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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제주 해녀문화를 이야기하다
제주 해녀문화를 이야기하다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7.01.25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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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돈희 무형유산학회장, "이제 세계화의 시작일 뿐..."
지난해 11월 30일 제주도의 '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사진은 물질을 하는 제주의 해녀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서울] 제주도의 ‘해녀문화’가 지난해 11월 30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해녀문화를 유네스코에 등재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던 임돈희 무형유산학회장(동국대 석좌교수)을 만났다. 임돈희 교수는 “유네스코의 인류무형유산은 세계적으로 200여 개나 있다”며 “이제 해녀문화는 세계화의 첫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라고 말했다.

“제주의 해녀는 바다의 생태계를 보호하며 채집하죠. 해녀들은 당당하며, 자주적인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불턱과 할망바당을 통해 해녀들의 공동체 문화를 지켜오고 있어요.”

유네스코가 제주의 해녀문화를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한 이유를 설명하는 임돈희 교수. “그동안 제주 해녀가 억척스럽고, 희생정신이 강한 여성으로만 비춰진 것이 안타깝다”는 임 교수는 “이제는 제주 해녀의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임돈희 무형유산학회장. 사진 / 조용식 기자

바다의 전문가, 학자들이 해녀의 말을 기록해야

제주의 해녀들은 상군, 중군, 하군이 있다. 나이와 물질의 기량, 덕성에 따라 나뉘는 것이다. 해녀들은 네모나게 돌담을 쌓아 바람막이를 하는 ‘불턱’에서 기술을 알려주고, 결정하며, 휴식을 취하는 ‘해녀 공동체 문화’를 가지고 있다.

“상군에 속하는 해녀들은 일기예보를 안 보죠. 모든 해녀가 상군의 말에 따라 물질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은 오랜 경험에 의한 것이죠. 정말 제주의 해녀들은 바닷속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바다 생태계의 전문가’로 불리는 해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학자들은 해녀들을 만나 그들의 경험담을 기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임돈희 교수. 그는 생태계 보호, 젠더, 공동체·배려문화 등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모든 것이 제주의 ‘해녀문화’에 들어있다고 말했다.

그중 하나가 해녀 공동체 문화인 ‘불턱’이다. 불턱은 잠수복을 갈아입는 탈의장이며, 불을 지펴 몸을 녹여주는 휴식공간이다. 또한, 해녀들에게 물질 기술을 전수하고, 회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공동체 공간이다. 지금은 새롭게 건물이 들어서 ‘불턱’을 이용하지 않지만, 사라져가는 한국적인(역사적인) 것들을 보존하며, 사용할 수 있게 제 기능을 갖추어야 할 때다.

여성의 지위, 젠더를 더욱 강조하는 유네스코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해녀문화를 외국인들은 전혀 모르는 것이 놀라웠다는 임 교수. 그래서 그는 심사위원들이 해녀문화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사진 작업’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 한국의 사진들은 깊게 패인 주름살의 해녀 모습을 강조한다. 그러나 임돈희 교수는 밝게 활짝 웃으며, 당당한 모습의 해녀를 담아내길 원했다.
 
임 교수는 “유네스코에서는 인류무형유산 등재 신청서를 쓸 때도 여성들에게 사인을 받았냐고 물어본다”며 “점점 여성의 지위와 젠더를 크게 강조하는 것이 유네스코 심사기준”이라고 말했다.

이제 해녀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생각을 할 때라고 말하는 임돈희 교수. 해녀의 이미지를 변화할 수 있는 영화와 사진, 불턱같은 공동체 문화, 그리고 설화를 바탕으로 하는 뮤지컬 등을 통해 ‘해녀문화’의 세계화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 세계는 인류무형유산인 제주의 ‘해녀문화’를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며, 우리는 그 일을 해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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