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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0월호
강원 인제, 십승지 '은둔의 계곡'을 걷다
강원 인제, 십승지 '은둔의 계곡'을 걷다
  • 박정웅 기자
  • 승인 2021.08.19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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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가리계곡 트레킹
야생의 계곡, 걷는 내내 탄성·환호 교차
아침가리계곡을 찾은 탐방객들이 물길을 건너고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여행스케치=인제(강원)] 물의 세계를 걸었다. <정감록>이 말한 십승지 가운데 한 곳이다. 오지의 청정수가 첩첩산중을 적신다. 산과 골이 깊어 계곡 수량은 풍부하고 일정하다. 비까지 더하니 물소리는 더 커진다. 14번, 15번? 계곡 물길을 몇 번 건넜을까. 손으로 꼽으며 헤아린 건 부질없다. 시원하다 못해 오싹한 계곡 트레킹에 흠뻑 빠졌으니 말이다. 

여름휴가철이 막바지로 치닫는 지난 17일, 강원 인제군 기린면 아침가리계곡을 찾았다. 아침가리는 계곡 트레킹 명소다. 원시림으로 둘러싸인 계곡 물길을 헤치며 걷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코스를 자랑한다. 다른 걷기 여행길에서 흔한 데크나 야자매트 따위는 없다. 첩첩산중이어서 핸드폰은 불통이다. 방해받지 않는 원시의 계곡은 여러모로 매력이 있다. 

아침가리계곡의 풍광. 사진 / 박정웅 기자

인제는 고지대에 있어 피서지로 각광받는다. 한여름 아침가리계곡은 서울과 온도차가 10도가량 난다. 더구나 계곡물은 차가우니 더위를 피하는 계곡 트레킹이 인기일 수밖에 없다. 물이 워낙 차가워 여름 한철, 특히 삼복에 걷기 여행객이 몰린다. 한가한 트레킹을 원한다면 추석 전후까지도 괜찮다. 물은 더 차가워지겠으나 발목 정도만 적시는 요령을 부리면 될 일이다.

코스는 방동약수-방동고개(아침가리정상 초소)-조경동교(조경동다리)-갈터쉼터 약 12km 구간이다. 이중 계곡 트레킹은 조경동교-갈터쉼터 약 6km 구간에서 이뤄지는데 편도 기준 3시간 30분~4시간가량 걸린다. 일반적으로 계곡 아래쪽으로 내려 걷는 코스를 잡는다. 물론 갈터쉼터에서 조경동교를 왕복해도 된다. 

전국의 명수로 소문난 방동약수. 사진 / 박정웅 기자
'한국의 명수'로 소문난 방동약수. 사진 / 박정웅 기자

걷기 여행객 대부분은 갈터쉼터(기린면 조침령로 1071)에서 짐을 정리한 뒤 택시로 방동약수(1만5000원)나 방동고개(3만원)를 찾는다. 방동약수부터 조경동교까지는 약 6km의 임도가 이어진다. 방동약수부터 방동고개까지의 포장 임도는 꽤 가파르다. 방동고개부터는 줄곧 내리막길이어서 고개부터 길을 나서는 이가 많다.  

전체 코스를 둘러볼 겸 방동약수에서 길을 잡았다. 방동약수는 톡톡 쏘면서 쇠 맛이 났다. 탄산, 망간, 철, 불소 성분이 들어 있어 위장병에 효험이 있고 소화증진에 좋다고 한다. 때문에 자연보호중앙협회 지정 ‘한국의 명수’다. 

방동고개와 백두대간트레일 안내도. 사진 / 박정웅 기자
방동고개에서 조경동교로 향하는 임도 오른쪽의 자작나무숲. 사진 / 박정웅 기자
방동고개에서 조경동교로 향하는 임도 오른쪽의 자작나무숲. 사진 / 박정웅 기자

1시간가량 가파른 임도를 오르니 방동고개다. 백두대간트레일 6구간 숲길(방동약수-안내센터-조경동교-조경동분교-제1쉼터-명지가리약수-구룡덕봉삼거리-홍천안내센터-월둔교 약 21km)의 탐방센터(안내센터)가 있는 곳이다. 트레일은 사전예약 탐방제로 운영된다. 계곡 트레킹은 인원 제한이 없다. 다만 인적 사항은 기록해야 한다. 

방동고개부터 조경동교까지 비포장 임도가 펼쳐진다. 원시림이 빼곡한 숲길을 걷는데 산 정상부에 자리한 자작나무숲이 인상적이다. 길을 내려오면 조경동교다. 음료와 라면 등 간식거리를 내놓는 무인판매소가 있다. 다리 직전 왼쪽 계곡으로 접어들면 아침가리계곡 트레킹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다리를 건너 직진하면 백두대간트레일이다.  

아침가리계곡을 걷는 탐방객. 사진 / 박정웅 기자
탐방객들이 쌓은 돌탑이 계곡 곳곳에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아침가리계곡에는 소가 여럿 있는데 인명사고가 잦은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아침가리계곡에는 소가 여럿 있는데 인명사고가 잦은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아침가리계곡은 원시로 향해 있다. 아침에 밭을 갈 정도의 해만 비치는 첩첩산중, 아침가리라 했던가. 계곡 일대에 인적이 없어 물과 숲은 날 것 그대로다. 물은 차갑고 맑고 깨끗해 날벌레를 용납하지 않는다. 우거진 원시림은 길에 볕을 들이지 않는다. 별천지가 있다면 이런 데일까. 계곡을 걷는 내내 탄성과 환호가 교차한다. 길은 걸어본 자만이 안다. 

다만 안전을 위해 챙길 게 있다. 3km가량 핸드폰 불통 구간이 있어 함께 걷는 것을 추천한다. 별다른 이정표가 없으니 계곡 좌우를 살펴야 한다. 등산화와 스틱, 방수팩은 기본이다. 돌길, 흙길, 물길은 다소 거칠기 때문이다. 등산화는 발목을 감싸는 것이면 좋다. 스틱으로 물이나 돌길에서 중심을 잡아주자. 물을 건널 때는 유속과 수심, 바닥상태를 꼼꼼히 체크하자. 가급적 얕은 곳을 건너고 소는 먼발치에서만 구경하자. 

박정웅 기자 sutr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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