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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볼거리 넘치는 2시간의 산행, 강원 고성 성인대와 화암사
볼거리 넘치는 2시간의 산행, 강원 고성 성인대와 화암사
  • 노규엽 기자
  • 승인 2021.09.15 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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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바위와 신선봉 등 멋진 바위들을 볼 수 있는 산
성인대에서 속초 방면 풍경을 볼 수 있어
산행 전후, 금강산 최남단 사찰 화암사도 둘러보기 좋아
1시간 정도 등산을 하면 성인대에 올라 속초 방면 풍경을 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1시간 정도 등산을 하면 성인대에 올라 속초 방면 풍경을 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고성(강원)] 긴 산행, 짧은 산행. 사람마다 등산을 즐기는 여러 가지 스타일이 있겠지만, 산행 시간이 짧으면서 볼거리도 많은 산행이 좋은 것은 공통일 것 같다. 설악산국립공원의 북쪽으로 설악의 산군이 서쪽을 포근히 감싼 가운데 바다까지 조망이 가능한 해발 600m 대 산길이 있다.

강원도 고성에는 금강산 최남단 사찰이라 불리는 화암사라는 절이 있다. 위치상으로는 금강산보다 설악산이 더 가깝지만, 통일신라 때 진표율사가 금강산에 들어간 뒤 동쪽에 발연사, 서쪽에 장안사, 그리고 남쪽에 이 절을 창건했다는 역사에 기인한 까닭이겠다.

화암사 전설이 남아있는 수바위
창건 당시 화엄사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고성 화암사는 조선시대 이후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중건되기를 반복한 역사가 빼곡하다. 1912년 건봉사의 말사가 된 후 화암사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했는데, 이후에도 불타거나 한국전쟁으로 파손되어 건물 1동만 남았다고 한다. 1986년 이후 중창하여 큰 절의 면모를 가지게 되었다보니 절 내에 특별한 문화재는 남아있지 않지만, 사찰 옆으로 자리해있는 큰 바위에는 화암사의 이야기가 남아있다. 화암사를 방문한다면 꼭 산길을 걸어봐야 하는 이유다. 화암사 숲길로 안내하고 있는 등산로는 운행시간 기준 약 2시간 코스다.

화암사 2주차장에서 화암사로 향하다보면 산길 입구를 찾을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화암사 2주차장에서 화암사로 향하다보면 산길 입구를 찾을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산행 시작 10분 정도면 수바위에 이른다. 수바위에서 바라본 울산바위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산행 시작 10분 정도면 수바위에 이른다. 수바위에서 바라본 울산바위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화암사 숲길 안내도에는 금강산 화암사가 적힌 일주문부터 산사로 가는길(0.9km)’이 시작한다고 표시해 놓았지만, 대부분 그보다 위에 있는 2주차장에서 걷기를 시작한다. 주차장에서 산사로 향하는 길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열반유훈과 바위들에 적힌 글귀를 읽으면서 천천히 갈만하다.

화암사의 매점 격인 수암전 맞은편으로 숲길 시작점이 있다. 숲길의 오름길을 잠시 걸으면 금세 수바위에 이른다. 2주차장에서부터 모습을 힐끔 보였던 수바위는 멋진 위용이었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덩치가 커서 오히려 전체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수바위 위로 올라가 주변 조망을 즐길 수도 있지만, 안전장치가 없으므로 바위 위로 오를 때는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야겠다. 수바위에 올라가지 않아도 설악산 울산바위의 모습이 부분적으로 보여 조망은 충분하다.

수바위는 왕관모양의 우람한 바위로, 쌀바위로도 불린다. 전설에 따르면 화암사는 민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스님들이 시주를 다니기 힘들었는데, 어느 날 스님 두 분의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수바위에 조그만 구멍이 있으니 그곳을 찾아 끼니 때마다 지팡이로 세 번 흔들라고 이야기했단다. 잠에서 깬 스님들이 혹시나 하고 수바위에 올라 노인이 시킨 대로 했더니 두 사람 분의 쌀이 쏟아져 나왔고, 그 이후로 식량 걱정 없이 불도에 열중하며 지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화암사를 찾아온 한 객승이 그 사실을 알고, ‘세 번 흔들어서 두 사람 분의 쌀이 나온다면 여섯 번 흔들면 네 사람 분의 쌀이 나올 것이라 생각해 그리 하였더니 쌀이 나왔던 구멍에서 피가 나왔고, 그 후로는 수바위에서 쌀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Info 화암사
화암사 1주차장에서 주차요금을 지불하고 화암사 가는길이정표를 따라 2주차장까지 올라갈 수 있다. 주차비는 승용차 기준 3000.
주소 강원 고성군 토성면 화암사길 100

속초 전망과 바다까지 보이는 성인대
수바위부터 성인대까지는 1.2km 오름길이다. 평지 구간은 거의 없는 오름길이 이어지는데, 조금 힘들다 싶으면 크고 작은 공터가 나와 쉼터를 제공하니 천천히 걸어 오르면 그다지 힘들지 않다. 소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수종이 등산로 풍경을 계속 바꿔주고 계절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일 야생화며 이름 모를 풀들을 감상하며 오르기 좋은 길이다. 한 공터에는 층층이 쌓인 시루떡바위가 있어 산행 중 볼거리를 제공한다.

산행 중에 쉴 수 있는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 시루떡바위. 사진 / 노규엽 기자
산행 중에 쉴 수 있는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 시루떡바위. 사진 / 노규엽 기자
잠시 바윗길을 걸어 도착하게 되는 성인대의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잠시 바윗길을 걸어 도착하게 되는 성인대의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성인대는 자리가 넓어 곳곳이 포토존이 되어준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성인대는 자리가 넓어 곳곳이 포토존이 되어준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성인대에서 바라본 수바위. 왕관 모양이 확인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성인대에서 바라본 수바위. 왕관 모양이 확인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성인대에서 옆으로 보이는 신선암.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하나 등산금지인 장소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성인대에서 옆으로 보이는 신선암.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하나 등산금지인 장소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시루떡바위를 지나 최근에 설치한 듯한 계단을 오르면 슬슬 산 아래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어 시작되는 바윗길 구간을 잠시만 오르면 성인대에 도착한다. 성인대는 신선대라고도 불리는데, 안내판을 읽어보면 옛날 천상의 신선들이 내려와 노닐었기에 신선대 성인바위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들쭉날쭉 세워지거나 이리저리 튀어나온 바위의 형상이 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이 달라져 주변을 찬찬히 돌아보며 바위를 감상하는 맛이 있다. 또한 신선이 놀았다는 말처럼 속초 방면의 너른 전망과 날씨가 좋은 날에는 바다까지 보여 말 그대로 신선놀음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속초 방면 반대편으로는 신선봉 능선이 감싸고 있어 사방의 풍경이 좋다. 초반에 지나왔던 수바위를 내려다볼 수도 있으니 왕관 모양이라는 수바위의 모습을 보는 것도 놓치지 말자.

일부 산꾼들은 이곳 성인대에서 옆으로 보이는 암릉인 신선암으로 샛길을 따라 가는 경우도 많다. 신선암 암릉에 특이한 모습의 바위들이 더 있고, 설악산 울산바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샛길 출입구에는 정식 등산로가 아님을 알리는 등산금지 안내판이 있고, 적발 시 과태료도 부과된다니 양심껏 행동하는 것이 좋겠다.

계곡길로 하산해 화암사를 즐기며 마무리
성인대에서 화암사 숲길을 따라 하산을 시작하면 잠시 편한 하산로가 시작되다가 오르락내리락 부침을 겪게 된다. 화암사까지의 거리는 약 2km인 대신 수바위를 통해 올랐던 길보다는 덜 가팔라 이 길로 성인대를 오르는 사람들도 많은 편이다. 오름길을 몇 번 반복하고 나면 길이 오른쪽으로 확 틀어지며 본격적인 하산로가 시작된다. 경사가 제법 있는 편이고 흙길의 모래가 미끄러워 조심해야 하는 구간인데, 코코넛매트가 깔린 곳으로 가면 미끄럼 방지에 톡톡히 효과를 얻는다.

하산길은 가파르지만 코코넛매트가 깔려있어 미끄러질 위험을 덜어준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하산길은 가파르지만 코코넛매트가 깔려있어 미끄러질 위험을 덜어준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화암사까지 거의 내려오면 시원한 계곡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화암사까지 거의 내려오면 시원한 계곡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화암사 곳곳에서 수바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화암사 곳곳에서 수바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화암사는 아주 큰 절은 아니지만 곳곳에 볼거리가 많이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화암사는 아주 큰 절은 아니지만 곳곳에 볼거리가 많이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화암사 내 전통찻집 란야원에서 차를 한 잔 즐겨도 좋겠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화암사 내 전통찻집 란야원에서 차를 한 잔 즐겨도 좋겠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화암사가 500m 정도 남은 지점부터는 계곡물과 마주하게 된다. 이후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되는데 수량이 많을 때는 계곡물이 폭포처럼 흐르기도 해 눈요깃거리를 제공한다. 시원한 계곡을 감상하면서 숲길을 빠져나오면 화암사 경내로 들어가는 세심교 앞에 도착한다. 산행 후에 사찰 관람이 적합한 원점회귀 코스인 셈이다. 세심교를 건너는 자리부터 시작해 사찰 곳곳에 수바위가 잘 보이는 장소들이 많으니 이곳저곳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기 좋다. 화암사에 오래된 문화재는 없다 해도 곳곳에 아기자기한 불교 관련 설치물이 있으니 찬찬히 둘러보며 찾아내는 재미도 즐길 수 있고, 사찰 내 전통찻집 란야원에서 차를 한 잔 마시며 산행을 마무리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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