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정취와 함께 거닐다③] 서촌 골목길 따라 걷는 책방여행, 경복궁 책방길 

포스트잇에 남아있는 짧은 평론이 매력적인 서촌 그 책방 매달 한 권의 책에 대한 전시를 진행하는 한 권의 서점 건축, 사진, 미술 등 예술 분야 책을 판매하는 더북소사이어티

2019-10-16     김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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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서울] 경복궁을 등지고 직진하다 길을 건너 굽이굽이 골목으로 들어간다. 서촌뿐 아니라 골목에서 길을 찾기란 어렵다. 물론 휴대폰의 지도가 있다면 쉽겠지만,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주민들에게 물어물어 길을 찾는 것이 서촌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좋다. 

경복궁의 서쪽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서촌의 골목을 돌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가게를 만나곤 한다. 그중에서도 현대와 전통이 잘 어우러진 서점은 일반적인 대형서점과는 다른 분위기를 가져 보는 재미와 함께 새로운 서점을 만나는 것에 대한 설렘을 느끼게 한다. 작고 개성 넘치는 책방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 책방길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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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 생각이 느껴지는 서촌 그 책방
좁은 골목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집 대문이 눈에 들어온다. 꽃으로 꾸며진 대문을 만나자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주말이면 관광객들이 골목을 가득 채우는 이곳도 평일에는 골목 주민들의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만큼 고요하다. 

고즈넉함이 느껴지는 이곳의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다면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찬찬히 둘러보는 것이 좋다. 골목을 달려오던 오토바이 배달부가 속도를 줄여 멈춰 서더니 “사진 찍으려고요?”하며 먼저 말을 걸어온다. 이어 “우리 집이 여기라 멈춘 거예요” 하며 너스레를 떤다. 

이웃과 정 나누는 일이 익숙해 보이는 주민의 물음 덕에 발걸음이 유쾌해진다.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서도 ‘여기에 서점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려던 찰나 귀여운 손글씨로 안내 사항이 적힌 작은 책방이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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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보다 살짝 큰 크기의 ‘서촌 그 책방’은 서점이라기보다는 한 사람의 서재 느낌이 강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커다란 책장 세 개와 안쪽을 들여다보면 보이는 키 작은 책장 그리고 큰 책상이 책방의 전부이다. 스스로를 책방지기라 부르는 하영남씨는 “이곳은 서점보다는 독서모임의 성격이 강한 곳” 이라며 책방을 소개한다. 

책방 안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책상에서 독서모임 후에도 남아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회원들이 하나둘 떠나는 동안 책장을 둘러본다. 서점의 규모가 작아 다양한 책을 가져올 수 없는 만큼 주인이 읽고 난 후 정말 마음에 든 책을 가져온다. 재미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주인 기준인지라 취향에 맞으면 믿고 볼 수 있는 책방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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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안의 책은 모두 주인의 손을 거쳐 전시된다. 책 앞면에 꼭 하나씩은 붙어있는 포스트잇은 이곳의 상징이다. 솔직하고 재밌는 짧은 평론을 읽다 보면 원래는 보지도 않던 책장의 맨 아래 칸까지 몸을 숙여 들여다보게 된다. 

작은 한옥 안에 마련된 책방은 잠시 앉아 쉬거나 책을 읽을 때 빛을 발휘한다. 크게 난 창, 열려있는 문밖으로 한옥과 함께 다시 걷게 될 골목길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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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권의 책에 집중하고 싶다면
통인시장 쪽으로 걸어도 책방은 이어진다. 통인시장 북문을 그대로 통과해 열 발자국 정도만 걸어가면 독립출판물만을 취급하는 ‘Off to (__) Alone’이다. 시장과 주택가를 잇는 골목에 자리한 이곳에서는 한옥이 보였던 ‘서촌 그 책방’과 또 다른 풍경이 펼쳐져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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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론가 금방이라도 떠나야 할 것 같은 이름을 가진 서점은 일러스트 출판물 위주로 모아둔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책방이다. 대형 서점, 작은 서점 어디에서도 만나기 힘든 출판물들이 책방을 꽉 채운다. 

손으로 직접 써 단 세 권뿐인 책을 시작으로 독특한 작가의 시선이 그대로 드러난 짧은 만화까지 책장에 전시된 출판물들이 속닥속닥 제 얘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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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역으로 가는 길에는 단 한 권의 책만을 전시해둔 ‘한 권의 서점’을 볼 수 있다. 매달 새로운 전시를 꾸리는 주인은 “매달 한 권의 책과 하나의 단어를 선정해 새로운 주제로 전시를 연다”고 설명한다. 서점은 어쩌면 너무 빠른 책 회전율 때문에 대중들로부터 잊혀 진 책을 심층적이고 여유롭게 다룬다. 

책방을 찾은 손님들도 한 권의 책에 집중한다. 책을 따로따로 떼어내 전시하고 있어 좀 더 쉽게 책에 접근할 수 있다. 주인들이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적어둔 서평은 책의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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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몰라서 더 재밌는 예술 서점
경복궁 돌담이 보이는 골목길, 간판 대신 길가에 덩그러니 세워진 작은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1층도 아닌 2층으로 올라가야 하는 ‘더북소사이어티’는 독립서점이 좋아 자주 찾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곳이다. 

“영화 <카페소사이어티>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이름의 유래를 설명하는 주인은 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다며 농담을 던진다. 이곳은 책을 매개로 사람들이 좀 더 소통하기를 바라는 주인의 마음이 이름에 묻어난다. 특별한 간판도 없지만 서점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건축과 사진, 미술 등 예술에 관한 책들이 즐비한 이곳은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보물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면서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신기한 놀이터와도 같은 곳이다. 처음부터 책방을 맴돌던 외국인은 책방 구경을 끝낸 후 골라둔 사진집을 계산한다. 손에 쥔 사진집이 마음에 드는지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주인에게 대화를 건다. 작은 책방 안 도란도란 이어지는 대화 소리가 듣기 좋다. 

특별한 모습을 한 서점에서는 늘 약해지는 마음을 따라 지갑도 얇아진다. 일반 서점에서는 보기 힘든 책들이 많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마음에 드는 책 한권을 손에 쥐게 된다. 책장 사이에 작게 마련된 작업실에서 작게 인사를 건네는 책방 주인의 배웅과 새로 만날 책과 함께 다시 골목길을 나선다. 

서촌의 매력은 책을 앉아 읽을 만한 장소가 이곳저곳에 있다는 것. 골목 어귀 카페에 잠시 자리를 잡고 책을 펼쳐본다. 날이 좋다면 경복궁으로 들어가 풍경을 보며 책을 읽어도 좋다. 

도시 풍경을 담은 사진집을 넘기다 고개를 들어 창밖 따뜻한 느낌의 한옥이 자리한 골목길 모습을 바라본다. 일상에서 벗어나 잠깐의 여유를 느꼈다면 이제 다시 새로운 골목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경복궁 책방길 주변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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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시장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자랑하는 기름떡볶이로도 유명한 통인시장은 오랜 전통을 지닌 골목형 재래시장으로 곳곳을 돌아볼수록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엽전을 이용해 도시락을 완성하는 엽전 도시락은 각종 매체에 소개되는 증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5길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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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과천관, 서울관, 덕수궁관, 청주관 등 총 네 곳에 자리해있다. 이중 서울관은 2013년에 개관했다. 건축, 디자인 등 다양한 시각 예술을 비롯해 동시대 미술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외에도 다양한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도 만날 수 있다. 
주소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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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집
한국 모더니즘의 대표작가 이상이 세 살 때부터 20여 년간 머물렀던 집터의 일부. 철거될 위기에 있었으나, 2009년 문화유산국민신탁이 국민모금과 기업후원을 받아 매입해 보전하고 관리하고 있다. 당시 자료부터 이상의 작품이 실린 잡지들이 전시되어 있다.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7길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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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인오락실
옥인오락실은 1988년부터 2011년까지 운영되었던 서촌의 마지막 오락실, ‘용오락실’ 모티프로 펀딩을 통해 후원받아 복원한 곳이다. 오락실에서는 현대적이고 새로운 게임 보다는 과거에 유행했던 테트리스, 보글보글 등과 같은 고전 게임들을 만날 수 있다. 
주소 서울 종로구 옥인길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