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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연남동 로컬호스트가 소개하는 '진짜 연남동'
연남동 로컬호스트가 소개하는 '진짜 연남동'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7.01.02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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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교골목, 공방골목… 구석구석 골목투어
연남동의 랜드마크, 경의선숲길. 사진 / 김샛별 기자

[여행스케치=서울] 경의선숲길이 생긴 이후로 홍대만큼, 아니 홍대보다 더 뜨고 있는 연남동이지만 막상 연남동에 가려니 겁이 난다. 어디서부터 어디를 지칭하는지도 모르겠고, 죄다 맛집이라는데 그 중 어디를 가야할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 연남동 동네친구가 있으면 척척 어디가 맛집이고, 여긴 뭐가 있고, 이걸 하면 좋고… 다 설명해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면, 로컬호스트를 만나보자.

홍대 라이브 밴드들에게 사랑받는 맛집

“주변의 소중한 게 하나 둘씩 사라져요 늦기 전에 어서 봐요 삼겹살 좋고요 감자탕은 더 좋아요 홍대는 시끄럽고 북적대서 힘들어요 10분만 걸어와요 한적한 우리 동네로 어서 오세요 연남동에요 연남동으로 놀러 오세요 값싸고 맛있고 나도 있고 술도 있고 그간 지낸 얘기하며 밤 세워봐요 노래 불러 줄게요 놀러오세요 연남동으로 놀러오세요”

홍대입구역 3번출구. 이현정씨는 항상 이곳에서 연남동으로 오는 이들을 맞는다. 연남동 로컬호스트 중 하나인 이현정 마인드트립 대표는 10년 동안 이곳에 거주한 주민으로, 동네 사람만 알 수 있는 연남동의 숨은 장소들을 소개하고 싶어 로컬호스트가 되었다.

여행을 시작할 때 그는 항상 <연남동으로 놀러오세요>라는 곡을 들려준다. ‘내귀에 도청장치’ 밴드에서 기타와 베이스를 맡았던 김태진과 황의준이 일종의 사이드 프로젝트로 활동하는 ‘연남동 덤앤더머’의 노래다.

연남동의 초입에 위치한 '덤앤더머'. 사진 / 김샛별 기자

그들이 하는 동명의 가게인 라이브 펍&키친 ‘덤앤더머’에 가면 항상 그들을 볼 수 있다. “점심엔 각종 덮밥들을 파는데 3900~5900원 정도로 저렴하고 맛있다”고 추천한다. 저녁 메뉴도 만원대. 저녁 9시마다 라이브 공연을 들을 수 있다.

이현정 로컬호스트는 홍대와 연남동 라이브 밴드들의 단골가게를 줄줄 꿰고 있다. 혹여 좋아하는 가수가 있다면 그들이 자주 가는 맛집 정보도 얻을 수 있을지도.

경의선숲길 교차로에 있는 핫도그 파는 집을 가리키며 “저 집이 조정치와 정인뿐 아니라 인디 뮤지션들의 단골집”이라고 소개한다. 핫도그와 맥주를 사서 바로 앞 경의선숲길의 거리공연을 구경하는 건 연남동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라고 설명한다.

일상예술창작센터 뒷편에 있는 공방골목. 사진 / 김샛별 기자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연남동

이현정씨는 “주변 지역에 비해 서민들이 많이 살던 곳이 연남동”이라며 “하지만 조용하다고 해서 노인들만 살거나 처지는 게 아니라 곳곳에 이 동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들어와 살고, 주택지에 홍대에서 넘어온 문화가 섞이며 시너지가 나고, 두 가지 매력을 같이 볼 수 있는 곳이라 더욱 매력적”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말대로 연남동이 갖는 특별함은 임대료 때문에 홍대에서 밀려났거나 홍대의 번잡한 분위기를 피해 온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독특한 분위기에서 온다. 홍대에서 멀지 않은 거리, 주택가였던 연남동에 하나둘씩 모여들어 만든 작은 공방들이 어느새 골목을 이루었다. 일명 ‘공방골목’은 일상예술창작센터가 있는 골목을 일컫는다.

일상예술창작센터는 2002년 처음 홍대에 플리마켓을 연 곳으로 최근 연남동 주민센터 주변으로 ‘따뜻한 남쪽’이라는 이름의 마을시장을 열고 있다. 작년 12월 11일 마지막 장이 열렸고, 날이 풀리는 4월에 다시 열릴 예정.

이현정씨는 “플리마켓이 늘 열리지 않기 때문에 일상예술창작센터에서 ‘생활창작가게 KEY’를 열었어요. 그곳에 가면 손으로 만든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어요.”

일상예술창작센터 안에 입주한 공방 중 하나. 이현정씨의 투어 코스 중 하나다. 사진 / 마인드트립 제공.

그는 “플라워, 비누, 금속공예, 가죽공예 등 연남동에는 40여개의 공방들이 있다”고 설명한다. 센터 뒤편으로 돌면, 열 평 남짓한 작은 공방들이 각자의 색을 띄면서도 따닥따닥 조화를 이루고 있다.

커플이 직접 팔찌를 만들 수 있는 곳부터 핸드메이드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어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지갑이 열리고 시간도 훌쩍 간다. 그는 자유롭게 구경하고 또 원데이 클래스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자유시간을 주는데 하나둘씩 취향에 따라 사온 물건을 서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화교골목의 오랜 터줏대감 중 하나인 '매화'. 사진 / 김샛별 기자

연남동 속 작은 차이나타운, 화교골목

“<무한도전> 프로그램에 나왔던 기사식당 아세요?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원래 연남동은 기사식당으로 유명했어요. 그 집 이름이 ‘감나무집 기사식당’인데 연남동은 감나무가 유독 많아요.”

전형적인 주택가였던 연남동은 감나무와 벚나무가 많다. 지금이야 ‘제2의 홍대’라고 불리지만 이전에는 기사식당이 많은 동네 혹은 화교들이 사는 동네로 알려진 평범한 주택가였기 때문이다. 기사식당은 대부분 임대료를 버티지 못해 나갔지만 화교거리는 아직 남아 있다.

한성화교고등학교 담벼락을 따라 늘어선 거리엔 중국음식점과 생활잡화를 파는 가게들이 자리한다. 이현정씨는 “연남동 화교는 중국 본토 사람보다 대만에서 온 화교가 많다”고 설명한다. “명동에 있던 학교가 연희동으로 이사 오게 되면서 연희동과 연남동으로 많이 넘어 왔어요.

연희동과 연남동은 1975년 분리되었는데 중국 음식에도 차이점이 있어요. 연희동 중국집은 럭셔리한 편이에요. 제대로 된 요리들이 나오는 편, 요리나 코스가 중심이죠. 그에 비해 연남동은 좀 더 서민적인 음식들이 많이 나오는 편이고 단품 중심이에요.”

이현정씨가 멈춰선 곳은 <백종원의 3대 천왕>에도 나왔던 ‘하하’ 앞. 저렴하고 맛있는 중국집으로 연남동에선 이미 유명한 곳. “연남동의 수많은 맛집 중 제가 검증한 맛집을 자주 소개하는데, 항상 두 곳을 추천해요. 한식은 ‘해달밥술’을, 다른 하나가 ‘하하’예요. 세계 여러 나라 어느 분이 오셔도 이집 가지볶음에 만족하지 않았던 분이 없거든요.”

이현정씨는 겨울엔 ‘매화’도 좋은 선택이라며 “굴짬뽕을 처음 팔기 시작한 곳이 2군데인데 명동과 이곳”이라며 “3대째 장사하는 집으로 매실발효액을 넣은 것이 특징”이라고 꼭 맛보길 권했다.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의 저자 김동영(생선) 작가 카페 벽화(좌), 빌려보는 책방, 탐구생활 전경(우). 사진 / 김샛별 기자

내가 사랑하는 공간, 너도 사랑하게 될 거야

“제가 제일 자주 찾는 곳이 여기 탐구생활”이라며 “책방이긴 한데 빌려보는 책방”이라고. 천 권 이상 책을 갖고 있던 주인이 이 책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빌려줘야겠다는 생각에 만든 곳이다. 대여기간별 대여료로 도서정가의 10~30%를 지불하면 된다. 책 구매를 원하는 이는 20% 할인된 금액으로 살 수 있다.

동네라서 가질 수 있었던 분위기가 점점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 이현정씨는 어떻게 생각할까. “핫한 동네라는 건 어느날 쇠퇴가 있다는 말과 같아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도 현실이죠. 저 같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는 로컬호스트로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노력한다. 대부분 동네 사람들과 오래 살을 부빈 가게들이거나 지역과 상생하는 가게들에 더 애정 어린 말을 하게 되고, 그 마음을 게스트들도 느낀다고.

“단순히 스쳐가거나 놀러온 것이 아니라 애정 있게 내 동네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커요. 가이드가 아니라 굳이 로컬호스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차이점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 지역에 애정이 있고, 이 지역이 좋은 방향으로 변하는 것에 적게나마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요.”

Info 로컬호스트와 여행하기
요즘 여행의 트렌드인 ‘현지인처럼 여행하기’를 가능하게 해주는 로컬호스트와의 만남은 플레이플래닛(www.letsplayplanet.com)을 통해 이뤄졌다.

플레이플래닛은 동네친구를 사귀고, 동네친구가 추천하는 여행을 함께 할 수 있는 사이트. 색다른 지역여행을 할 수 있는 로컬호스트들의 프로그램을 보고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마포구 프로그램만 13개. 홍대 뮤지션 박준형씨와 함께 홍대 라이브클럽 여섯 곳을 소개 받고 그 중 네 곳의 클럽을 직접 방문해 공연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 일러스트레이터 밤별과 함께 경의선숲길을 드로잉하며 여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 어떤 로컬호스트를 택하느냐에 따라 같은 연남동이지만 다른 연남동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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