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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만추의 느낌이 전해지는 길, 회남재
만추의 느낌이 전해지는 길, 회남재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6.11.07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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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자의 발길도 되돌렸던 그곳을 걷다
'2016 지리산 회남재 숲길 걷기' 참가자들이 단풍이 곱게 물든 회남재를 걷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하동] 늦가을의 만추(晩秋), 흔들리는 단풍과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걷기 동호회원들의 움직임이 잘 어울리는 경남 하동군 회남재를 걷는다.

지리산 고갯길을 넘어 화동 시장과 화개장터를 오가던 보부상의 발자취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서다. 2016년 늦가을에 펼쳐진 ‘지리산 회남재 숲길 걷기’ 행사에 여행스케치가 함께 걸어보았다.

“청학동의 회남재에는 사연이 많아요. 그중에서도 조선의 대학자인 남명 조식 선생이 지리산 자락의 십승지를 찾아다니다가 못 찾고 돌아간 곳이 바로 하동군의 ‘회남재’랍니다.”

회남재 숲길에서 만난 단풍. 사진 / 조용식 기자
숲길을 걸으며 회남재 퀴즈도 맞추는 재미가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휴대폰으로 찍은 회남재의 단풍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 / 조용식 기자

회남재 숲길에서 만난 청학동 훈장은 ‘십승지’란 전쟁이나 천재가 일어나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열 곳의 피난처를 말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10월의 끝자락에 펼쳐진 ‘지리산 회남재 숲길 걷기’는 지리산의 늦가을을 느끼며, 하동에 물든 단풍의 멋스러움을 만날 수 있었다. 

굽이굽이 고갯길을 다 지나서...길에서 ‘행복’ 찾는 사람들

늦가을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도 맨발로 걷기 위해 하나둘 등산화와 양말을 벗는다. 황톳길을 걷기 위해서다. 회남재 출발점에서 시작되는 황톳길은 혈액순환, 피로해소, 소화 및 순환기 조절 등에 좋아 맨발로 걷는 이들이 많은 곳이다. 

월간 <여행스케치>와 아웃도어파트너스의 초청으로 이번 행사에 참가한 걷기동호회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황톳길은 생각보다 길지만, 걷는 즐거움을 아는 이들에게는 길면 길수록 더 만족감을 느끼는 곳이기도 하다. 촉촉한 느낌, 가끔은 발바닥을 지압하는 작은 돌멩이가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길이다. 회남재 왼쪽 끝자락으로 길게 이어진 황톳길을 걸으며, 회남재 퀴즈를 풀어본다. 

“회남재가 길지라고 하여 찾아온 조선 중기의 선비는 ‘남명 조식’이다?”라는 질문에 옆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정답은 O, X 중의 하나. 정답은 50m 뒤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문구가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대부분 ‘O'를 선택하는 모습이다. 

회남재는 이미 늦가을의 정취에 흠뻑 물들어가는 분위기다. 걷는 이의 쉼터로 변한 평평한 돌에 앉아 휴대폰으로 단풍이 물든 회남재의 모습을 찍는 참가자들도 볼 수 있다. 

굽이굽이 길이 유난히 많은 회남재는 해발 740m로 높지 않고 평탄한 길이다. 그 길 위로 앞서거니 뒤 서거니를 반복하며 뛰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유난히 밝아 보인다. 그 뒤로 어머니와 함께 회남재를 감상하며 걷는 가족들의 발걸음도 가볍기만 하다. 

‘청학의 울림’, 국악 자매의 연주를 감상하다

회남재를 오르며 또 하나의 퀴즈를 만난다. 섬진강의 동쪽에 위치한 하동군은 과거 삼국시대에는 다른 명칭으로 불렸는데, 이 명칭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한다사(韓多沙)’다. 

청학동 고갯길에 울려 퍼지는 국악의 향연. 사진 / 조용식 기자
참가자들에게 간식을 제공하는 마을 주민들. 사진 / 조용식 기자
나뭇가지가 더 편한 어르신들의 걷기 참가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하동은 신라통일 이전에는 ‘모래가 많은 지역’이라고 하여 ‘한다사군’으로 불리었다. 그 후 신라 경덕왕의 지명 한자화 정책으로 ‘섬진강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뜻의 ‘하동(河東)’으로 바뀌었다. 이후 고려 시대 지명 한화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현재까지 하동이란 지명을 사용하고 있다. 

삼성궁에서 회남정까지의 거리는 약 6km. 출발점에서 2.4km 구간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진다. ‘청학의 울림’이라는 주제로 국악 자매가 가야금과 북으로 연주를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마을 주민들이 나눠주는 찐 밤과 물을 마시며 연주를 감상하는 모습이다. 

걷기 동호회 '길을 찾는 사람들'에서 참석했다는 박금순씨는 "회남재를 걸어보니 이 가을에 딱 맞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길"이라며 "단풍이 정말 예쁘고, 길이 편안해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은 회원들과 함께 평사리 최참판댁까지 구경하기로 했다"며 "다음에는 1박 2일 일정으로 청학동 삼성궁, 회남재 숲길 등을 다시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한 모습을 하며 회남재 숲길을 걷는 걷기 동호회원들. 사진 / 조용식 기자
아이들도 즐겁고, 함께 온 가족들도 편하게 걸을 수 있는 회남재 숲길. 사진 / 조용식 기자
늦가을 단푸에 물든 회남재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회남재 숲길은 정상인 회남정에서 길이 나뉜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악양면 등촌 청학선사 방향이 나오며, 악양면으로 내려가면 평사리 최참판댁을 둘러볼 수 있다. 최참판댁은 박경리 소설 <토지>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회남정에서 왼쪽으로 걸어가면 묵계초등학교가 나온다. 

회남재 정상까지 3km가 남았다는 푯말이 보인다. 회남재 숲길은 여전히 굽이굽이 길이 놓여 있다. 회남정까지 단번에 오르지 않고, 산세를 감상하며 편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 길이기에 사색을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다. 

아무리 평탄해도 혹시 모를 부상이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구급품과 의료진이 ‘간이 의무대’를 차려놓고 있다. 의료진에는 이곳 지리에 밝은 청학동 훈장의 모습도 보인다. 조금 더 걸어가니 한 참가자가 다리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옆에 안전요원이 간이 의무대와 연락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회남재 숲길 마지막 구간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스틱 대신 ‘나뭇가지’를 짚으며 걷는 정겨운 모습

등산복 차림의 걷기 동호회원들 뒤로 스틱 대신 나뭇가지를 짚으며 걷는 세 어르신들의 뒷모습이 정겹게 느껴진다. 그 옛날 이곳을 지나던 조상들도 힘겨울 때는 나뭇가지를 꺽어 지팡이로 활용했을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만추. 사진 / 조용식 기자
언제나 안전이 먼저. 사진 / 조용식 기자
회남정에서 휴식을 취하는 참가자들. 사진 / 조용식 기자
'2016 지리산 회남재 숲길 걷기' 행사는 매년 10월 말 단풍이 물드는 시기에 개최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잠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본다. 노랗게, 빨갛게 물든 단풍이 시야에 들어온다. 붉게 물든 단풍을 배경으로 단체 인증사진을 찍는 동호인들은 더없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걷기가 주는 즐거움, 행복을 지금 이 순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걸어 회남정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서는 어쿠스틱 기타 밴드의 공연이 울려 퍼지고, 회남정 뒤로 펼쳐진 평사리의 들판을 배경으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제 악양면 등촌 청학선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을 만난다. 그동안 걸어온 길은 임도였지만, 이제 내려가는 길은 포장이 되어 있다. 회남정까지 걸어올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지만, 단풍으로 물든 모습에 취해 큰 어려움 없이 걷게 된다. 

내려가는 길에 산악자전거로 회남재를 오르는 자전거 동호인을 마주한다. 계속되는 오르막을 올라왔을 그들에게 “화이팅”을 외치니, 활짝 웃으며 “화이팅”으로 화답을 해 온다. 회남재 숲길은 그렇게 걷는 이와 자전거 타는 이들에게 화합을 끌어내며, 땀과 웃음과 행복을 전해주는 길이다. 

‘2016 지리산 회남재 숲길 걷기’ 행사를 개최한 윤상기 하동군수는 "2014년 이후 회남재 숲길이 널리 알려지면서 평소에도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며 "올해는 가을 여행주간 정부 대표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가운데 치러져 행사의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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