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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늘 이맘때만 같아라… 철원의 가을
늘 이맘때만 같아라… 철원의 가을
  • 박정웅 기자
  • 승인 2021.09.14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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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자연이 어우러진 철원 여행
황금빛 들녘에 배부르고 꽃물결은 장관
올해 새단장을 한 고석정 꽃밭의 시원한 전경. 사진 / 윈토피아 백숙현 원장
소이산에서 바라본 철원평야. 사진 / 윈토피아 백숙현 원장

[여행스케치=철원(강원)] 철원은 청정한 자연자원을 활용한 관광 요소가 많다. 철원평야는 강원지역 최대 곡창지대다. 용암대지의 현무암이 풍화된 비옥한 토양은 철원오대쌀을 살찌운다. 평강고원에서부터 이어진 용암대지는 유네스코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의 지질명소다. 황금빛으로 물드는 철원평야만 봐도 배가 부르다. 고석정 꽃밭의 꽃물결은 장관이다. 

철원평야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데가 소이산이다. 철원평야는 크게 북쪽 재송평(裁松坪)과 남쪽 대야잔평(大也盞坪)으로 이뤄진다. 소이산 정상에서는 재송평의 너른 들녘이 잡힌다. 민간인 통제선(민통선) 내의 재송평에는 3개의 큰 저수지가 있다. 왼쪽부터 산명호저수지, 동송저수지(평화전망대), 토교저수지(제2땅굴)이다. 재송평과 맞붙은 대야잔평이 남쪽으로 이어진다. 

소이산 평화마루공원에서 철원평야를 살피는 탐방객들. 사진 / 윈토피아 백숙현 원장
소이산 평화마루공원에서 북녘 땅과 철원평야를 살피는 탐방객들. 사진 / 윈토피아 백숙현 원장
소이산 평화마루공원의 평화를 상징하는 조형물. 사진 / 윈토피아 백숙현 원장
소이산 평화마루공원의 평화를 상징하는 조형물. 사진 / 윈토피아 백숙현 원장

소이산과 철원평야
소이산은 아픈 역사를 기억한다. 백마고지, 김일성고지, 낙타고지 등 한국전쟁 당시 최대의 격전지였던 ‘철의 삼각지대’(철원-평강-김화)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재송평 일대는 한국전쟁 전 옛 철원의 시가지가 있었던 곳이다. 동송저수지 인근에는 궁예의 태봉국 도성 흔적이 남아 있다. 

소이산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리였다. 산정에는 고려시대 외적의 출현을 알리던 봉수대가 있었다. 한국전쟁 이후 군부대가 주둔했는데 군부대 시설은 현재 소이산 평화마루공원으로 재단장을 했다. 일부 시설은 지질명소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철원평야 조망은 소이산 전망대보다는 산정의 평화마루공원이 훨씬 낫다. 해발고도가 더 높고 앞을 가리는 나무들이 없어서다. 

소이산에서 바라본 북녘 땅과 철원평야. 멀리 왼쪽으로 뻗은 곳은 북한의 평강고원이다. 사진 / 윈토피아 백숙현 원장
둘레길이 조성된 철원 학저수지. 사진 / 박정웅 기자
둘레길이 조성된 철원 학저수지. 사진 / 박정웅 기자
철원의 도피안사.
철원 도피안사 경내. 삼층석탑은 보물 제233호이고 대적광전 내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은 국보 제63호이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앞으로 소이산은 철원 여행의 새로운 거점이 될 전망이다. 11월 개통 예정인 1.8㎞ 길이의 모노레일 공사가 한창이다. 옛 철원 시가지를 축소한 철원역사공원(예정)과 소이산 정상부를 연결하는 청사진이다. 소이산 주변에는 철원의 여행 명소가 많다. 노동당사(국가등록문화재 제22호)를 비롯해 도피안사(국보 제63호 철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223호 삼층석탑), 학저수지(둘레길), 학마을(농촌체험휴양마을), 백마고지, 샘통 등이 그것이다.

모노레일이 개통되면 교통약자를 비롯해 소이산을 찾는 여행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철원역사공원이 본모습을 드러낸다면 소이산 일대는 모든 여행객을 아우르는 종합 여행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역사, 문화, 자연, 농촌체험 등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꽃으로 물결을 이룬 고석정 꽃밭. 사진 / 윈토피아 백숙현 원장
다양한 꽃으로 물결을 이룬 고석정 꽃밭. 사진 / 윈토피아 백숙현 원장
키 낮은 해바라기꽃이 장관을 이룬 고석정 꽃밭. 사진 / 윈토피아 백숙현 원장

다시 활짝 핀 고석정 꽃밭
철원의 고석정 꽃밭이 새 단장을 했다. 본래 코스모스 십리길로 ‘인생샷 명소’였다. 2016년부터 조성된 고석정 꽃밭은 2019년 약 30만명의 관광객이 찾은 철원의 대표 여행명소다.

그러던 곳이 지난해 부지 내 매장 문화재(후기 구석기 유적) 시굴조사 등의 이유로 운영이 중단됐다. 관련 시굴조사가 마무리되면서 문화재청은 해당 부지의 유적 보전 조건 하에 철원군에 꽃밭 조성을 허용했다. 철원군은 관련 조건에 따라 올해 일부 구역에 흙을 쌓고 해바라기 등 18종의 꽃모종을 심었다. 꽃밭 속에 구석기 유적이 살아 숨 쉬는 셈이다. 

동화 어린왕자 캐릭터들이 고석정 꽃밭을 굽어보고 있다. 사진 / 윈토피아 백숙현 원장
동화 어린왕자 캐릭터들이 고석정 꽃밭을 굽어보고 있다. 사진 / 윈토피아 백숙현 원장
고석정 꽃밭의 돌탑 조형물. 사진 / 윈토피아 백숙현 원장
고석정 꽃밭의 돌탑 조형물. 사진 / 윈토피아 백숙현 원장
고석정 꽃밭의 동화 어린왕자를 테마로 한 조형물들. 사진 / 윈토피아 백숙현 원장
고석정 꽃밭의 동화 어린왕자를 테마로 한 조형물들. 사진 / 윈토피아 백숙현 원장
고석정 꽃밭에는 다양한 쉼터가 마련돼 있다. 사진 / 윈토피아 백숙현 원장

고석정 꽃밭은 다양한 꽃물결을 이뤘다. 어린왕자를 테마로 한 조형물들이 눈에 띄었다. 그늘이 드리운 쉼터도 곳곳에 마련됐다. 또한 쪽배, 물레방아, 돌탑 등 다양한 포토존이 설치됐다.

고석정 국민관광지(고석정·호미뜰 작은농업전시관·오늘의농부·철원관광정보센터·지질공원안내센터)는 철원 여행의 거점이다. 고석정 꽃밭 바로 옆은 한탄강 협곡이다. 협곡을 따라 승일교, 은하수교(출렁다리), 송대소, 직탕폭포가 이어진다. 철원의 대표 트레킹 코스인 한여울길(1코스)이 지난다. 

연사랑은 옛 철원향교를 활용해 건강한 밥상을 내놓는다. 사진 / 윈토피아 백숙현 원장 

옛 향교에서의 건강한 밥상
철원의 기본 먹거리는 철원오대쌀이다. 철원용암대지 위의 철원평야에서 나온 쌀은 밥맛 좋기로 소문나 있다. 현무암이 풍화돼 만들어진 무기질 토양, 적절한 일교차, 청정철원의 물과 공기가 빚은 합작품이다. 철원오대쌀의 진미가 더해진 곳은 한정식집이자 농부식당인 연사랑이다. 동송농협의 ‘철원오대쌀로 차린 우리밥상’ 75호점이다. 연사랑은 철원오대쌀을 파프리카 나물밥으로 재해석했다. 모든 식재료는 지역 영농조합법인인 미래촌푸드의 것을 고집한다. 

대표 메뉴는 철원돌미나리를 활용한 미나리 삽겹살 정식이다. 건강한 밥상으로 입소문이 나 지난 6월 KBS1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이곳을 찾았다. 연사랑의 온 가족이 밥상을 정성스레 내놓기에 하루 전 예약은 필수다. 격식 따지는 향교에서 식사라니…. 연사랑은 고풍스러운 옛 철원향교에 자리를 틀었다. 호젓한 마당과 장독대까지 연사랑은 쉼터와 같은 공간이다. 지난 8월에는 정승익 사진작가와 예술맛집전시회 콜라보를 열었다.    

연사랑의 철원나물 정식. 사진 / 윈토피아 백숙현 원장
파프리카를 활용한 연사랑의 다양한 반찬들. 사진 / 윈토피아 백숙현 원장

Info 연사랑
돌미나리 전문점
철원나물 정식(1인 1만원, 나물밥+모둠나물+돌미나리전+된장찌개+제육볶음)
미나리 삽겹살 정식(1만5000원, 나물밥+모둠나물+돌미나리전+된장찌개+미나리 삽겹살+쌈채소)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금화로 339번길 12-28
033)455-0775

가마솥 건 철원의 농촌체험관광 산파
철원여행에서 만난 사람
이상화 철원군 관광기획개발실 농촌체험관광담당

철원의 농촌체험관관광을 연 이상화 철원군 관광기획개발실 농촌체험관광담당이 작은농업전시관 호미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철원 관광 하면 농촌체험여행이 가장 먼저 떠오르죠.”

농촌체험관광의 불모지에서 전국을 대표하는 농촌체험여행지로 철원을 우뚝 솟게 만든 이가 있다. 철원의 농촌체험여행을 활성화시킨 이상화 철원군 관광기획개발실 농촌체험관광담당(계장)이 그 주인공. 철원 여행의 거점인 고석정 국민관광지 내 작은농업전시관 호미뜰에서 이 계장을 만났다. 호미뜰과 바로 옆 로컬푸드 마켓인 오늘의농부도 그의 손에서 시작됐다. 두 곳 모두 농촌체험관광과 관련이 깊다.

현재 철원의 농촌체험관광 인프라는 탄탄하다. 농촌체험관광마을과 체험농장은 각각 11곳이나 된다. 철원의 농촌체험관광은 농업기술센터에서 시작했다. 이 계장은 “철원으로 농촌체험여행객 400여명이 온다고 해서 사력을 다했다”며 “당시 농촌체험관광 인프라가 전무해 근무 중인 농업기술센터 마당에 급하게 빌려온 가마솥을 걸었다”고 말했다. 농촌체험관광의 신고식이 혹독했다는 것. 그는 “그날을 잊지도 않는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2009년 시월의 마지막 날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 계장은 회수로만 13년째인 농촌체험관광 전문가다.

청정 철원평야와 철원오대쌀, 한탄강과 협곡을 낀 여행지, ‘철의 삼각지대’ 등의 평화관광지, 그리고 수도권에서의 접근성…. 따지고 보면 철원은 농촌체험관광이 빛을 볼 요소가 많다. 다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법. 이 계장의 손끝에서 농촌체험관광이 꿰어졌다. 농촌체험마을과 체험농장을 구축하면서 농촌체험관광해설사를 양성한 것. 이 계장은 “첫 농촌체험관광이 이뤄진 2009년엔 해설사가 없었다. 이듬해에 농촌체험관광해설사를 2년 동안 100여명 양성했다”면서 “당시 철원군 전체의 문화관광해설사가 3명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농촌체험관광해설사들은 문화관광해설사로 이동해 철원관광이 더욱 빛을 봤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이 계장은 6차산업의 물꼬를 텄다. 철원의 청정 농산물을 모아놓은 온오프라인 로컬푸드 마켓인 오늘의농부가 그의 작품이다. 브랜드 네이밍을 스스로 했다. 철원오대쌀을 활용한 둥그리찰떡과 찐빵 등이 불티나게 팔렸다. 이 계장의 ‘양념’이 더해진 것들이다. 철원지역 농특산물 대규모 직거래장터인 철원디엠지(DMZ)마켓을 열었다. 세상에서 듣도 보도 못한 이색 축제를 만들었다. 철원평야의 복판에서 철원새끼줄축제 멍석을 폈다. 또 호미뜰을 리모델링하고 스토리가 있는 농부의 방과 농부의 광을 탄생시켰다. 철원 농촌체험관광이 순항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 같은 공로로 이 계장은 2013년 농촌진흥청의 농업기술보급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까지 그의 대상은 강원도에서 유일하다. 

코로나19로 관광이 멈춘 지 올해로 2년 차를 맞았다. 하지만 이 계장은 틈새 관광을 파고들었다. 그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키스오크를 도입하고 철원관광 기념 나만의 카드를 발급해 철원을 홍보하고 지역농산물 판매 활성화를 꾀했다”고 말했다. 특히 4인이하(방역기준) 자가용 투어가 주목을 받았다. 4~5대의 자가용 관광객이 모두 소통하는 언택트 온라인 해설 여행을 곁들인 것.  

이 계장의 철원 사랑은 남다르다. 공무원으로서의 소명 이상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철원 이상화가 그리는 이야기’ 블로그를 운영한다. 철원지역을 찾는 여행객에게 철원의 농촌·역사·문화·예술·자연을 소개한다. 철원관광, 다시 말해 농촌체험관광은 그의 분신인 셈이다. 

박정웅 기자 sutr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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