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의 본 고장 구례 산동마을, 산수유 봉오리마다 웃음꽃 활짝!

2006-05-02     손수원 기자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달구지를

[여행스케치=구례] 구례 산동마을에서 산수유나무가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면 사방천지는 그야말로 샛노란 물감을 들인 꽃무더기들이 구름처럼 마을을 뒤덮는다. 예부터 구례 처녀는 산수유 열매를 깨물어 깐 덕에 입술이 붉고 예뻐서 최고의 신붓감이었다는 얘기가 전해져 오고 있으니 그 광경이 오죽할까. 

 

산수유 꽃 노란 천지
지리산 온천관광단지로 들어서는 순간 세상은 온통 노란색 천지다. 국내 산수유 생산량의 절반을 이곳 구례 산동면 일대가 차지한다고 하니, 가히 아스팔트 도로를 빼놓고는 온통 산수유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터이다. 산동면 산수유마을 중에서도 가장 절경을 이룬다는 상위마을로 걸음을 재촉했다.

워낙 사람이 붐비는 산수유 축제장인지라 한순간이라도 빨리 자리를 잡고 산수유의 노란 물결에 흠뻑 취해보고 싶어서였다. 상위마을로 올라가는 길은 바닷길이 열린 것처럼 노란 산수유 꽃이 도로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갈려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길가 곳곳에서는 이 절경을 눈에만 담아놓기는 아깝다는 듯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다. 전문 사진사의 까만 카메라건, 7살 꼬마가 든 핸드폰 카메라건 어느 장소에서 어떻게 카메라를 들이대도 이곳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선사해준다.

도로의 정점에 위치한 산수정(山茱亭)의 넓은 마루에 올라서니 지리산 자락의 웅장한 자태 아래로 노랗게 물들어 있는 산동마을 전경이 내려다보인다. 콘크리트 하나 바르지 않고 아직도 그 옛날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초가집 지붕 사이사이로도 노란 물감이 속속 뿌려져 있다.

이 마을 산수유나무들은 모두 50, 60년이 넘는 나무들이다. 특히 큰 바위들이나 돌담 등과 한껏 어우러져 피는 산수유 꽃의 풍경은 산동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볼거리이다. 검은 돌담들을 노란 산수유 꽃들이 포근히 감싸 안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왠지 봄햇살이 더욱 따사롭게 느껴진다.    

산수유가

산수유 꽃보다 더 활짝 핀 웃음꽃
상위마을에서 내려와 지리산온천관광단지 주변의 행사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포장마차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여기저기서 오늘은 뭐가 맛있다느니, 덤으로 뭘 하나 더 준다느니 하는 목소리들이 왁자지껄하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산수유 꽃길걷기, 산수유 엿 만들기, 산수유 꽃 천연염색 체험, 산수유 차 시음, 남도소리 공연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구경거리 가득한 축제장을 거닌다.

할머니와

민속놀이체험장에서는 5살 정미와 2살 정균이가 신이 났다. 작은 절굿공이를 사이좋게 나눠 잡고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절구를 쿵쿵쿵 잘도 찧는다. 한두 번은 호흡이 맞지 않아 서로 박치기도 하며 허둥대더니 나중에는 제법 ‘쿵덕쿵덕~’ 리듬도 탈 줄 안다.

그런데 저 절구 찧는 둘의 모습이 어디에서 많이 본 것 같다. 어디서 봤을까. 그래 맞다! 똥그란 보름달 속에서 사이좋게 절구를 찧던 토끼들! 혹시 정미와 정균이는 달나라에서 잠시 지구로 여행을 온 것은 아닐까? 생각할수록 즐거운 상상이다.    

할머니와 사이좋게 다듬이질을 하고 있는 4살 민지도 덩달아 신이 났다. 평생 처음 만져보는 다듬잇방망이도 신기할 테고, 그 방망이로 다듬잇돌을 내려치는 이유도 모르지만 가족들과 함께 노는 것만으로도 얼굴에서는 방글방글 웃음이 떠날 줄 모른다.  

산수유의

한쪽에서는 산수유 떡 만들기 체험이 벌어지고 있다. 오늘은 아빠가 힘자랑하는 날인가보다. 커다란 떡메를 하늘 높이 치켜 올렸다 힘껏 내려치니, 옆에서 보고 있던 딸은 ‘와~ 우리 아빠 힘 진짜 세다~’ 며 박수를 쳐댄다. 다른 아빠들도 질 수 없다.

다음 차례는 자기라며 서로 기분 좋은 실랑이를 벌인다. 아이들은 ‘두고 봐~, 우리 아빠가 더 잘 할 거야.’ 하는 듯 아빠 바짓가랑이를 꼭 붙들고 서서 놓을 줄을 모른다. 어찌 그리 아이들 마음은 똑같은지…. 구경하는 사람들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즐거웠던 모습들을 눈에 가득 담아둔 채 마을을 빠져나온다. 다시 국도를 타고 서울로 향하지만 언뜻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그 노란 산수유물결이 아직도 이어진다. 마음이 다시 포근해진다. 절경이 있고 인정이 있는 풍경이었다. 사람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준 저 꽃들이, 10월엔 새빨간 열매로 다시 한번 시쁨을 줄 것이다.

붉은

Tip.
● 산수유 열매 _ 한약재로도 쓰이는 산수유 열매는 3월에 노란 꽃이 잎보다 먼저 핀다. 꽃은 4월초까지 피었다가 지고 그 꽃이 길고 둥근 모양의 열매가 돼 10월에 붉어진다. 동의보감에는 신경계통과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어린이 오줌싸개 등에 효험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잘 익은 열매는 차의 재료로도 사용되는데, 그 맛이 달콤하고 향기롭다.

● 식당 _ 산동면 지리산멧돼지관광농원, 남촌민속가든, 백제회관, 전주식당. 화엄사 앞 지리산대통밥은 대나무 통에 지은 밥에 27가지 반찬을 내놓는다. 

● 숙박 _ 관광특구인 지리산온천관광지일대에 숙박업소가 많아 숙소를 잡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지리산프라자관광호텔, 지리산온천관광호텔, 지리산송원리조트.

초가집.

Info 가는 길
자가운전 _ 88고속국도 남원IC → 19번국도 구례 방향 → 산동면
대중교통 _ 서울역에서 구례역까지 새마을호 하루 두 차례, 무궁화호는 하루 4차례 운행한다. 버스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6차례 고속버스를 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