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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8월호
삼척 무릉계곡에서 첫눈을 기다리며
삼척 무릉계곡에서 첫눈을 기다리며
  • 박상대
  • 승인 2014.12.0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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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강원] 가을엔 편지를 하겠다는 유행가가 있지요. 편지를 받을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으니, 나의 그대가 되어 달라며 촉촉이 젖은 목소리로 노래했지요. 그 노래를 부른 가수가 누구든 상관없어요. 이동원이든 최양숙이든 <가을편지>라는 노래는 불타는 가을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버렸습니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가을이 다 저물어가는 즈음에 삼척 무릉계곡에서 그대에게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가을이 지나가면 곧 눈발이 날리겠지요. 저는 세상을 화려하게 단장해놓은 가을보다 찬 기운이 내려앉은 초겨울을 더 좋아하는 여행자입니다.

초겨울은 여행하기가 참 좋습니다. 도로가 밀리지 않은 점도 좋지만 느슨해진 몸을 다잡을 수 있는 긴장감 때문입니다. 산행을 할 때도 나뭇잎들의 요란스런 파티가 끝난 뒤, 한적한 오솔길을 걸을 때 짜릿한 묘미가 있거든요.

생을 마감한 낙엽들의 마지막 몸부림, 그들의 속삭임, 풀잎들의 노래, 그리고 갈바람까지. 어쩌다가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눈발이라도 흩날리면 재미는 배가됩니다. 그런 자연과 교감할 수 있을 때 참 여행자가 될 수 있지요.

화려한 단풍이 지고, 맑은 물이 하늘을 접수한 무릉계곡에서 그대를 생각합니다. 우중충한 하늘에서 문득 첫눈이 내린다면 편지를 접고 영상전화를 하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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