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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삼척 죽서루에 앉아 여름을 둘러보니...
삼척 죽서루에 앉아 여름을 둘러보니...
  • 박상대
  • 승인 2015.09.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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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강원] “진주관 죽서루 오십천 내린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 해로 담아가니~” 그대는 기억하시나요? 까까 머리 학생 시절에 읽었던 정철이 지은 <관동별곡>의 죽서루 편에 나오는 가사이지요.

삼척의 옛 이름이 진주였다지요. 유유히 흐르는 하천 위에 대나무 숲이 있고, 그 옆 바위 언덕 위에 묵묵히 앉아 있는 조선시대 누각이라! 글로 읽고, 사진으로 접하던 죽서루에서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정철을 비롯한 수많은 선비들이 시를 짓고, 정선과 김홍도는 그림을 그리고, 정조 임금은 그 그림을 보며 삼척 태수를 부러워 했다네요. “삼척 태수는 뉘 집 자식인데 저렇게 아름다운 누각이 있는 곳에서 근무한단 말인가!”

태백산 그림자를 담아다가 바다에 풀어 놓는 오십천은 여전히 푸른 자태를 자랑하고, 깎아지른 절벽에는 검정대나무가 이파리를 떨고 있네요. 바위 위에 지은 건축물이라 누각을 받들고 있는 기둥 17개의 길이가 각각 다르고, 앞뒤에 서있는 기둥 개수가 각각 다르네요.

수백 년 된 회화나무 가지가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오후, 누각에는 여행객 서넛이 기웃거리다 돌아갈 뿐 고요합니다. 매미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무더운 여름에 먼 옛날 연회를 열고, 시를 짓고, 술을 마시며, 음악을 들었을 선비들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그대는 어디에 계시는지요? 먼 길을 홀로 달려온 지친 여행객은 어느 객사에 몸을 눕히고, 누구랑 회포를 풀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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