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휴양림] 푸른 능금이 익어 가는 옥녀봉, 소백산

2003-07-24     여행스케치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1998년에
소백산

[여행스케치=경북] 소백산 자락에 살포시 앉아있는 옥녀봉 자연휴양림. 푸른 능금이 익는 풋풋한 향내가 그윽하고 산 정상에서만 만날 수 있는 바람을 만난다.  

영주는 사과가 많다. 그래서 과수원이 곧 밭이다. 소백산 옥녀봉을 올라가는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서 휴양림 입구까지 온통 사과밭이다. 차양이 넓은 모자를 쓴 아낙이 사다리에 올라서서 사과나무를 손질하는 동안 넓적한 너럭바위가 볕에 졸고 있다.  

휴양림
휴양림에

옥녀봉은 해발 850m의 높이로 소백산의 주봉인 비로봉(1,439m), 소백산 천문대가 있는 연화봉(1,394m), 죽령옛길이 있는 도솔봉(1,315m) 보다는 낮다. 휴양림이 해발 550m 정도의 높이에 있어, 연립산막의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웬만한 산 정상에서 보는 풍경과 다를 게 없다.

능선 한 자락이 눈앞에 펼쳐지는 데 도솔봉이다. 휴양림을 지키는 배위환 (45세)씨는 밤이면 주먹만한 별들이 많이 열린다면서 다음에 오면 별을 따주마 약속한다. 이왕이면 크게 달을 따 달라고 하자 광주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렵단다. 낮인데도 하늘이 이리 가까운데 밤이면 오죽 가까울까.

옥녀는 음기가 강한 여자다. 전국 산하에 옥녀봉이라는 이름이 몇 곳이 있는데 이 이름이 지어진 산들은 대체로 물이 많다고 한다. 이 옥녀봉도 휴양림을 세울 때 닦아놓은 터에 물이 쏟아져서 고생을 많이 했다 한다. 여자들이 들으며 ‘우’ 소리가 나올 듯도 하지만 음담의 유머가 있어서 삶이 가끔은 풍요롭다.

옥녀봉 정상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데 가는 길에 수명이 백년이 넘은 소나무가 많이 있다. 어떤 나무가 백년이 넘은 건지 몰라서 무조건 등치가 좋으면 백년이 되었다고 짐작할 따름이다. 옥녀봉 정상에서는 영주시내가 한 눈에 보인다. 소백산 봉우리를 떠돌던 구름이 서서히 다가온다. 옥녀봉이 구름 속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