네 사람들, 기초생활수급자, 노숙자, 폐지수거 어르신…. 더불어 사는 삶이 어우러지는 사회공동체를 지향했다. 목사인 정 이사는 “바울이 ‘텐트 메이킹 미션’(경제적 자립 기반의 목회)을 통해 전도에 힘썼다”며 “가난한 사람들의 헌금에 기대지 않겠다는 뜻을 세웠다”고 말했다. 사회와 함께하는 목회를 위해 ‘경제적 자립’에 방점을 찍은 것.

그는 화물차 운전, 자동차 정비, 용접, 배관, 전기, 인테리어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자신의 생계를 위한 것만이 아닌 공동체를 향한 것이었다. 그의 노력은 ‘텐트 메이킹’에 머물지 않았다. 상황에 맞춰 능동적으로 움직였다. 화물차 운전과 자동차 정비가 그 예다. 정 이사는 “화물차 운전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공동체에 집중할 수 없는 면이 있었다”며 “머무르며 할 일을 찾던 중 자동차 정비 기술을 배웠고 카센터를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틈틈이 용접 등 다른 기술을 익히며 자신의 ‘텐트 메이킹’을 다졌다. 신학대학교를 졸업한 뒤 20여년이 지나 목사 안수를 받은 배경이겠다.

그는 사회와 소통했다. 지역 활동가와 생활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배추를 공동 구입해 김장을 나눴다. 요샛말인 ‘공구’라는 용어가 없었던 시절이다. 마을신문 ‘평화촌’을 제작했다. 보다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활동이었다. 서울 성북과 종로에서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의 지역자활센터를 맡았다. 서울광역센터장으로서 구슬땀을 쏟았다. 주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사랑의 집수리’ 사업을 전개했다. 경험을 나누는 차원에서 ‘집수리 실무’ 책을 폈다.

그런 그가 두 바퀴를 구르고 있다. 버려진 자전거의 ‘재활’만이 아니다. 폐지수거 어르신에게 ‘사랑의 손수레’를 제작·보급한다. 안전 브레이크, 노펑크 타이어, 전조·후미등을 장착했고 경량화에 힘썼다. 어르신들의 안전과 사용 편의를 꾀한 정 이사의 작품이다. 손수레는 2018년부터 서울과 인천의 각 자치구, 고양, 천안 등 전국의 어르신에게 보내지고 있다. 취지에 공감하는 유관기관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정 이사는 “사랑의 손수레에 대한 특허와 실용신안 등록을 신청했다. 세상에서 의미 있는 손수레가 될 것”이라며 웃었다. 목사인 그에게서 친숙한 동네 형님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래서 그의 억센 손에서 따뜻하면서도 건강한 무언가가 느껴졌는지 모른다. 

박정웅 기자 sutr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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