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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특집 ③] 강진만을 드나든 사람들의 사연을 간직한 가우도
[특집 ③] 강진만을 드나든 사람들의 사연을 간직한 가우도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3.05.15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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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도와 강진 대구면을 잇는 저두출렁다리(438m). 사진/ 강진군청

[여행스케치=강진] 가우도는 강진 대구면에서 이어진 청자다리(438m)와 도암면에서 이어진 다산다리(716m)로 연결된 섬이다.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생태탐방로 2.5km, 출렁다리 150m, 청자타워에서 대구면으로 내려오는 짚트랙이 있고, 산과 들꽃, 바다를 감상하며 걷는 천혜의 트레킹 코스가 있다.

봄비 내리는 날 더 아름다운 가우도 출렁다리
강진만은 영암에서 발원한 탐진강이 장흥을 거쳐 남해로 스며드는 바다다. 그 중간에 가우도(駕牛島)라는 섬이 있다. 강진읍내 보은산이 소의 머리를 닮고 섬의 생김새가 소의 멍에를 닮아서 지어진 이름이며, 강진군에 있는 유일한 유인도이다.

비가오는 날이나 평일에도 가우도를 찾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대구면 청자다리 입구에 있는 물고기 조형물. 비늘은 모두 빈 플라스틱과 깡통이다

기자가 찾아간 날은 봄비가 내렸다. 빗방울이 날릴 정도로 바람도 불었다. 여행하기 참 좋은 낭만적인 분위기다. 강진읍내에서 남쪽으로 달려가면 자리하고 있는 대구면 일대는 고려청자 도요지와 청자박물관이 있는 곳이다. 가우도 입구 주차장에 다가가자 카페와 음식점들이 몇 개 있다. 드라마 촬영장으로 방송에 출연했다는 현수막도 있고, 주말에 음악회를 연다는 알림막도 눈에 띈다. 다리 입구에는 고정식 포장마차가 줄지어 서 있다. 회와 떡볶이, 차, 과자 등 간식거리를 파는 가게들도 있다.

관광안내소를 지나 막 다리로 진입하려는데 오른쪽에 커다란 물고기 조형물이 있다. 조형물에서 비늘 역할을 하는 것들이 시선을 당긴다. 플라스틱 물병과 술병, 음료수 캔 등 우리가 내용물을 마시고 버린 쓰레기들이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 ‘자연을 사랑하자’ 따위 표어보다 훨씬 멋진 캠페인 효과를 주지 않을까 생각하며 다리를 건넌다.

다리 가운데 철탑 교각이 두 개 있고, 그 사이로 산등성이에 있는 청자타워가 보인다. 다리 옆 바다에선 어부들이 그물을 내리거나 걷어 올리고 있다. 비옷을 입은 여행객들이 다리를 건너오고 있다. 이슬비 내리는 바닷가를 친구들과 조잘대며 여행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젊은이나 중장년 할 것 없이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 있다.

가우도 북쪽 해안에 설치해 놓은 출렁다리. 사진/ 박상대 기자
가우도에는 해안선을 따라 걷기 좋은 길이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가우도 해안 숲길과 하얀 출렁다리
가우도에 다다르자 청자타워까지 데려다주는 모노레일 타는 곳과 카페, 바다에서 제트보트를 타기 위한 탑승장이 있다. 날씨 탓에 제트 보트 타려는 사람은 안 보이고, 모노레일을 타려는 사람도 거의 없다. 여행객들은 260m 정도는 걸어서 가도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청자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가나 왼쪽으로 가나 상관없다. 어차피 한 바퀴를 돌아 원점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기자는 ‘가우도 함께 해(海)길’이라 이름 지어놓은 해변산책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길을 잡았다. 소나무와 진달래, 철쭉, 후박나무, 황칠나무 등이 골고루 섞여 숲을 이루고 있다. 비가 잦아들고 빗물이 금방 땅속으로 스며든 덕분에 숲길이 질척거리지 않는다. 띄엄띄엄 야자수잎으로 만든 메트가 깔려 있어 걷기에 불편함이 거의 없다.

독특한 모습의 청자타워. 사진/ 강진군청
가우도 정상에 25m 높이로 조성된 청자타워에서는 강진만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모노레일을 타고 갈 수도 있다. 사진/ 강진군청
청자타워에서 대구면 저두마을로 하늘을 날아 활강하는 973m 짚트랙을 운행하고 있다. 사진/ 강진군청

중간에 청자타워 오르는 길과 마을로 가는 길 이정표가 있고, 출렁다리로 가는 안내판이 있다. 숲속에 이리저리 길을 뚫어놓았다는 이야기다. 해안산책로를 따라 5분쯤 갔더니 하얀 출렁다리가 있다. ‘가우도 함께해길’에서 150m 거리를 바다 위로 걸을 수 있는 출렁다리다. 심장이 쫄깃할 만큼 높지 않고, 길이도 길지 않고, 흔들림도 크지 않아서 쉽게 건널 수 있다. 그런데 걸으면서 사진을 찍고 인증샷을 남기기엔 더 없이 좋아 보인다.

출렁다리 위쪽에는 어울림광장이 있다. 작은 정자에 앉아 쉬면서 바다를 감상하고, 수다를 떨면서 간식을 먹으면 좋다. 어울림광장에서 바로 마을로 넘어가는 길에는 대나무숲이 있다. 대나무숲길에선 바다가 보이지 않지만 그런대로 운치가 있다. 대나무숲길을 지나가면 바로 마을과 이어진다.

한옥펜션에서 하룻밤 묵어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사진/ 박상대 기자
섬 안쪽에는 아늑한 숲길이 이어진다. 사진/ 박상대 기자

펜션과 음식점과 카페와 빵집이 있는 귀여운 섬
출렁다리를 건너가면 숲길이 이어지고 곧이어 데크 길도 있다. 북쪽으로 바다 건너 강진 주작산과 해남 두륜산이 보인다. 다산초당과 백련사도 손에 잡힐 듯이 보인다. 숲길에는 영산홍, 철쭉, 병꽃, 이팝니무 등이 경쟁하듯 꽃을 피우고 있다. 비가 그치고 바다에서 꽃바람이 불어온다.

바다 건너 도암면과 이어진 다산다리가 보이고, 왼쪽으로 600년 된 마을이 나타난다. 기와집으로 된 한옥펜션, 현대식 건물인 펜션 등 펜션들이 보이고, 음식점도 있다. 가우도에는 1970년대에 주민 110여 명, 초등학생이 20명 남짓 살았으나 지금은 10여 가구에 30여 명이 살고 있다. 수돗물이 들어오고, 걸어서 건너지만 다리가 놓였고, 바다에 엎드려 먹고 살던 사람들이 관광객에게 펜션을 빌려주고 음식과 물건을 팔아서 살아가니 천지가 개벽한 것이라고 한다.

이연희 문화관광해설사. 사진/ 박상대 기자
황가오리빵은 쌀로 만들고 완두콩 앙꼬가 들어 있는데 정말 맛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다산다리 아래는 관광객을 위한 해상복합낚시공원도 있다. 마을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고, 캔맥주를 마시는데 황가오리빵을 파는 가게가 눈에 띈다. 황가오리빵은 강진만에서 많이 잡히는 황가 오리를 상징하는 빵이다. 쌀로 만들고 앙꼬는 완두콩을 넣었다.

빵가루 반죽, 앙꼬 만들기, 굽는 과정을 모두 마을 주민들이 하고, 사장은 해마다 순번을 정해서 한다. 사장이 급한 일이 생기면 이웃 사람이 대신 장사를 한다. 커피도 판매한다. 잠시 외지인들이 마을에 들어와 상업행위를 했는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모두 나가고 지금은 수십 년 살아온 원주민들만 모든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조금 기다렸다 다리 위에서 해지는 것 보고 가세요. 진짜 예뻐요. 저녁에는 가로등도 켜지고, 다리 조명도 기똥차요.”
황가오리빵집에서 일을 거들고 있던 아주머니들이 말한다. 여행객들은 다리 주변 쉼터나 벤치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횟집도 있고, 카페도 있고, 트레킹 코스가 있는 낭만이 흐르는 섬이다. 모두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 가꾸기’ 덕분이라고 한다.

다산다리 너머로 펼쳐진 가우도 일몰. 사진/ 강진군청
영랑 김윤식 시인의 동상. 중년 여성들이 반가워한다. 사진/ 박상대 기자
가우도에는 해안선을 따라 트레킹 코스가 있고, 숲속에도 이리저리 여러 길이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가우도 주변 바지락회 비빔밥과 아구탕
좁은 산책길을 따라 걷는다. 중간중간에 나무로 만들어진 벤치에 앉아 바다를 구경하고, 막 올라오는 솔잎 향기를 맡으며 걷는다. 구불구불한 산길과 데크길을 걷는데 중년 여행객들이 모여 있다.

“어머나 영랑 오빠네! 야, 영랑 오빠랑 사진 하나 찍어줘. 오빠 비 안 맞게 우산도 씌어줘라.”
서울에서 왔다는 여인들이 영랑 시인의 동상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영랑 시인을 스스럼없이 오빠라고 부르는 모습이 아름답고 소녀처럼 보인다. 여행의 재미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일이다.

서울에서 왔다는 여행객들이 봄철에 강진에서 먹으면 맛있는 음식을 묻는다. 바지락회 비빔밥과 아구탕을 추천한다. 가우도 앞 대구면 일대 백사마을이 왕년에 임금님께 진상한 바지락 산지라고 한다. 막걸리식초로 만든 바지락회와 밥 한 공기를 비벼 먹어보라. 여운이 오래 남을 것이다.

INFO 가우도
주소 전남 강진군 대구면 중저길 2, 강진군 도암면 월곶로 473
문의 061-430-3333
짚트랙 061-433-9500
제트보트 1855-0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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