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장 이웃마을 투어] 전쟁과 평화를 품고 있는 우수영문화마을 

명량대첩축제 근처 둘러볼만한 우수영문화마을 망해루까지 오를 수 잇는 '역사의 길' 명량대첩과 관련한 벽화 곳곳에 자리해

2019-08-13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해남] 명량대첩축제를 구경하고 잠깐 들러볼 만한 곳이 있어 소개한다. 우수영문화마을이 그곳이다. 명량대첩 현장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마을에는 성웅 이순신보다 인간 이순신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마을 앞 바다에서 망해루까지 올라가는 길의 이름은 ‘역사의 길’이다. 우수영의 역사는 조선 수군의 역사, 전쟁의 역사와 나란히 한다. 우수영은 말 그대로 전라도의 우측에 있는 조선군의 군영 이 있었던 마을이었다,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 이 일본 해군을 섬멸하고 충청도로 자리를 옮겼을 때, 원수를 갚으러 쫓아온 왜군이 진도와 우수 영 일대 주민들의 집에 불을 놓았다. 조선 수군을 도와서 왜군에 피해를 끼쳤다는 이유에서다. 

명량대첩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지만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주민이 죽고 삶의 터전을 잃었다. 그런 아픈 역사를 대대손손 대물림하며 가슴에 품고 살아온 마을 사람들이다. 

마을 골목에서는 명량대첩이라는 한 편의 드라마 가 펼쳐진다. 골목길을 따라 명량대첩과 관련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여행객의 시선을 붙드는 것 은 인간 이순신이다. 근엄하고 용맹스러운 표정의 장군이 아니라 고뇌하고 슬픔을 품은 인간 이순 신. 갑옷을 갖춰 입고 칼을 차고 있는 군인이 아 니라 손에 지도를 들고 도포 자락을 흩날리며 울돌목을 보고 있다. 

명량대첩에서 수많은 왜군을 바닷물에 빠뜨려 수장시킬 때, 인간 이순신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모 든 장군은 군인과 보통 사람의 경계를 오갈 것이 라고 생각한다. 적군을 향해 총을 쏘고 칼을 휘두르지만 막상 적군의 사체를 보면 측은한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까. 

승리한 전쟁보다 전쟁 없는 평화 
인간 이순신은 승리의 기쁨을 즐기면서도 평화로 운 세상을 갈망했을 것이다. 벽화들은 대부분 밝은 색이 아니다. 우수영의 역 사가 승리하고 환호한 역사가 아니라 승전 후 보 복의 화염을 경험한 역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전쟁보다 는 평화가 좋다고 말한다. 

지금도 어떤 호전적인 사람들은 북한이나 일본을 향해 우리가 선제공격을 해서 무찔러야 할 적국 이라고 말한다. 참으로 철딱서니 없는 생각이 아 닐 수 없다. 13척 배로 133척을 물린 친 압도적인 승리를 경험한 우수영 사람들은 승리의 뒤끝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전쟁보다 평화를 먼저 말한다. 우수영문화마을에서 벽화를 잘 그렸네, 못 그렸네 말할 필요는 없다. 벽화의 색깔이 어둡고 칙칙하다고 지적할 필요도 없다. 

이 길을 쭉 따라 올라가면 이순신 장군이 울돌목 을 지켜보았다고 알려진 망해루가 보인다. 흰 거품을 일으키며 소용돌이치는 바다를 보며 전투를 진두지휘할 구상을 했을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지금은 우수영문화마을과 다리 건너편의 진도타워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쉼터 다. 참으로 한적한 어촌마을에서 전쟁과 평화를 따져보고, 용맹스런 장군과 평범한 인간의 고뇌를 짚어보면 좋겠다. 

또한 호남 출신 곽재구 시인의 시와 어린이들의 시가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골목 구석에 자 리하고 있는 설치미술, 조형물들도 마을을 풍성 하게 한다. 마을에는 해남군 여러 마을에 전해지 는 전설이나 전래동화를 그린 벽화도 있고, 강강술래와 용잡이놀이 등 주민들의 민속놀이를 그린 그림들도 있다. 시들어가던 마을을 살려놓은 그림 의 힘을 느낄 수 있고, 예술이 인간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엿볼 수도 있다. 그리고 미리 예약 하면 도예체험도 할 수 있다. 

Info 우수영 문화마을 
주소 전남 해남군 문내면 우수영 마을 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