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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신간안내] 동물원 기행
[신간안내] 동물원 기행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6.09.08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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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기억을 간직한 세계 14개 동물원을 가다

[여행스케치=서울] 흔히 여행이라고 하면 박물관, 미술관, 유적지 등 관광지만을 떠올리지만, 대만의 젊은 소설가 나디아 허는 동물원으로 여행을 떠났다.

동물원, 인간의 역사와 공존에 관한 흥미로운 텍스트 <동물원 기행>은 런던에서 상하이까지, 도시의 기억을 간직한 세계 14개 동물원을 소개한다.

그가 동물원으로 갔다고 해서 코끼리나 기린과 같은 동물을 보러간 것이라 착각하지 말 것. 그가 떠난 동물원 기행은 각각의 동물원이 간직한 오래된 이야기들 때문이다.

한 도시의 역사를 증언하는 동물원

1986년 일곱 살이던 나디아는 타이베이동물원이 이사 가던 날의 기억을 풀어놓는다. 끝없이 이어지는 동물들의 행렬과 그를 구경하는 수많은 사람들, 하늘을 수놓던 아름다운 불꽃놀이까지.

그 기억 속엔 ‘장제스 초상을 향한 경례’도 있다. 동물원 이전 행사에 포함된 식순의 의미를 깨닫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였다. 추억의 장소였던 동물원은 독재와 계엄의 기억을 간직한 복잡한 공간으로 새롭게 다가왔고, 그는 동물원의 풍경 뒤에 가려진 이야기들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동물원의 재발견

나이다에게 동물원은 동물원을 넘어 인간과 사회를 말해주는 공간이자 예술의 무대이며, 과학과 지식의 전당이고, 사회의 모순이 터져 나오는 약한 고리다.

그는 프랑스 대혁명의 불길 속에서 태어난 파리동물원, 일본군에서 국민당과 인민해방군까지 여러 차례 주인을 바꾸며 파괴와 재건을 거듭했던 창춘동식물공원, 냉전과 동서독 통일을 온몸으로 겪어낸 동베를린동물공원까지 세계의 역사 도시에 자리한 동물원이 오랜 시간 도시의 부침을 함께 겪어낸 기억을 풀어낸다.

로맹 가리부터 록 밴드 U2까지, 수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에 영감을 준 공간이자, 횡령과 학대 같은 사회의 치부가 드러나는 공간으로서 동물원을 입체적으로 조명해 동물원이 단순히 동물을 전시해놓은 공간이 아니라 사회와 인간에 대해 말해주는 흥미로운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디아 허 지음, 남혜선 옮김, 어크로스 펴냄,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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