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월드 트래블] 홍콩의 중심을 걷다, ‘센트럴’로 읽는 지금의 홍콩
[월드 트래블] 홍콩의 중심을 걷다, ‘센트럴’로 읽는 지금의 홍콩
  • 이성균 객원기자
  • 승인 2023.04.13 0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타의 거리에서 본 빅토리아 하버 야경.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여행스케치=홍콩] 오랜 그리움을 견디고 다시 만났다. 변한 게 없는 온전한 홍콩으로. 우리가 꼭 봐야 할 지금의 모습들이다. 홍콩이 다시 문을 열었다. 4년 만에 만난 국제도시는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크고 작은 일이 있던 탓에 현지인의 일상은 사뭇 달라졌다고 하나 미안하게도 여행자에게는 그저 멋진 홍콩으로 다가왔다. 특히 중점적으로 둘러본 센트럴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홍콩의 오늘을 대변하는 핵심 지역이었다.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홍콩의 다양한 문화를 한번에 확인 할 수 있는 공간이다.

MTR과 함께 홍콩을 대표하는 대중교통 ‘트램’,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페리 위에서 마주한 빅토리아 하버.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센트럴, 그 응축된 화려함 속으로
센트럴은 홍콩의 국제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중심지이자 고층 건물과 럭셔리 호텔, 쇼핑몰 등이 밀집한 곳이다. 홍콩의 시그니처 건축물인 중국은행 빌딩과 60년의 역사를 간직한 만다린 오리엔탈 홍콩을 비롯해 센트럴 플라자, 국제금융센터, 더 센터, 홍콩 컨벤션 센터 등 수많은 건축물과 빌딩이 몰려 있다. 이 건물들이 만들어낸 스카이라인은 홍콩의 상징과도 같다. 참고로 홍콩 내 150m 이상 건물은 550여 개에 달하는데, 이는 두바이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게다가 어디든 빛날 것만 같은 센트럴에 오래된 흔적이 남은 지역도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센트럴과 셩완 지역 사이에 있는 올드타운 센트럴은 좁은 골목과 경사가 높은 길로 구성돼 있다. 고층 빌딩 속 그늘 같은 지역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곳도 홍콩의 색이 집약된 공간이다. 따라서 여행자에게 필요한 건 오로지 넉넉한 시간과 편안한 운동화다. 트램으로 조금씩 이동할 수는 있지만, 결국 샅샅이 센트럴을 보려면 걷는 수밖에 없으니까.

우선 기점은 센트럴(Central) 지역을 포함한 홍콩섬을 조망할 수 있는 스타의 거리(Avenue of Stars)로 삼는 것이 좋다. 해안 산책로를 걸으면서 다채로운 색으로 물든 센트럴을 조망할 수 있다. 이 풍경을 봐야 비로소 홍콩에 왔음을 실감하고, 홍콩의 화려함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INFO
스타의 거리(Avenue of Stars)
주소 Ave of Stars, Tsim Sha Tsui, Hong Kong

영화 '중경삼림' 촬영지로 유명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독특한 복합 문화예술 공간 타이쿤.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안 가면 서운한 명소들
어디든 명소로 불리는 공간은 명확한 이유가 있다. 한 번은 꼭 가야 할 센트럴 및 인근 관광지들을 소개하자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피크트램, 복합문화공간 타이쿤, 소호, 어퍼 라스카 로우, 란콰이퐁 등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5~6곳은 된다.

영화 <중경삼림>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여행의 출발점으로 삼아 보자. 원래 이 에스컬레이터는 미드레벨 거주민들의 출퇴근 편의를 위해 만들어져 상행과 하행 시간이 정해져 있다. 오전 6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출근 시간에는 센트럴 방면으로 하행 운행하고, 그 이후에는 콘딧 방면으로 올라간다. 따라서 10시 이후에 가야 타이쿤, 소호 등으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몽환적인 분위기가 매력적인 만모사원.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피크 트램을 타고 홍코의 대표적인 전망대로 이동한다.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루가드 로드 전망대에서 본 홍콩 야경. 우뚝 솟은 건물은 홍콩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ICC.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그렇게 몇 분을 올라가면 주황색 벽돌이 매력적인 타이쿤(Tai Kwun)에 닿는다. 이곳은 옛 중앙경찰청사, 중앙관공서, 빅토리아 감옥 등으로 조성된 독특한 복합 문화예술 공간이다. 각종 전시는 물론 카페와 레스토랑 등을 갖추고 있는 여행자 친화적인 시설로, 고층 빌딩과 서민적인 건물들과는 다른 이국적이면서도 세련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예술적 감성을 이어가려면 골동품 갤러리와 상점이 몰려 있는 어퍼 라스카 로우(Upper Lascar Row)와 만모사원(Manmo Temple)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일몰 때에는 피크 트램을 타는 게 여행 공식. 아찔한 각도의 경사를 올라가면 홍콩 전체 풍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흔히 스카이 테라스 428, 빅토리아 피크 등이 대표적인 조망 포인트로 유명한데, 개인적으로는 루가드 로드(Lugard Road) 전망대를 가장 추천한다. 숲길처럼 조성된 피크 트레일을 따라 15분 정도 걸으면 사람들이 몰려 있는 장소가 나타난다. 정확히 전망대라는 표시는 없지만 홍콩을 보기 가장 좋은 지점이다.

INFO
피크트램(The Peak Tram)

주소 33 Garden Rd, Central, HongKong

(위) 포토 스폿으로 유명한 소호의 벽화. (아래)센트럴 할리우드 거리에는 힙한 가게들이 즐비하다. 사진/ 이성균 객원 기자
(위) 포토 스폿으로 유명한 소호의 벽화. (아래)센트럴 할리우드 거리에는 힙한 가게들이 즐비하다.
사진/ 이성균 객원 기자

홍콩이라 괜찮은 무질서
이제는 속살을 볼 차례다. 탐험가처럼 고층 빌딩 뒤편에 있는 골목 골목을 누벼보자. 목적지 없이 정처 없이 떠돌아다녀도 여행이 되는데, 센트럴의 점잖은 모습과 대비되는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여행하다 보면 홍콩은 정해진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래야 하는 공식 없이 각자의 개성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특정한 입구가 있거나 간판을 크게 단 건 아닌데 길거리 양옆으로 여러 상점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생선, 정육, 과일, 채소, 꽃 등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홍콩의 일상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니 스쳐 지나가지 말고 진득하게 구경하기를 추천한다. 또 곳곳에 있는 야외 식당에서 식사해도 좋다. 다이파이동이라고 불리는 포장마차 형태의 야외 식당인데 차찬텡처럼 홍콩 식문화를 볼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 마치 영화 '인셉션'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공간을 그냥 두지 않는 홍콩. 일단 뭐라도 판매한다.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다만 아쉽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공공도로 환경과 식품 위생을 이유로 홍콩 정부는 다이파이동 운영을 제한했고, 이러한 환경 탓에 현재 남은 다이파이동은 30개도 안 된다고. 일단 보이면 앉아서 뭐라도 맛보기를 추천한다. 이곳에서 식사하는 것 자체로 홍콩에 스며든 셈이니까.

조금 숨 막히는 모습도 홍콩의 묘미다. 홍콩은 높은 인구 밀도뿐 아니라 건물들도 약간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 있다. 사방이 데칼코마니가 떠오를 정도로 대칭을 이루고 있어 색다른 예술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홍콩에 오면 매일 한 끼는 딤섬으로 해결해야 한다.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과식을 부르는 홍콩 밥상
미국이 여러 민족의 멜팅팟이라면 홍콩은 식문화의 멜팅팟이다. 그 만큼 다채로운 음식 문화를 보유한 곳이다. 칸토니즈(광둥식 요리)와 딤섬, 완탕면, 콘지(죽), 뽀짜이판(홍콩식 솥밥) 등 홍콩 음식은 물론 프랑스,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싱가포르, 스페인, 스위스, 독일, 인도, 타이완, 태국, 베트남 등 수많은 국가의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을 만날 수 있다.

단순히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맛도 수준급이다. 걷다 보면 계속해서 들어가고 싶은 식당이 눈에 보이니 하루 세끼는 부족하다. 과식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다.

센트럴에서도 이러한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 음식은 홍콩을 담은 ‘딤섬’이다. 20세기 초반에 셩완(Seung Wan)과 센트럴(Central) 등에서 본격화된 홍콩의 딤섬 문화는 이제 완전히 꽃을 피웠다. 대나무 찜기에 나오는 전통적인 딤섬부터 형형색색 화려한 딤섬을 만날 수 있다. 현지인들처럼 차와 딤섬을 같이 즐기는 얌차 문화를 꼭 경험해야 한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광둥식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얏록 레스토랑.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꼬들꼬들한 에그누들과 고소한 완탕이 매력적인 완탕면.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셩완에 있는 딤섬 스퀘어(DimSum Square)가 좋겠다.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점이 많다. 성인 남성 기준, 1인당 100HKD(약 1만 6,600원)이면 따뜻한 우롱차와 푸짐한 식사가 가능하다.

이 집에서는 부드러운 피와 탱글한 새우가 잘 어울리는 하가우(Har Gow), 돼지고기와 새우의 촉촉함을 살린 시우마이(Siu Mai)는 필수로 주문하고, 창펀과 볶음면, 다진 소고기 구이와 계란 프라이를 올린 덮밥 등을 추가하는 것도 괜찮다.

참, 홍콩에서 합석은 자연스러운 일이니 놀라지 말고 여행의 묘미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또 처음에 차와 큰 대접을 주는데 식기를 세척하는 용도다.

소호에서 찾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코너스톤.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방어 타르타르. 보기에도 예쁜 것이 먹기에도 좋다.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합리적인 가격에 즐기는 미쉐린 스타
미쉐린 가이드에서 특별함을 인정받은 스타 레스토랑도 빠트릴 수 없는 재미다. 그렇지만 2~3스타의 경우 접근하기 쉽지 않은 가격이다. 반면 1스타 중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특별한 맛을 만날 수 있는 식당이 여럿 있다. 칸토니즈 바비큐 전문점 얏록 레스토랑(Yat Lok Restaurant)이 대표적이다. 바삭한 껍질이 인상적인 거위 구이와 돼지고기를 올린 덮밥, 거위 구이가 토핑으로 올라간 국수는 한 번쯤 맛봐야 한다.

밀도 높은 맛집 투어를 위해서 센트럴의 할리우드로드와 웰링턴 스트리트에 집중하는 것도 추천한다. 요즘 트렌드를 확인하거나 오랫 동안 홍콩을 지킨 가게들을 두루 만날 수 있다. 딤섬만큼 유명한 홍콩의 면 요리 ‘완탕면’은 침차이키(Tsim Chai Kee Noodle)에서 즐기는 건 어떨까. 침차이키는 워낙 유명한 곳이라 긴 설명은 필요 없다.

홍콩에서 디저트는 무조건 에그타르트다.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육즙이 살아 있는 완탕과 개운한 육수, 꼬들꼬들한 에그누들이 훌륭한 조화를 선보인다. 면의 식감과 감칠맛이 극대화된 국물에 빠지면 여행을 마치고도 계속 생각날 것이다. 후식은 당연히 에그타르트다. 홍콩에 와서 안 먹고 가면 섭섭한 먹거리 중 하나다.

달걀 커스터드로 채운 동그랗고 노란 타르트, 단순하지만 눈길을 사로잡는다. 얇고 바삭하면서 버터 풍미가 강한 페이스트리가 특징인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와 달리 홍콩은 계란이 주인공이다. 계란의 담백함과 고소한 맛을 온전히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스터드도 그렇게 달지 않아 우유나 차와 좋은 호흡을 보인다. 가격도 800~1,600원 수준으로 합리적이니 놓치지 말자.

Travel Information
홍콩

비자 90일간 비자 없이 여행한다.
기후 여름에는 고온다습하고 겨울에는 비교적 온화하고 건조하다.
백신 백신접종 필수 아님,
항공 대한항공을 비롯해 케세이퍼시픽, 홍콩익스프레스 등 6개 항공사가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3시간
45분 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