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비수구미에서 멸종위기식물 광릉요강꽃 만개... "30년 이상 자식처럼 돌봐"

평화의 댐 진입로 공사 현장에서 발견... 지금은 900개체 자라는 최대 군락지

2018-05-07     홍원문 객원기자

[여행스케치=화천] 강원도 화천군 산골 마을인 비수구미에 멸종위기식물 1급인 광릉요강꽃이 군락지를 이루며 만개한 모습이 포착됐다.

광릉요강꽃은 깊은 산속이나 구릉의 나무 아래 또는 대나무 숲속 등에서 자라며, 좌우에 부채를 펼친 것처럼 두 개의 입이 활짝 펼쳐져 있다. 아래로 매달린 자주색의 복주머니 모양의 꽃은 야생란 중에서도 가장 크며, 개성 있고 아름답다는 평을 받는다.

비수구미 마을에 광릉요강꽃이 군락지로 조성한 장윤일(75세)씨는 "1989년 평화의 댐 1단계 공사가 끝났으니 벌써 30년 전의 일"이라며 "평화의 댐 공사 진입로 현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광릉요강꽃을 가져와 집 주변에 식재 재배를 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30년을 자식처럼 돌보며, 매년 증식하는 것이 기특했다"며 "매년 5월이면 광릉요강꽃을 보러오는 여행객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는 약 900개체의 광릉요강꽃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비수구미 마을은 화천읍에서 평화의 댐으로 가는 길목에 우뚝 솟은 해산(1194m)의 동쪽 자락에 있는 오지마을이다.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어려워 대부분 자가용이나 단체 버스를 이용한다. '비수구미 생태길(약 6km)'이 잘 알려져 있어 걷기 동호인들이 많이 찾는다.

장복동 비수구미(동촌2리) 마을 이장은 "우리 마을은 아직 오염이 덜된 것이 매력"이라며 "산골이라 식사나 민박을 하려면 미리 연락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마을 주민들 집 주위의 나물들은 생업을 위해 기르는 것이니 채취는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Tip 다양한 비수구미 마을 접근법

1. 파로호선착장에서 선박을 타고 모일분교나 수동분교에 내려 트레킹을 시작할 수도 있다. 평일에는 30인 이상의 예약이 있을 때 운행하며, 주말에는 1일 2회 정기운행을 한다. 단, 파로호의 물높이와 기상 사정에 따라 운행이 제한될 수도 있으니 방문 전 확인이 필수이다. 문의:장복동 이장 010-6372-1003 

2. 비수구미 생태길로의 차 진입은 마을 주민들에게만 허용되어 있어 접근이 불가하다. 해산령을 넘어 평화의댐 방면에서 마을로 진입하는 도로는 물이 조금만 차도 다리가 잠겨 1년 중 도로로 이용할 수 있는 날이 거의 없다. 대신 비수구미 마을과 연결되는 등산로가 있으므로, 길목에 차를 세워놓고 산길을 따라 마을로 들어서는 게 가장 편한 방법이다. 산길 시작지점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마을에 닿으며, 주황색 출렁다리를 건너 마을로 진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