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해녀가 따온 참소라를 먹으면서...
해녀가 따온 참소라를 먹으면서...
  • 박상대
  • 승인 2014.07.01 13: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행스케치=제주] 그대여, 나는 지금 모처럼 제주도를 여행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어디를 가든 아름다운 풍광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어느 마을이든 높은 담장이나 대문이 없어 주민들의 삶 터를 살짝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지요.

검은 돌담과 검푸른 바다, 노란 유채꽃과 진초록 감귤나무 그리고 골목마다 다르고 산모퉁이마다 다른 동네 냄새와 해안선 따라 기기묘묘한 모습을 하고 있는 바위 절벽…. 이런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다니던 중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아주 작은 포구. 저 멀리 바닷가에 트럭이 1대 서 있고, 물질을 마친 해녀들이 자루를 짊어지고 뭍으로 오르고 있더이다. 10여 년 전, 그대와 난 정방폭포 아래서 해녀가 판매하는 소라와 전복을 사 먹으려다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발길을 돌렸지요.

이번에 해녀 할머니들 가까이 다가간 나는 벌어진 입을 쉬이 다물지 못했습니다. 할머니들이 짊어지고 뭍으로 오르는 소라 자루 때문이었습니다. 그 무게가 10kg에 이른다니…. 깊은 물속에서 숨을 참고 따낸 소라가 담긴 커다란 자루 네댓 개씩을 끌어 올린 그들을 보며 돈 몇 푼 내고 거저 먹는 것만 같아 죄송했습니다. 

모든 먹거리가 생산자들이 피땀 흘린 결과물이란 사실을 알았지만 등 굽은 해녀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결국 소라값을 흥정하지 않았고, 소라 안주에다 소주를 한잔 마시는데, 왜인지 목구멍이 얼얼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