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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이중섭이 사랑했던 서귀포 여행
이중섭이 사랑했던 서귀포 여행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7.01.25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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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매일올레시장과 이중섭문화거리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의 모습. 사진 / 김샛별 기자

[여행스케치=제주] 한국인이라면 한 번은 꼭 만나야 할 여행지를 뜻하는 ‘한국 관광의 별’을 지난 해 수상한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앞뒤좌우, 둘러보기만 해도 볼 것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선 고개 들어 천장도 볼 것! 아케이드 위에 붙어 있는 익숙한 그림, 그리고 그 그림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이중섭 거리가 우리를 반길 테니.

시장 내 제주특산물을 판매하는 매장들. 사진 / 김샛별 기자

흑돼지꼬치에 감귤주스 한 잔?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입구엔 제주 특산물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섰다. 한라봉, 선인장, 감귤 등이 들어간 크런치나 초콜릿을 파는 가게의 상인들이 먼저 말을 건다. “먹어보고 맛있으면 와서 사요” 하며 미니 사이즈 상품을 한두 개씩 쥐어준다. 길만 걸었는데 벌써 주머니가 두둑해진다. 이 구간을 지나면 뭍에서는 못 봤던 이색먹거리들이 쏟아진다.

흑돼지 탕수육, 전복 볶음밥, 흑돼지 꼬치… 그중 가장 줄이 긴 것은 흑돼지 꼬치. 굽는 냄새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김정혜 지민원흑돼지꼬치구이 대표는 “하루에 천 개 정도가 팔린다”고 말한다. 그만큼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의 대표메뉴인 셈.

양쪽 가게들 사이로 앉아서 먹을 수 있도록 설치된 간이의자엔 이곳저곳에서 사온 먹거리를 들고 앉은 사람들이 보인다. 작은 크기의 해녀상, 화분들이 있어 잠시 쉬며 눈요기를 하기도 좋다.

시장 구경을 하는 이들의 손에 다들 하나씩 들린 것은 노란 주스. 자세히 보면 노랑에서 빨간빛이 나는 주황까지, 색이 다양하다. 제주에서 나는 다종다색의 귤들을 착즙해 조금씩 색이 다르다. 귤부터 한라봉, 황금향, 천혜향, 레드향 등 다양한 품종의 귤주스와 애플망고까지 메뉴도 여러 가지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서 꼭 먹어야 하는 주전부리, 흑돼지꼬치와 감귤주스. 사진 / 김샛별 기자

김정호 쉬멍가 대표는 “제철과일만 바로 착즙해 판매한다”고. 3~4월이 제철인 천혜향 주스는 겨울엔 맛볼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어느 계절에 제주에 오느냐에 따라 맛볼 수 있는 착즙주스가 다른 것도 매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대신 애플망고와 귤을 섞은 주스를 맛봤다. 달콤하고 상큼한 제주의 맛이다.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서 처음 귤을 착즙한 ‘쉬멍가’는 특히 천혜향주스로 유명하다. 귤과 오렌지를 교배한 천혜향은 신맛이 적고 당도가 높은 것이 특징. 그 달콤함은 주스로 먹었을 때 더욱 커진다.

시계방향 순서대로 우도 땅콩, 제주 고사리, 건몰망(모자반), 딱새우. 사진 / 김샛별 기자

오직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들

제주의 맛은 분식에만 있지 않다. 제주 특산물들을 빼놓으면 섭섭할 지경. 그 자리에서 바로 맛볼 순 없지만 사 들고 가면 분명 후회하지 않는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이 수산물을 판매하는 곳마다 쌓여 있는 새우들.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평소에 보는 새우랑은 모양새가 조금 다르다. 궁금해 이름을 물으니 딱새우란다.

껍질이 딱딱해 손질이 힘들고 살이 별로 없어 제주 토박이들에게 사랑받는 식재료는 아니었지만, 오분자기나 해물, 전복 뚝배기에 꼭 한두마리씩 들어 있는 딱새우는 국물을 시원하게 내주는 일등공신이다. 제주 연안에서 특히 많이 잡히는 딱새우는 일반 새우에 비해 키토산이 더 풍부해 껍질을 조미료로 써서 맛내는 주부들에게 인기 있는 기념품(?)이다.

제주에 왔으니 제주산 고등어나 옥돔을 사가려는 이들도 많지만 깔린 생선들은 대부분 노르웨이 고등어거나 수입산 옥돔이다. 제주산 생선을 취급하는 곳이 있긴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고등어, 갈치, 옥돔이 제주 바다에서 잘 잡히지 않아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상인들의 말이다.

청정지역인 제주는 고사리도 유명한데 최용민 풍년농산물직판장의 대표는 고사리보다 신기한 것을 보여주겠다며 냉장고에서 잘 말린 무언가를 꺼내 보여준다. 나물인가 싶어 물어보니 해초 같은 거란다. 일명 ‘몸국’의 재료인 건몰망(모자반)이다. 건몰망을 메밀가루, 돼지고기와 함께 푹 끓인 몸국을 맛보지 않으면 제주를 맛봤다고 할 수 없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아케이드 천장에는 이중섭을 상징하는 '소'를 볼 수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천장 아케이드에서 발견한 이중섭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엔 먹을 것만 있지 않다. 한번 고개를 들어보면 그제야 보이기 시작하는 그림과 조각들. 제주의 풍경 사진 사이로 익숙한 황소 그림을 보면 그때야 ‘이중섭?’하고 알아차린다. 아케이드 천장을 따라 쭉 걸려 있는 이중섭의 그림들을 따라 밖으로 나오면 나타나는 이중섭 거리. 그런데 이중섭과 제주도, 어떤 연관이 있는 건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중섭문화거리에는 이중섭의 작품들이 벽에 걸려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이중섭과 서귀포

초가지붕 아래 제주의 풍경과 그에 맞는 시들이 쭉 걸려 있는 터널을 지나고 나면 그곳이 이중섭 문화거리의 시작이다. 제주 사람도 아닌 이중섭의 집이 제주도에 있는 까닭이 궁금하다. 이중섭의 고향은 평안남도로 월남한 실향민이다. 그와 서귀포가 인연을 맺은 것은 한국 전쟁이 일어난 1951년 서귀포로 피난을 오면서부터다.

통영, 부산을 지나 제주로 온 이중섭이 서귀포에 있었던 것은 고작 1년이지만 그가 머무른 1년은 그의 생애에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그 뒤로 일본으로 건너간 아내와 아이들을 딱 한 차례 만났을 뿐, 그가 죽을 때까지 더 이상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중섭 거주지를 복원해놓은 내부. 사진 / 김샛별 기자

1997년 서귀포에는 이중섭이 머물렀던 초가를 복원하고 2002년 미술관을 열었다. 이중섭 미술관에서는 <섶섬이 보이는 풍경>, <서귀포의 환상>, <그리운 제주도 풍경> 등 그가 서귀포에서 그려낸 작품과 소장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전은자 이중섭미술관 큐레이터는 “전쟁의 참화를 겪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평화로운 마을 풍경을 그려냈다”며 “<그리운 제주도 풍경>은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서 행복했던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난다”고 설명했다.

미술관 주변으로 조성된 이중섭 공원도 함께 걸어보자. <섶섬이 보이는 풍경> 작품을 녹여내 한가로운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이중섭문화거리에 입점한 공방들. 사진 / 김샛별 기자

이중섭 문화거리로 빠져나오면 이중섭을 기리는 이들이 모여든 예술가들의 공방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꾸준히 문화예술 창작공간이 늘어나고 있는 이중섭 문화거리에서 수공예로 만든 각각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인사동의 느낌도 물씬 풍긴다.

이중섭 미술관 전경. 사진 / 김샛별 기자

Info 이중섭 미술관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하절기 오후 8시까지, 매표 마감은 관람시간 30분 전까지 가능,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어른 1000원, 청소년 500원, 어린이 300원.
주소 서귀포시 이중섭로 27-3
문의 064-760-3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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