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둘러보는 지구생태여행

5대 기후를 다 볼 수 있는 서천 국립생태원

2017-03-02     김샛별 기자

[여행스케치=서천] 영화 <아바타>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열대우림을 지나치면 메마른 사막을 꼿꼿이 지키는 선인장들이 나타난다. 이곳을 지나면 지중해에 온 듯한 향긋한 허브향과 올리브 나무가 우리를 유혹한다. 이곳은 어디일까? 세계 5대 기후를 문 하나만 열면 넘나들 수 있는 곳, 국립생태원이다.

문 하나로 넘나드는 지구 여행

문을 열고 들어서면 덥고 습한 공기가 훅 끼치는 열대관부터 여행을 시작해보자. 마치 영화 <아바타>를 연상시키듯 큰 규모에 놀랄 것이다. 유진 국립생태원 생태해설사는 “열대관은 면적이 3,192㎡, 높이 35m의 거대한 크기”라며 “우리가 숨쉴 때마다 사라져가는 열대우림의 면적을 상징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생물종 다양성이 매우 높은 열대우림을 그대로 옮겨다놓은 열대관에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시서스의 뿌리가 딱 사람들의 머리에 닿을락말락 늘어져 있다. 사람들이 지나는 것을 알고 딱 그만큼만 뿌리를 내린 덩굴식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은 정말로 열대에 와있는 기분이 들게 한다.

고무나무를 비롯한 열대우림의 식물들 곳곳엔 아마존 담수어들과 알다브라육지거북, 나일악어 등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열대관을 보며 자연스럽게 동물과 식물이 함께 생태계를 구성하는 유기적인 관계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곳을 지나 문을 열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사막이라면 모두 건조하고 척박한 땅만 떠올리지만 우기 등 다양한 강우 패턴에 따라 식생이 나뉜다.

사막관은 가운데를 중심으로 적도로 구분해 좌측에는 아메리카 지역의 여러 선인장과 다육식물이, 우측에는 아프리카 지역의 사막을 볼 수 있다. 사막관의 인기는 단연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사막여우다. 몸에 있는 열을 방출하기 위한 커다란 귀, 뜨거운 모래 위를 걸어야 해 복슬복슬한 털로 둘러 쌓인 발에 귀엽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배근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은 “여기 있는 사막여우들은 불법적인 밀수로 오게 된 동물들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불법적으로 온 동물 보호 및 멸종위기동물의 관리, 연구, 치료를 위한 에코케어센터가 5월 중 열릴 것”이라며 “이곳을 둘러보고 동물 보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게 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함께 숨 쉬고 살아가는 공존을 경험하다

“그런데 동물들이 왜 이렇게 안 보여요?”는 질문에 유진 생태해설사는 “생태원은 동물을 보는 곳이 아니라 동물들이 어떻게 사는지, 생태를 확인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에코리움 안은 각 기후대별로 적정한 환경을 맞춰주며, 이곳의 동식물들에게 그들이 사는 지역을 최대한 모식해서 맞춰준다.

온대관 바깥의 수달사도 마찬가지다. 두 마리가 살기엔 넓어 보이는 이곳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최대한 자연상태와 같게 꾸며놓았다. 이를 환경풍부화라고 하는데 행동풍부화, 먹이풍부화 등 평소처럼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생태연구가가 되어보세요

극지관의 하이라이트는 펭귄이다. 스피커가 연결되어 있어 실제 펭귄들이 우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펭귄들에게는 관람객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특수코팅을 해놓아 펭귄들이 놀라지 않도록 한 것인데 이 역시 행동풍부화의 일원이다.

한편에 마련된 펭귄모니터랩에 들르는 것도 좋은 방법. 펭귄마을 방문허가서를 발급받아 들어서면 진짜 연구가가 된 듯 CCTV 화면을 보며 펭귄들을 관찰할 수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진짜 연구가가 되고 싶다면, 개미과학 기지로 출동해보자. 개미 박사님이 되어 하얀 연구복을 입고 입장하는 개미과학 기지는 모든 생태계의 근간이 되는 개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세계 최초로 ‘호주푸른배짜기개미’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구 최초의 농사꾼이라 일컬어지는 ‘잎꾼개미’의 먹이 탐색부터 둥지까지 긴 여정을 모두 지켜볼 수 있게 꾸며놓았다.

투명한 통 안에서 자기 몸의 10배가 넘는 나뭇잎을 물고 옮기는 잎꾼개미는, 이 잎을 먹는 게 아니라 잘게 부숴 침과 섞어 반죽을 만든 다음 버섯을 키운다. 그 키운 버섯을 먹기 때문에 잎꾼개미는 사람보다 먼저 농사를 지은 개미라고 흔히 비유한다. 수능을 끝내고 친구들과 함께 온 김정직씨는 “이렇게 자세하게 개미가 먹이를 운반하고, 버섯을 키우는 과정을 볼 수 있어 신기하다”고 말했다.

단순한 전시 아닌 생태를 위한 모든 것

국립생태원의 크기와 다양한 전시에 놀라겠지만 국립생태원에서 에코리움 전시는 아주 일부분에 불과하다. 30만평에 달하는 야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커다란 전시장이다.

한반도 위도에 따른 대표적인 13개 군락을 재현한 ‘한반도의 숲’은 안쪽으로 가면 갈수록 고산지대 고유식물들을 볼 수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우리 땅의 자연을 만날 수 있게 꾸며두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금개구리가 발견되어 금구리못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에서는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연못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내륙습지를 관찰할 수 있는 습지생태원과 습지체험장은 직접 습지에 들어가 습지의 동·식물과 곤충을 관찰할 수 있는 생태체험교육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강수희 국립생태원 홍보과장은 “생태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영유아부터 중·고·대학생까지 단계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며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중학교에서는 심화 교육프로그램을 선택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립생태원은 왜 생태가 필요하고, 왜 생태계가 건강해야 하는지, 동식물을 둘러싼 모든 생태에 대해 연구·교육을 위한 공간을 지향한다. 자연과 만나고, 자연을 배울 수 있는 국립생태원으로 올해 봄, 탐구생활을 떠나보자.

Info 국립생태원
관람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폐장 1시간 전 입장마감)
입장료 대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소인 3000원
주소 충남 서천군 마서면 금강로 1210 국립생태원
문의 041-950-5300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4월호 [봄 탐구생활]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