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해설사 추천] 충남 서산 (1)

정명재 서산시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하는 여행

2016-07-17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충남] 충남의 서북부에 자리하고 있는 서산을 태안반도의 해수욕장으로 가기 위해 지나가는 길목 정도로만 알고 있다면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다. 먹을거리 풍성한 바다와 고즈넉한 숲을 품은 산 모두를 갖춘 이 땅에는 대자연에 기대어 만든 뛰어난 문화유산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충남 사람들이 말이 짧고 느리다고 하죠? 바다에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시끄러운 배 위에서 대화하기 위해, 짧게 말하면서 의미만 전달되도록 하는 습관이 배여서 그런 겁니다.”
정명재 해설사가 충남 사람들의 느린 말투를 대변해준다.

“괜찮아유~”로 가장 유명한 충남의 사투리는 개그 소재로 쓰이기도 했지만, 계속 듣다보면 억양 속에 담긴 여유가 느껴진다. 이처럼 느리면서도 정감 있는 말투는 서산 사람들의 성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서해로 인해 경제적으로 풍요로웠던 서산은 인근 지역들과 함께 내포문화권으로 불린다. 본래 내포란 바다나 육지가 안으로 휘어 들어간 부분을 뜻하는 말이지만, 조선 초기부터 내포의 특성을 가장 잘 지니고 있는 충남 서북부 지역을 일컫는 의미로 바뀌었다고 한다.

자연이 사람을 지키고, 사람도 자연을 지켰다
바다와 갯벌이 펼쳐져 있어 사람 살기 좋았던 내포지역은 불교, 실학, 천주교 등 다양한 문화가 꽃을 피운 곳. 그 중에서도 서산은 자연친화적인 문화유산들이 잘 남아있는 곳이다. 정명재 해설사가 서산 투어로 손꼽은 장소들이 대부분 그랬다.

해의 위치를 고려해 조각한 불상, 나무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 세운 기둥 등 자연과 함께 살아가려는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곳들이다. 그는 “역사유적들이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이 서산의 매력”이라 말하며, 서산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이 같은 모습을 발견하고 느껴주기를 바랐다.

자애로운 부처 미소의 정점, 마애여래삼존상

“서산의 첫 번째 코스로는 마애삼존불을 봐야 합니다. 오전에 찾아가야 가장 햇빛이 잘 들어 다양한 미소를 볼 수 있지요.”

하늘을 향해 솟구친 암벽에 양각으로 새겨진 마애삼존불은 태양의 각도,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형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애삼존불은 1959년에야 백제사 연구에 한 몸 바친 홍사준 선생에 의해 발견됐는데, 그 사연이 재미있다.

“산신령이 새겨진 바위가 있는데, 아내를 두 명 거느리고 있다”는 마을사람의 말을 듣고 찾아가보니 마애삼존불이 있었다고 한다.

실상은 산신령이라 불린 가운데 부처는 석가여래입상이고, 좌측은 제화갈라보상입상, 오른쪽으로 조금 거리를 두고 새겨진 부처는 미륵반가사유상이다.

Info 마애여래삼존상
주소 충남 서산시 운산면 마애삼존불길 63-13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7~8월은 오후 9시까지 연장 운영)

산자락에 포근히 둘러싸인 개심사

“개심사에는 일주문이 없습니다. 입구의 나무 두 그루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 여겨지지요.

이곳 세심동부터 걸으며 마음을 닦고 경지(거울호수)에 도착해 마음을 비춰보고 점검한 후 절 안으로 들어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개심사는 이름 그대로 마음을 열고 가는 절이다. 큰 사찰이면 대부분 가지고 있는 일주문과 불이문, 해탈문 등이 없는 점이 세속의 기준에 얽매이지 말라는 뜻으로 여겨진다.

백제 의자왕 14년(654)에 창건해 고려 충정왕 2년(1350)에 중수됐다고 전한다.

현재는 예산 수덕사의 말사로 편입되어 있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해도 “서산 사람들이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가봐야 할 곳”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Info 개심사
주소 충남 서산시 운산면 개심사로 321-86
문의 www.gaesims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