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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동해안만? 울진 자전거여행, 어디까지 가봤니
동해안만? 울진 자전거여행, 어디까지 가봤니
  • 박정웅 기자
  • 승인 2021.10.12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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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② 경북 울진
망양정·주천대·왕피천·이현세만화거리… 지루할 틈 없네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을 보며 동해안자전거길을 달리는 자전거여행객들. 사진 / 박정웅 기자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을 보며 동해안자전거길을 달리는 자전거여행객들. 사진 / 박정웅 기자
울진 왕피천 계곡. 사진 / 박정웅 기자
울진 왕피천 계곡. 사진 / 박정웅 기자

[여행스케치=울진(경북)] 동해바다가 시원하다. 왕피천의 물은 맑고 곱다. 자꾸만 시선을 빼앗긴다. 계곡 곳곳은 금강송 소나무숲이다. 시간이 멈춰 있는 듯 오지 마을에는 정적이 감싼다. 심산유곡이라지만 들은 생각 이상으로 드넓다. 산속의 들은 가을빛을 재촉한다. 매화나무가 많은 마을에는 이현세 만화가 벽화 꽃을 피웠다. 왕피천을 따라 달리는 경북 울진여행은 다이내믹하다.  

울진 자전거여행은 대개 동해안자전거길을 스쳐 지나가는 것쯤으로 여겨진다. 동해안자전거길 종주 과정에서 울진을 찾는 이는 많다. 그래서 이들에게 울진 자전거여행은 동해안자전거길과 맞닿은 해변이나 항구에서의 추억에 머물 수밖에 없다. 동해안자전거길의 울진 구간을 찾았다고 해서 울진의 진면목을 다 봤다는 얘기는 아닐 터다. 

망양정 인근을 달리는 자전거여행객들. 사진 / 박정웅 기자
망양정 인근을 달리는 자전거여행객들. 사진 / 박정웅 기자
성류굴을 뒤로 왕피천 계곡을 향해 달리는 자전거여행객들. 사진 / 박정웅 기자
성류굴을 뒤로 왕피천 계곡을 향해 달리는 자전거여행객들. 사진 / 박정웅 기자

 

물 건너 산 넘고… 왕피천 자전거여행
자전거로 울진의 속살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었다. 이희오 경북관광두레협력센터 광역PD의 제안이었다. 이 PD가 설계한 라이딩 코스는 역동적이었다. 특히 생태·경관 보존 지역인 왕피천을 넘나드는 코스에 매료됐다. 울진 사람도 잘 모르는 명승지를 만나는 행운이 따랐다. 이현세 만화거리에서 아련한 옛 추억이 꿈틀댔다. 만화거리를 품은 매화마을은 시간여행지였다. 익숙한 곳인 동해안자전거길도 달렸다. 바다와 계곡과 산과 마을(매화마을·굴구지마을)과 들판을 두루 보는 자전거여행이다. 망양정에서의 동해 조망은 인상적이었다. 자전거여행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는 얘기다. 

울진의 일출 명소이자 관동팔경의 하나인 망양정. 사진 / 박정웅 기자
울진의 일출 명소이자 관동팔경의 하나인 망양정. 사진 / 박정웅 기자
왕피천케이블카. 사진 / 박정웅 기자
왕피천케이블카. 사진 / 박정웅 기자

이 PD는 몽돌집(근남면 산포3리)-망양정-수산교-구미교-주천대(행곡4리)-울진종합운동장-수곡교-두전교-구산4교-성산지-구산리 임도-굴구지마을-성산지-매화천 둑방길-매화면사무소(이현세 만화거리)-오산항-울진촛대바위-몽돌집 약 50km 원점회귀 코스를 추천했다. 근남면과 매화면 일대를 아우르는 코스다. 동해안자전거길 구간(몽돌집-망양정-수산교, 오산항-촛대바위-몽돌집)을 제외하면 대부분 한적한 지방도나 농로, 임도로 이뤄졌다. 

동해안자전거길 울진 구간을 두고 이 PD는 왜 이같은 코스를 생각했을까. 그는 “때묻지 않은 자연경관이 자랑인 울진의 에코투어 활성화를 위해 이번 라이딩 코스를 구성했다”면서 “왕피천을 중심으로 계곡 트레킹과 라이딩 투어를 엮으면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에코투어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울진은 오지 중의 오지로 꼽힌다. 낙동정맥의 큰 산줄기가 휘감는 지형이어서 심산유곡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왕피천이다. 더구나 불영계곡을 돌아나온 광천과 매화천을 만나니 울진의 청정한 세 물줄기를 만나는 셈이다. 그럼에도 주된 코스는 왕피천이니 이번 여행을 왕피천 자전거여행이라 해도 좋겠다.  
   
 

주천대를 찾아 포즈를 취하는 자전거여행객. 사진 / 박정웅 기자
주천대를 찾아 포즈를 취하는 자전거여행객. 사진 / 박정웅 기자
울진의 동해안 해변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자전거여행객. 사진 / 박정웅 기자
울진의 동해안 해변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자전거여행객. 사진 / 박정웅 기자

‘명불허전’ 망양정 조망, ‘숨은 명승’ 주천대
길의 시작은 망양정과 가까운 근남면 산포3리의 몽돌집으로 잡았다. 몽돌집은 숙박 및 여행자 센터를 겸하는 곳으로, 2021년 경상북도 관광두레 주민사업체이다. 917번 지방도를 낀 몽돌집 앞에는 드넓은 동해바다가 펼쳐져 있다. 때문에 숙소는 1층에서도 일출을 바라보는 ‘조망 맛집’이다. 몽돌집이 있는 마을(산포3리)은 인적이 드물어 고즈넉한 여행에 알맞다. 몽돌집에 딸린 작은 건물은 여행자를 위한 정보와 쉼터 제공 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이 PD가 이곳을 울진 자전거여행의 거점으로 생각하는 배경이 짐작된다. 

망양정(望洋亭)은 성류굴(聖留窟) 앞으로 흐르는 왕피천을 끼고 동해의 만경창파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언덕에 세워져 있다. 그 경치가 관동팔경(關東八景) 중에서 제일가는 곳이라 해 조선시대 숙종이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라는 친필 편액을 하사했다. 숙종과 정조가 친히 지은 어제시와 정추의 망양정시, 정철의 관동별곡, 채수의 망양정기 등의 시와 글이 망양정의 절경을 노래했다. 망양정에서의 만경창파 조망은 명불허전이다. 

왕피천 계곡. 사진 / 박정웅 기자
왕피천 계곡. 사진 / 박정웅 기자
세 그루의 소나무가 인상적인 주천대. 사진 / 박정웅 기자

관동팔경은 강원도 동해안에 있는 여덟 곳의 명승지를 가리킨다. 남쪽에서부터 북쪽으로 월송정, 망양정, 죽서루, 경포대, 낙산사, 청간정, 삼일포, 총석정이 이어진다. 청간정부터는 북쪽 땅에 있다. 그렇다면 관동(강원도) 땅에 속하지도 않은 망양정이 왜 관동팔경의 하나일까. 경북 울진에는 망양정을 비롯해 월송정까지 2곳이 관동팔경이다. 이유를 봤더니 본래 울진군은 강원도 땅이었다가 1963년 경상북도로 편입된 된 것이었다. 망양정 공원에는 울진대종, 해맞이광장 등이 조성돼 있다. 최근에는 왕피천 건너 엑스포공원과 이곳 해맞이광장을 연결하는 케이블카가 설치됐다. 왕피천케이블카는 총 길이 715m 최대 높이 55m로, 일반 캐빈 10대와 투명 바닥 캐빈 5대가 운행 중이다.

주천대는 울진여행의 숨은 명소다. 근남면 행곡리 구미동 마을 북쪽의 구릉이 동쪽으로 흘러 왕피천 쪽으로 돌출해 형성된 명승지다. 원래는 왕피천 너머의 독립구릉과 이어져 있던 석산이 강물에 잘려 수천대(水穿坮)라고 불렸다. 그러다가 조선시대 인조 때 만휴 임유후가 이곳에 은거하면서 주천대(酒泉臺)라고 고쳐지었다고 한다. 현재 주천대에는 만휴의 유적비를 비롯해 동봉 김시습, 서파 오도일 선생을 기리는 유허비가 세워져 있다. 보호수로 지정된 소나무 세 그루가 모여 있으니 각각 선생 세 분의 정신이 깃든 듯하다.

울진군 매화면의 이현세만화거리의 '공포의 외인구단' 캐릭터 벽화. 사진 / 박정웅 기자
울진군 매화면의 이현세만화거리의 '공포의 외인구단' 캐릭터 벽화. 사진 / 박정웅 기자
이현세만화거리의 '공포의 외인구단' 벽화만화. 사진 / 박정웅 기자
이현세만화거리의 '공포의 외인구단' 벽화만화. 사진 / 박정웅 기자
이현세만화거리의 '남벌' 벽화만화. 사진 / 박정웅 기자
이현세만화거리의 '남벌' 벽화만화. 사진 / 박정웅 기자

‘까치와 엄지’ 이현세 만화거리, 느릿한 시간여행
기점인 굴구지마을에서 되돌아나오면 ‘만화 거장’ 이현세 만화가 기다린다. 매화면의 매화 이현세 만화거리는 이현세의 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골목길은 이현세의 만화세계로 안내한다. ‘공포의 외인구단’을 비롯해 ‘남벌’ ‘누구라도 길을 잃는다’ 등의 작품이 벽화로 돌아왔다. 1980년대 한국 만화계를 강타한 ‘까치’와 ‘엄지’가 벽화만화로 되돌아와 시간여행에 제격이다. ‘공포의 외인구단’ 만화가 그려진 거리는 일명 ‘러브로드’다. 40~50대의 감성을 자극한다. 러브로드가 시작하는 곳에는 남벌열차카페가 있다. ‘남벌’은 이현세의 1990년대 초반 대표작이다. 남벌열차 뒷마당에는 오혜성(까치), 마동탁, 엄지 등 ‘공포의 외인구단’ 주인공 브론즈상이 있다. 

이현세만화거리의 '공포의 외인구단' 주인공 브론즈상. 사진 / 박정웅 기자
이현세만화거리의 남벌열차카페. 사진 / 박정웅 기자
이현세만화거리의 남벌열차카페. 사진 / 박정웅 기자

매화마을의 시간여행은 또 있다. 고택, 약방(약포), 구옥, 양조장, 예배당, 다방, 5일장 등 오래된 것들이 눈에 띈다. 오래된 것들은 살아 숨 쉬고 있든 명맥을 다했든 간에 그 존재만으로 가치가 있다. 빠르게 변하는 요즘 세상에서 낡거나 빛바랜 것들을 만난다는 건 정겨운 일이다. 만화방(만화도서관)에서의 정감 역시 그렇다. 옛 동서약방 고택은 일본식 가옥으로 오랜 세월 속에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마당의 이끼 정원과 나무들은 정성스레 가꿔져 있다. 대문이 없어 누구나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다. 영동이네 옛집은 70~80년 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엣 집(주인 김영동)을 마을에서 기증받아 마을민의 성금으로 복원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서민 가옥과 일본식 목조 가옥 형태가 섞여 있다. 

고즈넉한 매화마을. 사진 / 박정웅 기자
고즈넉한 매화마을. 사진 / 박정웅 기자
영동이네 옛집. 사진 / 박정웅 기자

또 오래된 예배당, 옛 모습 그대로 영업 중인 다방과 중국집, 정감 가득한 매화전통시장(5일장), 둘이서 한 나무인 듯한 쌍디은행나무(쌍둥이은행나무) 앞에서 걸음은 절로 멈춘다.  매화마을의 예스러움은 불편한 구석이 없다. 그 모습이 자연스럽고 단정하기까지 해 눈이 편안하다. 포근한 느낌의 마을은 추억의 만화를 품었다. 매화마을로 떠나는 시간여행의 걸음은 느릿하다.

박정웅 기자 sutr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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