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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인제서도 오지… 깊은 숲속 계곡을 걷다
인제서도 오지… 깊은 숲속 계곡을 걷다
  • 박정웅 기자
  • 승인 2021.09.15 0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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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의 휴식, 휴양림 ① 강원 인제 방태산자연휴양림
은둔의 원시 계곡, 피톤치드·음이온 힐링
얼음장 같은 물, 아침가리계곡에서의 이색 트레킹
강원 인제군 아침가리계곡을 찾은 탐방객. 사진 / 박정웅 기자

[여행스케치=인제(강원)] 숲은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 울창한 숲과 청정한 계곡이 뿜어내는 피톤치드와 음이온은 우리 몸의 긴장을 풀어준다. 신선한 공기와 푸르른 색감은 정신을 맑게 한다. 삼림욕을 하면서 힐링을 하는 데는 휴양림만한 데가 없다. 계곡을 낀 휴양림이라면 숲속 여행은 더욱 풍성해진다. 

한적한 숲속 여행을 하고 싶다면 강원 인제의 방태산자연휴양림이 있다. 백두대간에 인접한 방태산(1435m)은 원시의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산 주변은 3둔(월둔·달둔·살둔) 4가리(아침가리·명지가리·연가리·적가리)로, 정감록의 십승지 가운데 한 곳이다. 십승지는 전쟁이나 전염병, 흉년 등에도 견딜 수 있는 길지(吉地)를 가리킨다. 한적한 명당에서의 삼림욕과 산책, 계곡 트레킹은 방태산 숲속 여행의 즐거움이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방태산자연휴양림의 야영장이 가득 차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방태산자연휴양림의 야영장이 가득 차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방태산휴양림의 매력은 ‘계곡’
방태산휴양림은 휴양림 규모(숙박동 10실, 야영데크 27면)치고는 인기가 많다. 자연 그대로의 숲을 품은 대표적인 휴양림으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봄에는 들꽃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 주변으로 숲이 우거진다. 가을에는 단풍이 붉게 물들고 겨울에는 순백의 눈꽃 향연이 펼쳐진다.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2시간쯤이면 닿는 접근성도 좋다.  

방태산휴양림 계곡의 명물인 이단폭포가 비가 더해져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고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방태산휴양림 계곡의 명물인 이단폭포가 비가 더해져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고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방태산휴양림의 마당바위와 폭포. 숙박동인 산림휴양관 바로 앞에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방태산휴양림의 마당바위와 폭포. 숙박동인 산림문화휴양관 바로 앞에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방태산휴양림 인기에는 계곡이 한몫한다. 내린천 상류의 지천인 방태천의 한 줄기가 깊은 계곡으로 방태산 자락을 파고든다. 휴양림은 계곡 깊숙한 곳에 자리한다. 휴양림 안에는 매표소-제1 주차장(1.2km)-산림문화휴양관(마당바위, 300m)-2단폭포(500m)-야영장(300m)-제2 주차장(200m)으로 이어지는 2.5km 산책로가 잘 닦여 있다. 산책로를 가볍게 걸으면 곧 계곡 트레킹이다. 길 주변은 활엽수가 포진해 있다. 때문에 가을 단풍철이면 길은 단풍 터널을 이룬다. 가을 산을 만끽하고 싶다면 원점회귀 등산 코스(제2 주차장-매봉령-구룡덕봉-주억봉-제2 주차장 10.3km, 6~7시간)가 있다.

방태산 휴양림의 산림문화휴양관. 휴양관을 중심으로 입구부터 제2 주차장까지 계곡을 따라 한적한 산책로(도로)가 이어진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방태산 휴양림의 산림문화휴양관. 휴양관을 중심으로 입구부터 제2 주차장까지 계곡을 따라 한적한 산책로(도로)가 이어진다. 사진 / 박정웅 기자

계곡의 얼굴은 이단폭포다. 계곡물이 각각 10미터와 3미터 아래로 떨어지는 장관을 연출한다. 출사지로 명성이 자자한데 이 폭포를 보기 위해 일부러 휴양림을 찾는 이가 많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수량이 더해져 한폭의 동양화를 그려 낸다. 마당바위도 이곳의 자랑거리다. 계곡 전반을 뒤덮은 반석이 인상적이다. 너른 바위 오른쪽의 작은 폭포도 좋다. 

아침가리계곡을 걷는 탐방객들. 사진 / 박정웅 기자
아침가리계곡을 걷는 탐방객들. 사진 / 박정웅 기자

‘은둔의 계곡’ 아침가리계곡의 선계
휴양림과 가까운 곳에 은둔의 계곡이 있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계곡 트레킹으로 유명한 아침가리계곡이다. 아침가리계곡은 계곡 트레킹의 기점인 갈터쉼터(기린면 조침령로 1071) 부근에서 방태천과 합류한다. 오지의 청정수가 첩첩산중을 적신다. 산과 골이 깊어 풍부한 수량을 자랑한다. 비까지 더하면 계곡은 선계에 빠진다. 휴대폰이 터지지 않으니 바깥세상과 잠시 이별해도 좋다.  

은둔의 계곡답게 맑은 물이 흐르는 아침가리계곡 전경. 사진 / 박정웅 기자

아침가리계곡 트레킹 맛은 시원함 이상의 오싹함에 있다. 한여름에도 차가운 계곡의 물을 14~16회 건너야 한다. 허벅지까지 차오른 물을 헤지며 걷는 경우가 있다. 물은 차갑고 맑고 깨끗해 날벌레를 용납하지 않는다. 우거진 원시림은 길에 볕을 들이지 않는다. 물과 길, 계곡 전반이 청량하다. 별천지가 있다면 이런 데일까. 길은 걸어본 자만이 안다. 계곡을 걷는 내내 탄성과 환호가 교차한다. 다른 걷기 여행길에서 흔한 데크나 야자매트 등 인공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 야생의 날것 그대로인 원시의 계곡을 온몸으로 느껴보자. 

아침가리계곡에는 소가 여럿 있다.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서 소에 접급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인제는 고지대에 있어 피서지로 각광받는다. 아침가리계곡은 더하다. 물이 워낙 차가워 계곡 트레킹은 여름 한철 장사다. 특히 삼복에 걷기 여행객이 몰린다. 한적한 트레킹을 원한다면 초가을에도 괜찮다. 물은 더 차가워지겠으나 발목 정도만 적시는 요령을 부리면 될 일이다.

트레킹 코스는 방동약수-방동고개(아침가리정상 초소)-조경동교(조경동다리)-갈터쉼터 약 12km 구간이다. 계곡 트레킹은 조경동교-갈터쉼터 약 6km 구간(편도 기준 3시간 30분~4시간)에서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계곡 아래쪽으로 내려 걷는 코스를 택한다. 물론 갈터쉼터에서 조경동교를 왕복해도 된다. 

한국의 명수로 지정된 방동약수. 사진 / 박정웅 기자

걷기 여행객 대부분은 갈터쉼터에서 짐을 정리한 뒤 택시로 방동약수(1만5000원)나 방동고개(3만원)를 찾는다. 택시는 갈터쉼터 주차장 맞은편에 대기한다. 방동약수부터 조경동교까지 약 6km의 임도가 이어진다. 방동약수부터 방동고개까지의 포장 임도는 꽤 가파르다. 방동고개부터는 줄곧 내리막길이다. 그래서 방동고개에서 길을 시작하는 이가 많다. 일부는 완주를 목적으로 418번 지방도를 이용, 갈터쉼터에서 방동약수까지 걷는다. 갓길이 없는 지방도를 내내 걸어야 하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 

아침가리계곡 트레킹 전 숲길에서 만난 자작나무숲. 사진 / 박정웅 기자
아침가리계곡 트레킹 전 숲길에서 만난 자작나무숲. 사진 / 박정웅 기자

돌길·흙길·물길, 야생의 길을 걷다 
전체 코스를 둘러볼 겸 방동약수에서 길을 잡았다. 방동약수는 톡톡 쏘면서 쇠 맛이 난다. 탄산, 망간, 철, 불소 성분이 들어 있어 위장병에 효험이 있고 소화증진에 좋다고 한다. 자연보호중앙협회 지정 ‘한국의 명수’다. 방동약수에서 1시간가량 가파른 임도를 오르면 방동고개다. 고갯마루에는 백두대간트레일 6구간 숲길(방동약수-안내센터-조경동교-조경동분교-제1쉼터-명지가리약수-구룡덕봉삼거리-홍천안내센터-월둔교 약 21km)의 탐방센터(안내센터)가 있다. 트레일은 사전예약 탐방제로 운영된다. 계곡 트레킹에는 인원 제한이 없다. 다만 인적 사항은 기록해야 한다. 

방동고개 탐방센터. 사진 / 박정웅 기자
탐방센터가 있는 방동고개. 아침가리계곡 트레킹을 위해 갈터쉼터에서 이곳까지 택시를 이용하는 탐방객이 많다. 사진 / 박정웅 기자

방동고개부터 조경동교까지 비포장 임도가 펼쳐진다. 원시림이 빼곡한 숲길이다. 길 오른쪽으로 이어진 자작나무숲이 인상적이다. 길을 내려오면 조경동교다. 음료와 라면 등 간식거리를 내놓는 무인판매소가 있다. 다리를 건너 직진하면 백두대간트레일이다. 다리에 미치기 전 왼쪽 계곡으로 접어들면 아침가리계곡 트레킹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무인판매소 일대. 왼쪽으로 꺾으면 본격적인 아침가리계곡 트레킹이 시작된다. 직진하면 백두대간트레일이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아침가리계곡 일부는 휴대폰 불통구간이다. 탐방객은 안전에 유의하며 함께 걷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아침가리계곡은 원시의 세계로 이어진다. 아침에 밭을 갈 정도의 해만 비치는 첩첩산중, 아침가리라 했던가. 계곡 일대에는 인적이 없다. 한때는 아침가리골에 수백명의 화전민이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1960년대 울진·삼척 무장공비사건 이후 모두 떠났다. 이들의 흔적은 계곡 길에서 확인된다. 벼랑의 잔도나 돌로 수평을 맞춰놓은 밭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계곡 트레킹은 안전에 유의하자. 전체 6km 구간이 다소 거칠다. 떨어져 나간 신발 밑창이 이를 방증한다. 돌길, 흙길, 물길은 야생 그대로의 것이다. 등산화를 꼭 챙기되 발목을 감싸는 것이 좋다. 계곡은 습도가 높아 길이 매우 미끄럽다. 스틱은 미끄러운 돌길과 물길에서 중심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물을 건널 때는 가급적 얕은 곳을 택하자. 유속과 수심, 바닥상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소는 먼발치에서만 구경하자. 인명사고가 빈번한 곳이다. 야생의 길이니 별다른 이정표가 없다. 계곡 좌우에 숨은, 완사면의 길을 잘 살피자. 통신이 단절되는 구간이 3km가량 이어진다. 계곡 트레킹은 함께해야 하는 이유가 여럿이다. 

박정웅 기자 sutr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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