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지하를 파고드는 ‘아랫물 길’ 여행

서울하수도과학관

2018-01-18     조아영 기자
※ ‘잘생겼다! 서울20’은 옛 것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닌 기억과 가치를 되살린 20곳을 엄선해 선정한 서울 명소 20곳이다.
 

[여행스케치=서울] 우리 생활 속에서 빠질 수 없는 물. 매일 깨끗한 물을 당연하게 소비하고 있지만 우리가 버리는 물에 대해선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서울하수도과학관에서 지하를 흐르는 아랫물 길을 따라 이색적인 여행을 떠나보자.

아랫물이 흘러온 길을 마주하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중랑물재생센터는 40여 년간 강북, 노원 등 서울의 10개 구 생활하수 정화와 처리를 도맡았던 곳이다. 오래된 하수처리장을 현대화하면서 하수처리 시설 일부를 지하로 옮기고, 지상 부지는 전시관과 어린이 체험관으로 이루어진 서울하수도과학관으로 재탄생했다. 

우선 1층 전시관에서는 하수도의 역사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펴볼 수 있다. 국내외 하수도 역사를 보기 쉽게 연표로 연출했으며, 관련 유적과 유물을 모형으로 전시해두었다.

그 중 ‘울주 교동리 456 유적’은 청동기 시대에 한반도 최초로 만든 배수시설로 추정되는 유물이다. 류충근 전시해설사는 “네모꼴의 벽면을 따라 도랑을 파고, 낮은 쪽에는 터널을 만들어 배수를 도왔다”며 “이때부터 배수구가 주거공간의 필수 시설로 자리매김 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백제 풍납토성에서 발굴된 ‘토관’은 땅에 묻어 사용한 배수시설로 추정되며, 이후 조선시대에 하수도 역할을 했던 청계천에 대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거대한 하수구 모양으로 꾸며진 공간에서는 대한제국시대에 도입된 근대 하수시설 모형을 통해 100여 년 전의 배수로를 관찰할 수 있다.

전시관 가장 안쪽에서는 중랑물재생센터의 현재 모습과 새롭게 이루어지는 하수처리과정을 영상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전시관을 나서기 전 패널에 정리되어 있는 하수처리를 통해 발생하는 에너지 관련 내용도 눈여겨 볼 법 하다. 

재생과 순환을 이야기하는 공간

과학관을 빠져나오면 외부에 자리한 하수처리시설을 통해 우리가 사용한 물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생생하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거대한 물탱크처럼 생긴 최초침전지는 모래·자갈·플라스틱 등 고형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생물반응조를 거쳐 미생물에 의해 유기물과 오염물질을 정화시키고, 방류수의 산소를 회복시키면 하수가 깨끗한 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과학관 주변으로는 물을 주제로 꾸며진 물순환테마파크가 있다. 총 네 개의 구역에 걸쳐 빗물정원, 다목적 놀이터, 무지개 연못, 자연형 실개천 등이 구성되어 있어 함께 둘러보며 휴식을 취하기 좋다. 

이 중 연못, 하천은 하수처리수 일부를 재이용해 조성되어, 물의 흐름과 순환 과정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이윤재 중랑물재생센터 주무관은 “우리가 마시고 소비하는 상수도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쓰고 버리는 하수도에 대한 관심은 적다”며 “서울하수도과학관은 물 순환이 이루어지는 곳이자 신재생에너지 등 자원을 재생하는 공간이며, 이곳에서 시민들이 하수도라는 기반 시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가면 좋겠다”고 전한다.

Info 서울하수도과학관
요금 무료
주소 서울 성동구 자동차시장3길 64 (중랑물재생센터 부지 내)
문의 https://sssmuseum.org

Tip 5~9세 어린이 대상 교육프로그램 <내 똥은 어디로 갈까?>는 복잡한 하수 정화 과정을 체험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쉽게 배우고, 물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교육실과 체험실을 오가며 2시간 여 진행된다. 
이외에도 4세 이상 미취학아동 대상 구연동화 프로그램, 중·고등학생 대상 진로탐색 프로그램 ‘나도 수질연구사’,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을 위한 가족 프로그램까지 마련되어 있어 다채로운 체험이 가능하다. 모든 교육프로그램은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제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