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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허브스러운 삶’을 말하다
‘허브스러운 삶’을 말하다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6.09.01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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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나라 농원 이호순 원장 인터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하는 <지역명사와 함께 하는 문화여행> 이야기 콘서트의 주인공, 이호순 허브나라 농원 원장과 진행을 맡은 서주희 아나운서. 사진 / 김샛별 기자

[여행스케치=강원] 이호순·이두이 부부가 운영하는 허브나라 농원은 1993년 처음 문을 열었다. 그 이후로 크고 작은 허브 농원들이 전국에 문을 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허브’라는 단어가 생소한 시절이었다. 그런 ‘허브’로 농원이라니. 4반세기째 허브 농사를 짓는 이호순 원장이 말해주는 ‘허브’와 ‘허브스러운 삶’을 들어보았다. 

“배가 산으로 간 거죠.”

누구나 귀농을 꿈꾸지만 쉽게 실천에 옮기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호순·이두이 부부는 은퇴 후 귀농을 택했다. 서울대 공대, 그 중에서 조선을 전공한 이호순 원장은 자신이 농사를 짓는 것을 두고 친구들이 “배가 산으로 갔다”고 말한다고 한다.

그 농담 뒤에 이렇게 허브나라 농원을 키우기까지 이두이 사장의 공이 가장 컸다고 소개한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는 1년의 기간 동안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이두이 사장이 1년 먼저 이곳으로 와 돌을 파내고 골라내는 궂은일을 도맡았다.

“그때는 온통 자갈밭이었다”는 그의 회상이 아니더라도 강원도 평창의 봉평은 허브 농사를 짓기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다른 곳보다 기온이 낮아 허브들이 살기엔 적합하지 않은 부지다.(그러나 기온이 낮은 덕에 이곳의 허브는 향과 맛이 다른 곳보다 훨씬 진하다.) 왜 이곳에서 귀농을 결심한 걸까?

허브나라 농원 현판. 그림 / 임산희 일러스트레이터

재배하는 농가가 아닌 보여주는 농가

보통 나고 자란 곳으로 귀농을 하는 것과 달리 외지로 귀농을 하게 된 연유도 궁금하다. 그는 “굳이 인연을 말하자면, 1962년 대학생 때 무전여행을 하며 지났던 기억이 바탕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인제-속초를 지나 부산까지 가는 길에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되는 봉평에 들렀던 것이 인상 깊게 남아 있었다.

여기에 이호순·이두이 부부가 귀농을 하며 가장 첫 번째로 염두에 둔 것이 재배하는 농가가 아닌 보여주는 농가, 휴식이 되는 농가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서울에서 멀지 않으며 자연을 느낄 수 있고,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이면서도 주변 볼거리(흥정계곡)가 좋아 가끔 사람이 찾는 곳을 찾다보니 최종적으로 이곳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서울에서 오가며 자연에서 쉬면서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곳을 만들려고 했다는 이호순·이두이 부부. 그제야 ‘보고 즐기는 농가’, ‘보여주는 농가’의 의미가 전달되었다. 

허브를 가꾸는 모습. 사진 / 김샛별 기자

15평으로 시작해 정착하기까지…

그러나 ‘보여주는 농가’라는 낯선 개념과 서울 생활을 하던 부부가 선택한 귀농이 간단한 것일 리 없다. 이호순 원장은 “처음엔 고발도 많이 당했다”고 회고했다.

들른 손님들에게 허브를 따 음식을 대접하기만 해도 법을 어기는 일인지 몰랐단다. 흔히 귀농의 문제는 농사짓는 일의 어려움만을 떠올리지만, 이호순 원장은 사람의 문제라고 말한다.

“농사를 잘 짓는 게 아니라 그 지역 주민들을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도시 사람들의 가치관과는 다른 가치관을 이해하지 않으면 함께 살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도시에서는 높은 건물들이 말해주듯 수직사회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수평 사회입니다. 옆을 봐야 해요. 사람을 보고, 자연을 보아야 합니다. 옆으로 빼나가는 것, 그러니까 나눠주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 마음과 자세가 가장 중요합니다.”

허브나라 농원 안 펜션 전경. 그림 / 임산희 일러스트레이터

“간결하게 사는 삶 그게 허브스러운 삶”

흔히 20세기는 덧셈의 시대였고 21세기는 뺄셈의 시대라고 말한다. 이호순·이두이 부부가 사는 삶은 ‘귀농’으로 돌아가는 삶이 아니라, 21세기에 맞는 ‘빼기’를 한 삶이 아닐까. 이호순 원장은 삶에서 무언가를 빼고, 간결해지는 것의 정답이 허브에 있다고 말한다.

그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도 “허브스러운 삶을 사십시오.”라고. 허브스러운 삶이란 대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허브의 스펠링이 무엇이냐 되묻는다. HERB. 허브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이 이름 안에 담겨 있다고 한다.

“H는 Healthy(건강하게 사는 삶), E는 Eatable(맛깔스러운 삶을 사는 것), R은 Refresh(신나는 삶), B는 Beautiful(아름다운 삶)이다.” 건강하고, 맛깔스럽게, 신나게, 아름답게.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그는 건강한 삶을 살려면 일해야 하고, 맛깔스러운 삶을 위해선 차분하게 살고, 신나는 삶을 살려면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그가 말하는 아름다운 삶이란 “나누면서 사는 삶이 아름다운 삶”이라고 말했다.

이게 바로 그가 24년 동안 허브를 가꾸고 농사를 지으며 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이었다고 말하는 이호순 원장은 모두가 “허브스러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허브나라의 존재 가치라고 말한다.

이호순 원장의 '허브스러운 삶'을 말한 이번 이야기 콘서트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지역 명사와 함께하는 문화여행'으로 겉핥기식 관광이 아닌 명사의 스토리텔링으로 충만한 여행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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