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전통 온천마을… 일본 슈젠지

옛 정취와 뜨끈한 온천에 푹… 빠지다

2016-11-02     김샛별 기자

[여행스케치=일본] 숲으로 둘러싸여 한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일본 시즈오카현 슈젠지(修善寺) 온천마을은 이즈 반도에서 가장 유서 깊은 온천 지역이다.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가츠라강과 그 강변을 따라 일본 전통 숙박시설인 료칸과 작고 오래된 상점들이 줄지어 있다. 유구한 온천 마을의 운치를 느끼기엔 제격이다.

강 가운데 솟은 노천, 돗코노유

마을에 흐르는 가츠라강을 따라 아담한 상점과 고풍스러운 외관을 하고 있는 료칸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빨간 교량이 시선을 잡아끈다. 소원을 빌며 이 다리를 건너면 그 사랑이 성취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시 눈을 감고 소원을 비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빨간 교량 너머로 강 한 가운데에 솟은 정자에 사람들이 북적인다. 언뜻 정자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보면 신발을 벗고 발을 담구고 있어 노천 족욕장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돗코노유(獨鈷の湯)’라고 불리는 족욕장은 시즈오카가 속한 이즈 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이곳을 이용하고 있던 테츠코 씨는 “1910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쓴 일본의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요양한 곳”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슈젠지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온천 중 하나”라며 “슈젠지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역시 단풍철”이라고 말한다. 11~12월이 단풍철인 슈젠지의 아름다운 절경과 가츠라강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 발을 담그고 앉아 느긋하게 슈젠지 풍경을 감상해보자.

온천을 즐기는 방법

일본 온천 성분은 우리가 잘 아는 유황천을 비롯해 11개의 종류가 있다. 그 중 시즈오카 현은 알칼리성 온천에 해당한다.

미끈미끈한 물이 특징인 알칼리성 온천은 피부를 부드럽게 해주고 신경통, 근육통, 관절통 및 타박상이나 염좌에 좋다. 또한 피로로 뭉쳐 있거나 겨울이면 수족냉증이 심해지는 이들에게도 효과만점.

슈젠지 온천마을엔 1872년 창업해 국가유형문화재로 등록된 아라이료칸을 비롯하여 유구한 역사를 지닌 료칸들이 많다.

그 중 마루큐 료칸은 치쿠린노미치라 불리는 대나무 숲길 끝에 있는 곳. 1922년 문을 연 이곳은 오래된 역사를 방증하듯 료칸 곳곳에 옛스런 물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1996년 개조해 시설 자체는 깔끔한 편이다.

마루큐 료칸의 온천은 대욕장, 가족탕, 개별 노천탕으로 구분된다. 대욕장은 실내·외로 나뉘어 자쿠지, 사우나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탕과 혼자서 조용히 온천을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해 24시간 이용 가능한 개별 노천탕도 3개가 있다. 특히 노천탕은 5층 야외에 있어 슈젠지 온천마을의 풍경과 함께 즐길 수 있다.

마루큐 료칸에서 추천하는 입욕법은 다음과 같다. 팔, 다리, 배 순서로 온천수를 몸에 적시고 낮은 온도의 온천에 먼저 들어간다. 그 후 뜨거운 온도의 온천으로 이동한다. 이때 입욕 시간은 5분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

온천에서 나온 뒤에는 물기를 바로 닦아내지 말고 충분한 휴식과 수분을 취하는 것이 좋다.

온천은 10분~15분 정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적당하며 식사 직전이나 직후에는 입욕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일본 온천에는 대부분 우유 자판기가 구비되어 있는데 일본 사람들은 뜨겁게 온천을 하고 나오면 우유 한 잔을 마신다고. 우리나라 우유에 비해 훨씬 더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뜨끈한 온천을 마쳤다면, 병우유 한 잔으로 마무리 해보자.

비운의 역사적 무대, 슈젠지

슈젠지(修善寺)는 사실 슈젠지 온천마을에 있는 절 이름이다. 이 절의 이름을 따 슈젠지 온천마을로 불리는 것. 그 정도로 슈젠지는 이 마을을 대표하며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돌을 깨 , 온천수를 솟게 한 고보대사가 건립했다고 알려진 슈젠지는 가마쿠라 시대, 미야모토 가문 흥망의 배경으로 비운의 무대이기도 하다. 가마쿠라 막부 제2대 장군인 미나모토 요리에가 슈젠지 절에 유폐된 뒤, 23세의 젊은 나이에 암살되었다. 이 비극적 사건은 이후 가부키 극작가 오카모토 키도가 <슈젠지 모노가타리>로 탄생하기도.

역사적으로도, 문학적으로도 비운의 무대였던 슈젠지 절은 실제로는 차분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간의 결이 살아 있는 오래된 나무들이 빚어낸 따뜻함과 노란빛의 등, 잘 조경된 나무들이 경내를 둘러보는 이들의 마음을 평화롭게 만든다. 특히 단풍철에 맞춰 들른다면 평소에는 개방되지 않는 정원이 특별 개방된다.

푸른 대숲 산책, 치쿠린노미치

가츠라 강을 따라 가다보면 치쿠린노미치(竹林の道)라 불리는 푸른 대숲이 보인다. 교토의 관광지인 치쿠린노미치를 닮았다. 슈젠지가 작은 교토라 불리는 것도, 가츠라 강 위에 놓인 빨간 다리와 이 치쿠린노미치 때문.

교토의 치쿠린노미치보다는 작지만, 약 400미터에 이르는 대나무 숲길은 슈젠지 마을의 정취를 느끼며 산책하기엔 충분하다.

치쿠린노미치를 걷다 보면 대나무 숲 한가운데에 놓인 동그란 벤치가 보인다. 대나무로 만든 이 벤치는 꼭 한국의 평상 같은 느낌을 준다. 이곳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으면, 대나무 잎들을 건들이며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느낄 수 있다. 

대나무 숲길이 끝나는 길은 마을 어귀와 이어진다. 저녁이 되면 각 건물들이 밝히는 조명들이 서로 어우러져 골목은 따뜻하고 운치 있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정성스런 제철요리, 가이세키

료칸 여행은 온천 여행이면서 동시에 식도락 여행이다. 료칸마다 정성스럽게 내어주는 식사인 ‘가이세키(懐石)’는 약 1시간 30분~2시간 동안 천천히 시간을 들여가며 요리를 즐기는 일본의 정식요리를 칭하는 것으로 ‘료칸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료칸에서 힘쓰는 부분이다.

가이세키는 대부분 그 지역에서 나는 제철 재료를 사용해 재료가 가진 본래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조미료 사용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루큐 료칸의 가이세키 요리 역시 모두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최고의 재료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칸 주인이 오늘의 메뉴에 대해 설명해주며, 음미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이 지역 특산물인 에비사쿠라(벚꽃새우), 우나기(장어), 와사비(고추냉이) 등이 눈에 띈다. 곁들인 녹차 역시 일본 제1 녹차 생산지인 시즈오카 특산품이라고 첨언한다.

가이세키는 눈으로 먼저 맛보는 요리라고 할 정도로 그 모양이 아름답다. 그릇 하나도 허투루 내지 않으며 음식과 함께 장식되는 것 또한 계절에 맞는 분위기로 담아낸다.

요리의 맛과 풍미, 그를 담아내는 특별한 그릇과 먹고 있는 곳의 분위기까지… 이 모든 것이 눈과 혀를 만족시키며 행복한 시간을 선사한다. 

Info 슈젠지 온천마을
시즈오카 공항 → 시즈오카역 → 슈젠지역 → 슈젠지온천행버스 탑승 → 종점 슈젠지온천역 하차(약 10분 소요)
인천~시즈오카는 에어서울 직항편이 월, 화, 목, 금, 토요일 출발한다. 약 1시간 55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